-
-
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첫 장면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고, 읽고 나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던 <아몬드>를 처음 읽었을 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흡입력 있는 전개로 읽는 순간 푹 빠져들어 작가의 굉장한 필력에 매력을 느꼈었는데, 새로운 신간 소식에 너무 반가웠다.
<젊음의 나라>는 과학의 발달로 인해 AI에게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 한 부모 가정을 바라보는 시선, 고령자에 대한 혐오와 그와 반대되는 돈 많은 노인이 사는 유토피아에 가고 싶어 하는 욕망, 자신의 죽음 또한 돈으로 정하는 선택사까지..
다양한 사회적 요소들로 단순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소설이 아닌 먼 미래에 일어날 것만 같은 현실감으로 공포스럽기까지 한다.
나라는 하루아침에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지만, 꿈에 그리던 사카모리아로 가는 길에 디딤돌이 되는 유카시엘에 입사하게 된다.
유카시엘에서는 A~F 등급별로 나눠져 부유한 노년들이 풍요로움 누리는 A등급부터 없는 자는 노동을 함으로써 대가를 치르는 F 등급까지 세분화해서 사람들에게 등급을 매겨 노후를 보내는 노인 수용시설이다.
A등급부터 F 등급까지 차례로 상담업무를 하며 만나 노인들을 상담하게 되면서 그들의 인생을 들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어린 시절 엄마보다 더 가족 같았던 민아 이모를 그리워하는데..
미움은 미움을 낳고 증오는 증오를 낳는다. 누군가의 몰락을 바라며 느끼는 쾌감은 옳지 않다.
설사 시대의 흐름이 그렇더라도, 내 주변의 모두가 그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말하더라도.
나는 그러한 쾌감을 즐기는 무리에 속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P.186
젊은이들은 자신의 세금 갉아먹고 산다고 노인들을 혐오하지만, 언젠가 자신들도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된다는 것은 간과한다.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그들이 젊은 날 기반을 다졌을 노고는 생각지도 않고, 뒷방 노인네 취급하며 무시하고,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 한다고,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불편해하며 자신도 어린이였던 것을 망각하고, 키오스크를 못해 버벅대는 노인들을 보며 자신도 언젠가 노인이 된다는 것을 망각한다.
노인과 청년의 대립에 대해 픽션이 아닌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족보다 더 가족 같았던 민아 이모를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돈 많은 사람들만이 자신의 죽음을 정할 수 있다는 선택사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과연 이 책에서 말한 젊음의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눈앞에서 가족의 죽음을 목도하고도 슬픔을 못 느끼는 감정 표현 불능자인 한 소년이 세상을 향해 한걸음 나아가는 청소년 성장소설 <아몬드>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젊음의 나라>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2~30대 청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어딘가 꼭 존재해야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한' 작가의 말은 책을 읽고 나면 더더욱 진한 여운과 생각하게 하는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