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틈새
마치다 소노코 지음, 이은혜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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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책과 콩나무 카페를 통해 업체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칠흑 같은 어둠 끝에 밝음이 찾아오는 동이 틀 무렵인 새벽.

기나긴 터널 끝 저 멀리 빛이 빛나는 듯한 고요한 새벽을 참 좋아한다.

작가는 그런 새벽을 <새벽의 틈새>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나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새벽의 틈새>는 가족장을 전문으로 하는 장례업체 게시미안을 중심으로 직업에 관한 선입견, 남자와 여자의 역할, 학창 시절 괴롭히던 학폭 피해자, 사랑의 의미, 가족애 등에 관한 것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풀어낸다.


​마나는 고인의 마지막을 정성스레 준비하여 잘 보내드리는 장례업이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가족들은 물론 남자친구까지 반대를 하는 상황에서 일과 사랑을 고민한다.

그러던 중, 자신에게 마지막을 맡아주었으면 하는 오랜 친구 나쓰메의 유언을 받으며, 점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다.

마나의 남자친구 스미나리는 마나를 사랑하여 청혼하지만 장례업이라는 것을 반대하고, 우연히 누나인 료코가 친구이자 옛 연인의 부고로 게시미안에서 장례를 치르는 소식을 듣고 마나를 만나서 일을 그만둘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한다.

료코는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던 장례업이지만, 마나의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과 일에 대한 긍지를 보며 응원한다.

과연, 마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며 편안함을 갖는 것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한 고민하는 마나를 보며 남자는 밖에서 일을 하며 가정을 먹여살리고, 여자는 집안에서 살림과 내조를 해야 된다는 고리타분한 옛 남존여비 사상을 투영하고 있는 모습에 솔직히 부당하다는 생각을 들지만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안타까움이 앞선다.


료코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친구이자 사랑했던 사람이지만 가정을 꾸릴만한 직업을 선택하지 않는 남자친구를 부모가 반대하고, 내심 자신을 선택하길 바랐던 료코와의 이별을 선택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러 떠난 이치의 죽음.

그의 장례식장에서 듣는 자신이 몰랐던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쩌면 누군가의 시선보다는 묵묵히 자신이 하고자 하는 길을 갔었기에 그들에게 인정받고 끝까지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겨자씨는 어느 집에도 없다'라는 말이 있다.

자식을 잃은 부모는 자식을 살릴 방법을 알기 위해 부처를 찾아가고, 부처는 죽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집에서 겨자씨를 한 줌 얻어 오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는 집마다 누군가를 잃은 적이 있는 집뿐이었고, 결국 부모는 아이를 보내주기로 한다.


​겨자씨를 의미하는 게시에서 따온 게시미안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삶과 죽음 사이에서 죽은 자를 보내는 남은 자들의 슬픔을 위로하고 있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낼 때가 있다.

나 역시도 친구를 떠나보낸 적이 있는데, 그 친구의 마음을 좀 더 헤아려주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미련이 남아 아직 마음으로는 못 보내고 있다.

떠난 이를 잘 보내는 것도, 남은 이가 잘 사는 것도 힘들지만 이겨내야 되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죽음에 관한 것도 다시 생각하게 하고,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살아야 되는 나답게 사는 나의 가치에 대하여 생각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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