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삶으로부터의 혁명 - 우리 시대의 청춘과 사랑, 죽음을 엮어가는 인문학 지도
정지우.이우정 지음 / 이경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삶으로부터의 혁명』을 읽으면서 어느 순간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설이 머릿속에 '툭' 하고 튀어 나왔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설에 따르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1단계 욕구는 생리적 욕구이다. 인류가 처음 지구상에 살았을 때부터 추구했던 최하위 단계의 욕구이며,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욕구이다.
인간보다 힘센 동물도 많고, 추위를 막을 방법이 없었을 그 때에는 그 다음 욕구인 2단계 욕구 안전에 대한 욕구의 충족도 절실히 원했을 것이다. 그 시대에는 눈에 보이는 큰 적을 함께 물리치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 싸웠다. 그렇게 사냥을 함께 하고, 무리지어 함께 살고,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눠 먹으며 살았다. 문명화됨에따라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활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자연 속에서 함께 사냥하고, 일하고, 춤추고, 노래하며 사는 부족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야 말로 삶을 제대로 마주하며, 진실로 견디어 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안전에의 욕구는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충족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온갖 범죄에의 무방비적으로 노출되어 있으며, 매번 겨울이 되면 추위와 싸우는 가난한 사람들이 있고, 현대인의 식습관과 생활습관 등으로 심각한 질병의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다. 자신의 안전에 대한 욕구만 충족되면 그만인 것이 아니라 우리는 나와 가까운 가족,친구의 안전에서 출발하여 우리의 이웃,사회,국가 더 넘어 전 세계 모든 이들의 안전에 대한 욕구 충족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당당한 인간이 되어야 하며, 바로 그러한 인간들이 결국 세상을 바꾸게 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먼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하며, 그 후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화롭게 한다.)는 낡은 공자의 말로 치부되지만, 사실 지금 여기에서부터 나의 삶을 시작하는 것을 매우 잘 나타낸 말이다. (355쪽)
맹자는 "항산(恒産)이 없는 사람은 항심(恒心)이 없다."는 말을 했다. 의지가 될 만큼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은 마음을 착하게 다잡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매슬로우도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와 안전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차원이 높은 다음 단계의 욕구로 넘어간다고 말했다. 하루 하루 벌어 먹고 살기 바쁜 서민에게는 더 나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사회가,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기본적인 '생리적 ·안전에 대한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 주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안전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면 사람들은 3단계 애정과 소속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고 싶어한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소속의 욕구가 강하게 추구된다. 우리는 자신을 소개할 때 누구의 자식, 누구의 엄마, 소속되어 있는 직장과 직함, 사는 지역을 얘기한다. 축구회, 각종 계모임, 향우회, 동아리,동창회 등 무리를 만들고, 그 무리안에 드는 걸 좋아한다. 우리는 스스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늘 남들의 시선과 비교에 규정되어 살아간다. '남들만큼은 하고 살아야한다'에서 시작해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인생을 살아야한다'로 나아간다.
하버드법대 종신교수 석지영은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힘든 이유를 "내면에 존재하는 창조성과 상상의 불꽃을 피우는 동시에 부모와 가족, 공동체가 품은 기대와 씨름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현실'과 '꿈'의 갈등은 오랫동안 나를 방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부모와 가족의 기대 즉 현실을 쫓아야 하는지, 아니면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한 꿈을 계속 꾸는 길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청춘들이 많을 것이다. 이 책에서 오랜 시간의 방황 끝에 내가 내린 결론과 동일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참 반갑고 고마웠다.
우리의 선택지는 오히려 '어느 정도 현실'을 챙기면서, 꾸준히 자기 삶에 충실하며 원하는 것들을 해보는 것이다. …… 실제 근래에 널리 알려진 소설가 김언수, 김훈 등은 다른 직장을 가지고도 꾸준히 자기의 '삶의 길'에 매진한 끝에 원하던 성취를 얻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서머셋 몸, 체호프, 척 팔라닉, 스티븐 킹 등 실로 셀 수 없이 많은 작가들이 '현실적 직업'을 별도로 가진 채 자기만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추구해서 훌륭한 작품들을 써 냈다.(116쪽~117쪽)
4단계 욕구는 자기존중의 욕구로 소속단체의 구성원으로 명예나 권력을 누리려는 욕구이다. 입신양명,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출세하여 이름을 세상에 드날리는 것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고 있다. 그렇게 세상에 알려진 사람들은 과연 진정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남이 보기에 매일 열심히 삶을 사는 것 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삶'을 포기한 인생을 사는 것일 수도 있다. 그 명예와 권력이 자신의 내부를 명확히 한 후에 매일을 성실함으로 산 결과라면 그 사람은 바람직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현실과 삶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며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현실이 아닌 개별적 삶에 주목해야 한다. 살아있다는 그 자체, 살아간다는 그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 어느 누구와도 같지 않고 다른 개별적 주체로서 우리는 어떻게 되기로 정해진 존재도, 벗어나야만 하는 존재도 아니다.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는 자아실현의 욕구로 자신의 재능과 잠재력을 발휘해 자기가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성취하려는 최고수준의 욕구이다.
『가슴뛰는 삶을 살아라』의 저자 다릴 앙카는 "당신이 가슴 뛰는 삶을 사는 것, 그것이 당신에게 주어진 진리의 길이자 이번 생의 목적입니다"라고 말했다. 남이 시켜서, 남의 이목을 신경써서, 남과 같아지기 위해서, 남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가슴이 뛰는 일을 발견하고, 그 길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야 한다. 즉 우리는 진실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진정한 꿈을 선택해야 한다.
이 시대 청춘은 사회가 정한 길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가 없다. 그대로 따라 가서는 진짜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어느샌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깊은 후회에 빠질 수 있다. 한번 태어난 이상 우리는 죽는 날까지 하루 하루를 충실하게 살 의무를 지니고 있다. 언젠가 한번씩 다 겪을 죽음이기에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이른 죽음을 선택하는 것 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다. 삶을 남들보다 특출나게 잘 살려고 무리하게 애쓸 필요가 없다. 단지 묵묵히 견디고 버텨내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견디고 버티는 게 어려우니까 삶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게 아니냐고 항변할 지도 모르겠다.
'삶'이 한 인간에게 오랫동안 진실로 구축되어가는 경우를 보면, 적지 않은 경우가 그 곁에 '타인'이 있다. 즉, 삶의 동료, 삶을 함께 구축하고 쌓아가는 누군가가 있는 것이다. … 이는 '삶의 구축'에 있어서 모두에게 '타인'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닐지라도, 상당히 많은 이들에게는 타인이 꼭 필요하며, 또 '혼자서도 충분히 삶의 구축이 가능한 이에게도 타인이 있을 경우 더 강한 힘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보여준다. 역사상 자기만의 '삶을 구축'해나갔던 모든 예술가, 학자, 작가 등을 보면 그들 곁에는 언제나 최소한 한 명 이상 그를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누군가가 있었다. 단순히 그의 곁은 빙글빙글 머무는 '주변 사람'이 아니라, 그와 함께 공동의 삶을 구축하고 싶어 하고, 그의 삶에 진정으로 다가서고자 하고, 그의 삶을 이해하고 동경했던 누군가가 곁에 있었다. 그 한 사람이 우리를 패배하지 않게, 삶을 포기하지 않게 한다. (225~226쪽)
그렇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나와 가장 가까운 부모를 비롯하여 가족, 친구, 선생님, 동료, 이웃 등 나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사람, 한 사람만큼은 누구든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와 함께 해 줄 그 사람을 발견했다면 죽음에서야 끝나는 이 삶의 마라톤을 꼭 함께 꿋꿋하게 완주해요. 삶을 완주하고 받을 그 메달은 자신에게도, 가족에게도,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도 뿌듯하고 명예로운 상이 될 거예요! 그리고 꼭 다른 누군가의 삶과 꿈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그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