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못 된 세자들 표정있는 역사 9
함규진 지음 / 김영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역사저술가 함규진님을 어쩌다 알게 되었고 그분의 책을 하나씩 읽어나가고 싶었다. 함규진 교수님의 저서들 중에서 가장 먼저 읽게 되는 영광을 안은 책은 바로 이 책 『왕이 못 된 세자들』이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읽고 있기도 하고, 얼마전에 『왕의 하루』를 읽었었다. 그러니 조선사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은 당연지사. 특히 『왕의 하루』에서 '영조는 도대체 왜 사도세자를 죽였을까?'에 대한 대답을 알고 싶었다. 

드라마 인수대비에서 나온 의경세자도 궁금하던 차였고, 왕이 못 된 세자를 통해 기존에 알고 있던 조선사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조선이라는 나라가 만들어낸 위선적이고 경직된 '세자 제도'에 주목했다. 

 

 

이 책의 많은 내용은 실록의 내용이 차지하고 있다. 나에게 이 책에서 실록에 나온 대화가 익숙한 까닭은 만화로 재미있게 보고 있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때문이다. 글로 서술된 이 책을 보고 있으면 만화로 된 장면과 페이지가 그려진다.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아는 사실이 내 머릿속에 추가되고, 기존에 알고 있던 정보는 반복의 효과를 누린다. 내가 몰랐던 사실이 하나씩 샘솟는 걸 발견하는 재미! 이것이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다. 

 

 

나는 답답함과 괴로움을 발산할 길이 없어 우울했던 세자를 보면서 '역지사지'가 떠올랐다.

 

 

 

 

'역지사지'는 말 그대로 처지를 바꿔서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조선의 세자였다면 나는 어땠을까? 유치원에 가서 한글이나 배울 때 쯤 어른들도 어려워하는 책을 읽어야 하고, 한창 밖에 나가 놀고 싶은데 나이 많은 어른들이랑 글 공부를 해야하고, 뭐가 뭔지도 잘모르는 행사에 참여해야 하고 좀 더 커서는 위태로운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까 늘 전전긍긍해야 한다면 나는 어떤 기분으로 어떤 삶을 살았을까? 아버지의 눈밖에 나지 않으려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다 보면 마음이 곪아터질대로 곪아터져있을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과 처지를 바꿔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능력'이 된다. 이름하여 '역지사지 능력'이요, 전문적인 용어로 말을 바꾸면 '공감능력'이다. 일찍이 앨빈 토플러 이후 최고의 미래학자로 평가받은 다니엘 핑크는 그의 역저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미래인재의 6가지 조건 중 하나로 '공감능력'을 꼽았다. 

 

 

"공감이란 자신을 다른 사람의 처지에 놓고 생각하며 그 사람의 느낌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그 사람의 눈으로 보고, 그 사람의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다. 하지만 공감은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연민과는 다르다. 공감은 내가 다른 사람이 됐을 때 어떤 감정을 느낄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는 대담한 상상이며 일종의 가상현실로서,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그 사람의 마음을 타고 오르는 아찔한 행위다." 그의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조선의 세자에 대해서, 특히나 왕이 되지 못한 세자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그들의 입장에 서 보고, 그들의 감정을 느껴볼 수 있었다. 세자라는 이유로 유배가고, 죽임을 당해야만 했던 그들의 삶을 온전히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나라면 정말 억울하고, 답답하고, 세상이 원망스럽지 않았을까?' 란 생각이 든다. 조선의 세자들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잘나면 잘난대로 못나면 못난대로 저마다의 이유로 고민하고 괴로워하며 사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으로까지 더 나아갔다. 


그렇기에 지금 현재 그리고 미래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공감능력'이라는데 주저없이 공감할 수 있다.  
현대인에게 요구되는 교양이란 한마디로 말해서 타자에 대한 상상력이라고 생각한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은 "상상력은 모든 발명과 혁신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내가 직접 겪어보지 못한 타인의 경험에도 공감할 수 있게 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책은 이처럼 내가 겪어보지 못한 타인의 경험에 공감할 수 있는 힘을 키워 준다. 세상에 모든 일을 다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책을 통하여 타자의 고뇌와 아픔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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