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경제학자
최병서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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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나의 관심분야는 아니다. 게다가 경제라니. 경제는 관심분야가 아닌 정도를 떠나 평소에도 머리 아파하던 분야가 아니던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난 신문을 볼때도 경제면은 쏙 빼놓는다) 숫자와 그래프 없는 삶을 꿈꾸는 나에게 경제라는 분야는 실제적으로 아는 것도 없을 뿐더러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존재이다. 그런 나에게 <미술관에 간 경제학자>라는 이 책은 하나의 큰 도전과 다름 없었다. 평소의 나였다면 눈길도 안 주었을 이 책을 마음 먹고 읽게 된 데에는 우선 얼마전에 읽은 <무서운 그림>이 큰 역할을 했다. 미술에는 문외한 이던 내가 정말 순전히 겉표지에 이끌려 구입했던 <무서운 그림>은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다. 전에는 미술을 일부 사람들의 고급스러운 취미일 뿐이라고 생각해서 차마 가까히 다가가지 못했었는데 <무서운 그림>은 비록 '미술'에는 문외한이나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흥미를 느낄 수 있게끔 쓰여진 책이었다. <무서운 그림> 덕택에 난생 처음으로 미술관이라는 곳에도 가보았고 그곳에서 만난 라틴아메리카 거장들의 그림은 나를 또 다른 세계로 이끌어 주었다.

이래저래 미술, 그림에 대한 나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나의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미술관에 간 경제학자>였다. 사실 <미술관에 간 역사학자>나 <미술관에 간 철학자>였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았겠지만  경제학자라도 어뗘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내가 그렇게 어려워 하던 경제에도 한 걸음 다가가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마저 갖게 되었다.

미술도 경제도 우리의 삶에서 결코 떨어질 수 없는 분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미술의 역사속에감추어져 있는, 혹은 드러나 있는 경제원리들을 통해 두 분야의 꾸준한 상호작용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책을 모두 읽고 난 후의 감상을 이야기하자면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저런 다양한 미술작품들을 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성공이며 경제학에 대한 관심 증진 면에서는 실패를 보았다고 할 수 있겠다. 경제는 여전히 어려운 분야임이 틀림없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재화의 효율적 배분이라든지 완전경쟁시장이라든지 하는 용어들은 평소에 조금이라도 경제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별로 어려움없이 이해할 수 있겠지만 나와 같이 완전 경제학 초보들에게는 머리 아픈 부분이었다.  하지만 또 바꾸어 이야기하면 경제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이 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미술과 경제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독자라면 한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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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서울 브라보 대한민국 - 20세기 한국을 읽는 25가지 풍속 키워드
손성진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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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라는 단어처럼 가슴 따뜻하고 애잔한 단어가 또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추억이란 것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몇십년 이상 살아온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나 추억같은 것이 아련하게 느껴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운동장에서 사탕을 물고 뛰어다니는 어린 아이들에게 조차도 나름의 소중한 추억이란 것이 존재한다.한편으로는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추억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직접 겪은 추억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을 통해서, 혹은 사진이나 영상물 등을 통해 축적된 추억. 어떻게 말하면 그저 단순한 지식, 정보에 불과 할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많은 이들은 이런 정보 또한 스스로의 추억처럼 애틋하게 느낀다.

쓰다 보니 서두가 너무 길어졌지만 요는 이렇다. 나는 이제 갓 이십대 중반이지만 어머니 아버지 못지 않게 1960,70년대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 어쩌면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지난 시대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있고 지금 보다 조금 더 불편하고 조금 더 가난하고 조금 더 힘들었을 지언정 제대로 사람냄새가 나던 시절에 대한 동경일 수도 있겠다. [럭키 서울 브라보 대한민국]은 그런 나의 호기심과 동경을 모두 만족 시켜 준 책이었다. 통금과 단발령이 있던 시절, 빵집에서 데이트를 하고 대폿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시절. 말로만 듣고 기껏해야 시대물 드라마에서나 접하던 그 시절의 모습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느낄 수 있었던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특히나 나의 어린 시절에도 존재했던 것들, 예를 들면 국자에 소다를 넣고 만들었던 '달고나' 이야기에서는 집에서 동생과 국자 하나를 홀랑 다 태워먹었던 생각도 났고 '아폴로' 같은 불량식품 이야기에서는 '홀쭉이와 뚱뚱이'같은 이름도 참 재밌었던 쥐포며 '반지사탕'을 손가락에 끼워 먹다 온 손이 침으로 범벅이 되었던 일도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요즘은 유치원 생들도 놀이터에서 놀지 않고 집에서 tv를 보고 컴퓨터에 앉아 게임을 하며 놀지만 1990년대에 학교를 다녔던 나 때만 해도 얼음땡 놀이라던지 구슬치기라던지 고무줄 놀이같은 것들이 주를 이루었었다. 물론 이 책이 배경으로 삼고 있는 시대는 나의 어린 시절보다 훨씬 전이지만 이렇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런가 하면 정말 이런 것도 있었나? 할 정도로 낯설면서도 신기한 이야기들도 있다. 쥐꼬리 가져오기 과제라던지 동동구리무라던지 니나놋집이라던지. 나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것들이지만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옛날 생각에 웃음 짓게 하는 아련한 추억속의 존재들일 것이다.

[럭키 서울 브라보 대한민국]은 생각보다 굉장히 풍부한 자료로 이루어진 책이다. 읽다 보면 상식으로 알아 두어도 좋을 내용도 꽤 많고(예를 들어 얼리 어답터들에 관한 이야기나 커피, 라면 과 같은 물건들의 최.초 등장에 대해서도 팁으로 담고 있다)분량이 적지 않음에도 사진이나 실제 기록, 인터뷰같은 것들이 적절하게 잘 구성되어 있어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조금은 식상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정말로 잠시 타임머신을 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생활은 조금 불편했겠지만 정이 넘쳐 흘렀을 그 시절이 눈에 선하다. 문득 이 책을 부모님과 함께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그동안 앨범안에만 갇혀있던 추억들을 꺼내어 크게 한번 웃어보자. 그 순간이 먼 후일의 또 하나의 행복했던 추억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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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그녀는 거절하는 것도 다르다 - 우물쭈물 Yes하고 뒤돌아 후회하는 헛똑똑이들을 위한 야무진 거절법
내넷 가트렐 지음, 권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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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고등학교 시절 교감선생님이 떠오른다. 교장 자리가 공석이었던 우리 학교는 교감 선생님이 대신 훈화를 하시고는 했다. 그 때마다 늘 긴 훈화의 마지막은 "YES GIRL이 되자!"였다. YES GIRL. 그러니까 무조건 못한다고 안된다고만 하지 말고 자신있게 다른 사람에게 YES!라고 대답할 수 있는 여자가 되자는 것이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대학을 다니고 또 사회 생활을 하다 보니 아무리 YES GIRL 이 되어 긍정적으로 살아보려고 해도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일들이 생겨났다. 특히나 평소에도 다소 우유부단한 성격인 나에게 있어서 다른 사람의 부탁이나 명령을 단호하게 거절하기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이런 나의 눈에 띈 책이 바로 이 [현명한 그녀는 거절하는 것도 다르다]이다. 왠지 나를 위해 나온 책인 것만 같아 단숨에 읽어내렸다.

[현명한 그녀는 거절하는 것도 다르다]는 우선 11개의 상황을 설정해 놓고 각기 다른 상황에서 여성으로써 현명하게 거절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가 설정해 놓은 상황들을 살펴 보면 부모, 친구, 상사, 연인 등등 거절해야 할 대상자들이 다양하다. 때로는 저자가 속한 서구 문화권과 현 우리나라의 정서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거절하는 방법도 실제 인터뷰를 통해 얻어낸 예시를 제시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단계와 사고를 거쳐서 설명해 놓아 한결 이해하기도 쉽고 흥미롭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씁쓸한 마음이 들었던 건 왜일까. 아마도 그렇게나 쉽게 거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왔으면서도 결국에는 굳이 이렇게 까지 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거절 해야 하나. 라는 모순된 감정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말한다. '거절한다고 해서 이기적인 것은 아니다.' 백번 맞는 말이라고 공감하면서도 왠지 다른 사람이 어렵게 꺼낸 부탁을 이런 저런 방법을 동원해서 꼭 거절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상대방은 가족이기에. 친구이기에. 어려운 부탁도 들어 줄 것만 같은 가까운 사이이기에 며칠밤을 고민한 끝에 힘겹게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아니었을까? 어울리지 않는 때늦은 감상에 조금은 서글퍼진다.

확실히 이 책은 매우 실용적이다. 대부분의 실용서들이 그렇듯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런 면에서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직장상사의 부당한 명령을 당당하게 거절하고 싶은 사람, 다른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느랴 정작 내 일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런 생각이 든다. 많은 것을 거절해도 사람사이의 정과 사랑, 우정 그런 소중한 것 까지 거절하지는 말아야 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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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뜨는 여자
파스칼 레네 지음, 이재형 옮김 / 부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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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결코 완벽한 소설은 없겠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나에게는 가슴으로부터 완벽하게 느껴지는 책. 그런 책을 만났다. 처음 [레이스 뜨는 여자]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낯익게 느껴졌던 것은 아마 언젠가 tv에서 지나가면서 흘려 본 적이 있는 '레이스 짜는 여인'이라는 제목의 영화(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프랑스 영화의 어머니라는 이자벨 위페르가 뽐므의 역할을 맡았다)때문일 수도 있고 알듯모를듯한 미소를 지으며 레이스를 짜는 데 집중하고 있는 여인을 그린 역시 동명의 '레이스 짜는 여인'이라는 미술 작품 때문일 수도 있겠다.

 [레이스 뜨는 여자]는 생각보다 얇은 분량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말 그대로 문장과 문장 사이. 행간을 읽어야만 이해가 되는 그런 류의 소설이다. 나 역시 앞부분을 읽으면서 얼마나 힘들고 지루했던지. 몇번이나 책을 덮었다 폈다를 반복했었다. 하지만 마치 씹으면 씹을 수록 점점 맛이 나는 음식처럼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던 난해한 문장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음미하니 어느새 마음에 반짝이는 보석처럼 남아서 가슴을 가득 채웠다. 어떤 사람들은 [레이스 뜨는 여자]를 단순히 조금 어려운 로맨스소설 정도로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 보다 별로 로맨틱한 내용은 없더라. 주인공들이 너무 매력 없더라. 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레이스 뜨는 여자]는 사랑이야기가 등장함에는 분명하면서도 글쎄. 로맨스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뭐랄까 달짝지근한 느낌이 부족하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만남과 사랑, 헤어짐의 구체적인 과정 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뽐므(사과같은 여인) 라는 여인을 집중조명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뽐므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순수한 여인이고 사랑스러운 여인다. 하지만 외로운 여인이고 이해 받지 못하는 여인이기도 하다.

 

"뽐므와 그녀의 어머니는 또한 한결같은 기분을 유지하는 편이라는 점에서 비슷했다. 두 사람은 운명이 인색하게 나눠주는 기쁨과 환멸을 그냥 단순하게 받아들였다"

 

타인과의 소통이 힘들었던 뽐므는 우정도, 삶도, 사랑도 결코 쉽지 않다. 바다 한가운데 서있는 바위 처럼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뽐므를 사정없이 내려치고 흔들어 놓는 성난 파도는 그렇게 잠시 뽐므의 곁을 맴돌다 유유히 흘러가지만 정작 아무런 상처도 받지 않은 듯한 뽐므는 소리없이 자신을 잃고 무너져 버린다.

[레이스 뜨는 여자]는 다 읽고서도 왠지 손을 놓기가 아쉬워지는 그런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얼마나 이해했는가. 뽐므를 얼마나 사랑했는가. 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생긴다. 한동안은 뽐므에게서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책의 한 부분을 통해 마지막으로 다시한번 뽐므를 기억해 보고자 한다.

 

"분명히 그 녀는 아주 흔해빠진 여성 가운데 하나였다. 에므리에게도, 이 책의 저자에게도, 대부분 남자에게도 그런 여자들은 그저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존재로서 우리가 그녀들에게서 발견하는 아름다움, 평온함이란 우리 스스로 자신을 위해 상상하던 아름다움과 평화가 아니므로, 우리가 발견하리라고 기대하지 않던 곳에 그런 아름다움과 평화가 있었으므로 우리는 한순간, 다만 한순간 그런 여자들에게 애착을 느낀다. 평생에 두세번 이런 죄를 저지르지 않는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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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리스트: 전달자
장태일 지음 / 팬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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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픽션이라는 장르에 대한 나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일까 아니면 애시당초 영화와 소설을 하나에 담으려 한 작가의 과욕때문일까 아쉽게도 [제이리스트:전달자]는 도통 집중하기가 힘든 책이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일 뿐임을 미리 밝혀둔다. (내 뒤를 이어 이 책을 읽었던 동생은 꽤 재밌다고 평했다)
소설 못지않게 영화도 좋아하는 나에게 '무비픽션'이라는 장르는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매번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고민해 오던차에 메뉴판에서 짬짜면을 발견하고 느꼈던 기분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띄지에 쓰여져 있는데로 책속에 숨겨진 영화를 찾아볼 기쁨에 가득찼던 것이 사실이다.

 우선 한권의 SF소설로 보았을 때 [제이리스트:전달자]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배경이나 주인공 모두 어두운 미래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고 어디서 본 듯 하기는 하지만(스타워즈나 저지드래드 같은 유명한 영화에 등장하는 소품들이기에 당연하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랜드스피더나 로기버 총과 같은 여러 무기나 장치들도 소설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영화가 없는 세상. 더 엄밀히 말하면 영화를 보는 것도 제작하는 것도 유통하는 것도 모두 금지되어 있는 세상이라는 설정은 신선했다. 그곳에서 주인공 제이는 전.달.자이자 전.달.자를 쫓는 인물이기도 하다. 제이와 제이의 클론인 또 다른 제이의 존재 역시 스토리의 큰 축을 담당하며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 것은 왜 일까? 우선은 길지 않은 분량의 소설에 너무나 많은 영화를 담으려 한 점이다. 그러다 보니 때때로는 책의 많은 부분이 그저 각 영화의 인상적인 장면들을 주르륵 나열해 놓은데 불과하다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특히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분, 혹은 굳이 넣지 않아도 좋았을 법한 부분들에 마저 영화의 주인공이나 소품, 장면을 삽입함으로 인해 정작 소설 자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기 까지 했다. 앞부분은 그나마 그럭저럭 읽을 수 있었지만 포레스트 검프의 버스정류장신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울컥 하기까지 했는데 이는 아마도 내가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영화의 주인공을 작가 마음대로 자신의 작품에 함부로 끼워넣은 것 같아 나도 모르게 화가 났던 까닭인 것 같다.

 소설도 영화도 좋아하는 나에게 무비픽션을 표방하는 [제이리스트: 전달자]는 하나의 큰 도전이었고 그만큼 큰 기대를 주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난 후에 남은 것이 있다면 역시 영화는 영화고 소설은 소설이라는 것. 차라리 여러 공포영화들을 패러디한 [무서운 영화]라는 코믹 영화처럼 이 소설 역시 그저 여러 영화들을 패러디한 소설이라면 차라리 관대하게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수 있겠다. 하지만 무비픽션이라는 거창한 장르를 창조해 낸 것에 비하면 그 결과물이 너무 미약한 것이 아닐까. 왠지 이 책은 독자들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릴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뭔가 퓨전이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글쎄. 긍정적인 평을 보낼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에게는 전혀 감흥을 주지 못했던 책이었다. 아! 이 책을 읽고나니 문득 진짜 제대로된 100% 작가 본인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정통 SF소설이 읽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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