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그녀는 거절하는 것도 다르다 - 우물쭈물 Yes하고 뒤돌아 후회하는 헛똑똑이들을 위한 야무진 거절법
내넷 가트렐 지음, 권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문득 고등학교 시절 교감선생님이 떠오른다. 교장 자리가 공석이었던 우리 학교는 교감 선생님이 대신 훈화를 하시고는 했다. 그 때마다 늘 긴 훈화의 마지막은 "YES GIRL이 되자!"였다. YES GIRL. 그러니까 무조건 못한다고 안된다고만 하지 말고 자신있게 다른 사람에게 YES!라고 대답할 수 있는 여자가 되자는 것이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대학을 다니고 또 사회 생활을 하다 보니 아무리 YES GIRL 이 되어 긍정적으로 살아보려고 해도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일들이 생겨났다. 특히나 평소에도 다소 우유부단한 성격인 나에게 있어서 다른 사람의 부탁이나 명령을 단호하게 거절하기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이런 나의 눈에 띈 책이 바로 이 [현명한 그녀는 거절하는 것도 다르다]이다. 왠지 나를 위해 나온 책인 것만 같아 단숨에 읽어내렸다.

[현명한 그녀는 거절하는 것도 다르다]는 우선 11개의 상황을 설정해 놓고 각기 다른 상황에서 여성으로써 현명하게 거절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가 설정해 놓은 상황들을 살펴 보면 부모, 친구, 상사, 연인 등등 거절해야 할 대상자들이 다양하다. 때로는 저자가 속한 서구 문화권과 현 우리나라의 정서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거절하는 방법도 실제 인터뷰를 통해 얻어낸 예시를 제시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단계와 사고를 거쳐서 설명해 놓아 한결 이해하기도 쉽고 흥미롭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씁쓸한 마음이 들었던 건 왜일까. 아마도 그렇게나 쉽게 거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왔으면서도 결국에는 굳이 이렇게 까지 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거절 해야 하나. 라는 모순된 감정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말한다. '거절한다고 해서 이기적인 것은 아니다.' 백번 맞는 말이라고 공감하면서도 왠지 다른 사람이 어렵게 꺼낸 부탁을 이런 저런 방법을 동원해서 꼭 거절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상대방은 가족이기에. 친구이기에. 어려운 부탁도 들어 줄 것만 같은 가까운 사이이기에 며칠밤을 고민한 끝에 힘겹게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아니었을까? 어울리지 않는 때늦은 감상에 조금은 서글퍼진다.

확실히 이 책은 매우 실용적이다. 대부분의 실용서들이 그렇듯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런 면에서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직장상사의 부당한 명령을 당당하게 거절하고 싶은 사람, 다른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느랴 정작 내 일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런 생각이 든다. 많은 것을 거절해도 사람사이의 정과 사랑, 우정 그런 소중한 것 까지 거절하지는 말아야 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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