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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를 떠나면
크리스털 하나 김 지음, 허선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8월
평점 :
크리스털 하나 김의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웠다. 처음에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해미와 경환, 지수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끝까지 읽고 나니 사랑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소설이었다.
해미와 경환, 지수는 모두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만 성별과 계급, 가족 안에서의 위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삶이 너무나 다르다. 그래서 읽는 동안 누구의 선택이 옳았는지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특히 해미에게 경환은 자유에, 지수는 현실적인 안정에 가까웠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결국 이 소설이 묻는 것은 누구를 사랑했느냐보다 한 여성이 자신의 삶을 얼마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느냐에 가까워 보였다.
결말은 무척 마음이 아팠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억지로 희망을 만들어내지 않아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고 책을 덮은 뒤에도 해미와 경환, 지수의 선택을 계속 생각하게 만들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사람들의 삶 속에서는 전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사랑과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개인이 무엇을 잃게 되는지 생각할 거리가 정말 많았던 작품이다.
가슴 아프면서도 쉽게 잊히지 않는 소설. 데뷔작에서 이 정도로 복잡하고 입체적인 인물들을 그려냈다는 것이 가장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