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
헬렌 듀런트 지음, 황성연 옮김 / 서사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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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헬렌 듀런트의 장편 미스터리 소설 '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로 자극적인 제목만큼이나 몰입도가 대단한 작품이었다.


감당할 수 없는 사채를 빌려 쓴 후,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폭리를 피해 이름을 바꾼 채 살아가는 주인공 '앨리스 앤더슨'. 그녀는 어느 날 익명으로 이메일을 받게 되고 이름을 알 수 없는 고인의 유산을 받기 위해 장례식에 참석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사망한 사람의 이름이 자신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충격적인 전개로 소설은 시작한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으로 죽은 여성에 대한 비밀과 자신에게 날아온 이메일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앨리스의 일을 이어받으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장르의 재미로 독자를 몰입시킨다.


이 소설의 저자인 헬렌 듀런트 작가는 10년간 무려 51편의 범죄 스릴러 소설을 집필했다고 하는데 과연 그 필력이 느껴졌다. 이 작품이 국내 첫 출간작으로 알고 있는데 이 작품의 성공을 시작으로 다른 작품들도 국내에 정식으로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느껴졌다.


평소에 미스터리소설이라면 일본소설을 즐겨 읽었는데 오랜만에 읽어본 영국의 추리소설은 느낌이 달랐다. 사건 그 자체보다는 사건을 둘러싼 등장인물간의 심리에 더욱 집중하면서 사회적인 메세지도 놓치지 않는 것이 내게는 신선하면서도 독특하게 다가왔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겉으로는 부유하고 안정된 삶을 사는 것 처럼 보이지만 모두가 남들에게 드러낼 수 없는 비밀을 감추고 살아간다.


또 다른 이 작품만의 특징으로는 하나의 거대한 사건을 둘러싼 비밀들이 정말 무수히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었다. 정말 잘만든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는 것 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비밀이 등장하고 등장하고 또 등장한다.


가장 큰 미스터리인 장례식의 주인공인 앨리스는 누구인지를 제외하고도 이 소설은 미스터리 요소로 가득하다.


한나의 잠겨진 방은 어떤 방일까.

맥스는 왜 앨리스에게 타라와 같은 드레스를 입혔을까.

맥스와 타라 그리고 한나 중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맥스의 숨겨진 사무실에는 무슨 비밀이 있을까.

잠겨진 USB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있을까.

누가 이메일을 보냈을까.

니코와 이사벨은 어떤 사람들일까.


마치 한 화의 끝마다 새로운 미스터리를 숨겨두는 것 처럼 이 소설은 읽는 내내 끊임없이 내가 궁금해할 수 밖에 없는 요소들을 드러낸다. 스포일러가 될 까 걱정되 언급할 수 없는 의문들은 더 많아 세기도 힘들 지경.


작품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 문장이 딱 맞게 느껴진다.

'혼란스러웠다. 누군가 내 삶에 미스터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부러 사건을 만들어 보탠 것만 같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모든 던져진 질문들을 이 소설은 결말을 향해 달려가며 모두 완벽하게 회수한다. 덕분에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어두운 내용에 마음은 무거워지지만 작품의 완결성 덕분에 명쾌하게 맞아 떨어지는 장르적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몰입도부터 스릴러 소설 특유의 반전이 주는 재미까지 읽는 내내 도파민 가득했던 헬렌 듀런트의 '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를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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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아포칼립스
연상호.전건우 지음 / 와우포인트 퍼블리싱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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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좀비소설 연상호 전건우 지음 닥터아포칼립스 와우포인트퍼블리싱 은행나무출간 서평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연상호와 전건우 두 작가의 이름을 보고 두 편의 좀비 아포칼립스를 담은 앤솔러지 작품일 것이라 예상했다. 각각의 개성이 강한 두 창작자가 어떤 방식으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풀어낼지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책을 펼쳐보니 '닥터 아포칼립스'는 예상과 달리 하나의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장편소설이었다. 이 점에서 약간의 의외성이 있었지만, 동시에 두 작가의 협업이 어떻게 하나의 세계관으로 완성되었는지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영화 부산행과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으로 잘 알려진 연상호 감독이 집필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더 큰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다. 연상호 감독 특유의 인간 군상에 대한 냉철한 시선과 극한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가 이번 작품에서도 어떻게 드러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롭게 다가온 부분은 좀비 바이러스의 기원 설정이었다. 단순히 원인을 알 수 없는 감염이나 실험 실패가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인해 시베리아의 얼음이 녹으면서 그 속에 잠들어 있던 바이러스가 퍼져나간다는 설정은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있었다. 이는 단순한 공포를 넘어서 현재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와도 연결되며, 독자로 하여금 ‘이 이야기가 완전히 허구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섬뜩한 상상까지 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바이러스가 서울 홍대 한복판에서 시작된다는 점 역시 인상적이었다. 익숙한 공간이 순식간에 재난의 현장으로 변하는 과정은 독자의 몰입도를 더욱 끌어올린다.

무엇보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야기의 시간과 공간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좀비 아포칼립스 작품들이 장기간에 걸친 생존기와 사회 붕괴 과정을 그리는 데 집중한다면, '닥터 아포칼립스'는 매우 짧은 시간에 집중한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한 소녀를 살리기 위한 수술이라는 긴박한 상황, 그리고 화이트아이(좀비)로 둘러쌓인 병원이라는 폐쇄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이처럼 제한된 조건 속에서 전개되는 서사는 오히려 긴장감을 더욱 극대화시키며, 독자가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또한 이 작품은 단순한 좀비 스릴러를 넘어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감염된 존재를 어디까지 ‘인간’으로 볼 것인가, 그리고 생명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 과연 언제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와 같은 문제는 독자로 하여금 계속해서 고민하게 만든다. 이러한 점에서 '닥터 아포칼립스'는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에 의존하는 작품이 아니라, 장르적 재미와 철학적 질문을 동시에 담아낸 작품이라고 느꼈다.


전체적으로 이 소설은 익숙한 좀비 장르에 새로운 설정과 전개 방식을 더해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연상호 감독 특유의 긴박한 연출 감각과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잘 살아 있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도 인물들의 선택과 감정이 충분히 전달되어 더욱 인상 깊었다.


영화 부산행을 재미있게 본 모든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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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4587 2026-03-19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세하고 세부적인 설명 감사합니다 전건우,연상호 두분의 이름 만으로도 이두분의 소설,.영화를 접한사람이라면 두말없이 집어들겠지만 해당신작을 먼저 접해보신 독자분의 세부적인 설명 , 친절한 설명으로 인해 신속한 구매가 될듯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ㅋㅋ 감사합니다! 제가 전건우 작가님 팬이거든요 ㅋㅋㄲ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주세요
기나 지렌 지음, 이상연 감수 / 그래비티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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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씩 짝을 지어 주세요 기나 지렌 일본스릴러소설추천 그래비티북스출간 서평



오늘 읽은 소설은 기나 지렌의 고교 데스게임 소설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주세요'. 책의 제목을 스윽- 보고 페이지를 호로록 넘겨보면 여고생들의 상큼발랄한 삽화들이 눈에 들어온다. 얼핏 보면 여고생들간의 우정과 꿈과 성장을 그린 청춘 힐링 소설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 다른 점 들이 눈에 들어온다. 풋풋한 순정만화처럼 보이던 삽화들 사이에 상반신이 불에 타고 있는 여고생의 일러스트도 섞여있다.


이 책은 일본에서 '배틀로얄'을 시작으로 특히 인기있는 장르인 데스게임을 주요 소재로 사용해 이지메가 있는 학급에서의 생존 게임을 다룬다. 점점 복잡한 룰을 사용해 두뇌배틀 쪽으로 발전해나가는 일본의 데스게임류와는 다르게 기나 지렌의 소설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주세요'는 데스게임의 원초적인 재미보다는 데스 게임에 휘말린 학급의 구성원들을 통해 그 들의 관계에 대해 세밀하게 그려내는 데 집중한다.


소설은 졸업식을 앞둔 여고 3학년 교실을 무대로 진행된다.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주세요."라는 말은 학교에서 각 종 수업에서 흔히 듣는 말인데, 나처럼 어정쩡한 학창생활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공포감도 느끼게 한다. 버스에 혼자 앉으면 어쩌지, 조별 과제에서 팀에 못들면 어쩌지 하는 그 나이대의 감수성으로 느낄 수 있는 공포감이 제대로 담겨 있는 문장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짝을 이루지 못하면 사망한다는 설정이 추가되며 본격적인 스릴러 소설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읽으면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여고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다양한 인간관계가 드러난다는 점이었다. 같은 반 친구들이지만 서로 친한 정도도 다르고, 눈에 잘 띄는 학생도 있고 조용히 있는 학생도 있다. 평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이런 관계들이 게임이 시작되면서 점점 드러난다. 누군가는 친한 친구와 계속 짝이 되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물론 뒤통수 얼얼한 배신도 있다. 그 나이대의 학생들에게는 작은 교실이 세상 전부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도 언급했지만 중간중간 들어간 삽화도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글을 통해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몰입에 도움이 되었다. 소설을 읽고 있지만 라노벨이나 일본 만화를 보는 느낌도 들었다.


결국 이 소설은 데스게임의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결국 남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였다. 교실 안에 카스트 제도 처럼 계급이 나뉘어져 있고 이를 둘러싼 친구 사이의 서열에 대한 실감나는 묘사는 작가가 실제 이런 교실에서 생활한 것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문까지 들게 만든다. 그래서 이 소설은 완전히 비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런 충격적인 소재를 사용해 교실안의 여러 이야기들을 하고 결국 따돌림에 대한 메세지를 전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여운이 느껴지는 결말까지, 그리고 눈치를 살피게 되던 학창 생활의 트라우마까지 생생하게 재현해내는 소설, 기나 지렌의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주세요'를 일본 소설이나 데스게임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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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엘의 집
이다모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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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아프로스미디어에서 출간된 국내 호러소설 '바엘의 집'.

단 두편의 작품 '귀우'와 '귀조도'로 어느새 한국의 미쓰다 신조, 믿고보는 작가가 되어버린 이다모 작가의 세번째 장편 호러 오컬트 소설이다.

이번 작품은 느낌이 이전작들과는 조금 달랐는데 '귀우'와 '귀조도'가 미쓰다 신조의 느낌이 물씬 풍겨오는 호러 미스터리 소설이었다면 '바엘의 집'은 영화 파묘, 곡성과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정통 호러 오컬트 장르로 다가왔다.

'바엘의 집'은 미쓰다 신조보다는 같은 일본의 호러 작가인 사와무라 이치의 보기왕 시리즈의 정서가 느껴지기도 했다.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삿된 것이 생겨나고 이로 인해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기본적인 호러 오컬트 장르의 문법은 충실하게 따라가지만 이 작품은 인간의 욕망보다 악한 존재 그 자체가 주는 공포감에 더 비중을 둔 느낌.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으면서도 계속 영화를 보듯 머릿속으로 장면 장면을 상상하며 읽게 된다.

소설의 초반부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엘리트 부모 밑에서 언니와 끊임없이 비교당하며 정신적 학대를 당하고 있는 딸 서현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서현이 조금씩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빙의되어 미쳐가는 장면을 다양한 연출을 통해 효과적으로 섬뜩하게 표현한다.

차에 치여 내장이 튀어나온 채 죽어있는 두꺼비, 화장실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노크소리, 그리고 입은 미친듯이 웃고 있는데 눈에서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눈물이 만들어내는 표정과 같은 기괴한 장면들이 이 소설을 읽으며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것 조차 두렵게 만든다.

특히 변기를 가득 채운 두꺼비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역해서 작 중 계속해서 등장하는 물비린내가 느껴지는 듯 했다.

그렇게 악마에 빙의된 딸에 의해 일가족 몰살사건이 벌어지나 싶었는데 이야기는 내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그제야 작품의 첫 페이지에 적혀있던 시흥 악귀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일러두기'가 떠오른다.

이 작품은 오컬트 장르의 팬이라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소설이다.

민간신앙부터 동서양을 넘나드는 오컬트 요소들을 담고 있으면서도 어느 하나 어색하지 않게 작가가 많이 공부하고 조사한 것이 느껴진다.

동국문헌비고라는 조선시대의 백과사전을 시작으로 고려시대의 연와, 조선시대의 수금아까지 조선의 옛 요괴로 시작해 책의 제목을 장식하고 있는 바엘까지 자연스럽게 어우른다.

오랜만에 한국 스타일의 제대로 된 오컬트 소설을 읽은것 같아 무척 만족스럽다. 비 오는 날 읽었더라면 두배로 작품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조만간 비가 오면 책을 한번 더 꺼내게 될 지도 모르겠다.

국내에도 많은 호러 소설들이 출간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왠지 모르게 '정통' 오컬트 소설처럼 느껴지는 이다모 작가의 신작 소설 바엘의 집을 영화 곡성과 파묘가 취향인 모든 분들께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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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화형 법정
사카키바야시 메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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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사카키바야시 메이 작가의 첫 장편 미스터리 소설 '독이 든 화형 법정'.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 이 작품은 일반적인 법정물이 아니라, ‘마녀’라는 비현실적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 특수 설정 본격 미스터리다. 이 작품이 평범한 특수설정 미스터리 소설과 다르게 느껴졌던 이유는 마녀와 화형법정이라는 특수설정 요소를 단순히 추리를 위한 배경요소로 소모하지 않고 마치 일본 만화를 읽는 것 처럼 꼼꼼하게 세계관을 쌓아올린 후 그 위에 치밀한 논리와 추리 요소를 정교하게 쌓아 올렸다는 점 때문이었다.


게다가 페이지를 넘기며 끊임없이 등장하는 도면들은 마녀들의 비현실적인 능력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추리요소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처럼 느껴졌다.


"제1장 비행. '마녀는 빗자루를 타고 날 수 있다. 제2장 변신. '마녀는 고양이로 변신할 수 있다.' 제3장 감응. '마녀는 타인의 감정을 조종할 수 있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소설이라는 점을 떠나서 작품속 세계관부터가 무척 매력적인데,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전 세계에 마녀가 출몰하기 시작하고 마녀들은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고 고양이로 변신하며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게 된다. 그렇게 마녀와 평범한 사람들이 공존하며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으면 좋았을텐데 한 마녀가 이능을 사용해 살인을 저지르며 이를 당시의 법으로 처벌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화형법정'이라는 무시무시한 새로운 규칙이 생겨나게 된다.


사건에 마녀가 연루되었다고 판단되는 순간, 도시 한복판에 기묘한 건물이 등장하고, 그 안에서는 오직 하나의 질문만을 다루게 된다.

'마녀인가, 아닌가.'


화형법정에서는 범죄 행위의 유무보다는 ‘마녀’ 여부가 더 중요하다. 더 중요한 수준이 아니라 사실 마녀 여부 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게 된다. 심지어 참관인조차 마녀로 의심을 받게되면 화형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재판이 끝날 때까지 누구도 법정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말 그대로 특수설정 미스터리로 활용할 수 있는 요소가 무궁무진 한 셈.


마녀와 화형법정이라는 특수설정이 특히 재미있는 이유는, 단순히 트릭을 위한 장치로 소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특수 설정 미스터리에서 준비된 요소는 ‘반전을 위한 도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 걸맞게 세계관에 설득력을 더한다. 마녀는 왜 생겨났고 화형법정은 어떻게 이런 형태로 진행하게 되었는지, 보통은 그냥 어물쩡 넘어갔을법한 이런 요소들을 소설 '독이 든 화형 법정'은 꼼꼼하게 설명해준다.


또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작품속에는 다양한 마녀들이 등장하며 한명 한명이 스쳐지나가듯 소모되지 않고 저마다의 과거를 지닌 입체적인 케릭터로 표현되는 점도 이 소설이 매력적이며 '제발' 후속편이 나오길 기대하게 되는 또 다른 요소였다. 마지막 페이지 까지 읽게 되면 왠지 새로운 마녀의 능력과 함께 후속작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기대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마녀들이 정신을 조종하고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독특한 세계관에서 추리와 논리로 싸우는 법정물, 독이 든 화형 법정을 본격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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