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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엘의 집
이다모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6년 3월
평점 :

오늘 읽은 책은 아프로스미디어에서 출간된 국내 호러소설 '바엘의 집'.
단 두편의 작품 '귀우'와 '귀조도'로 어느새 한국의 미쓰다 신조, 믿고보는 작가가 되어버린 이다모 작가의 세번째 장편 호러 오컬트 소설이다.
이번 작품은 느낌이 이전작들과는 조금 달랐는데 '귀우'와 '귀조도'가 미쓰다 신조의 느낌이 물씬 풍겨오는 호러 미스터리 소설이었다면 '바엘의 집'은 영화 파묘, 곡성과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정통 호러 오컬트 장르로 다가왔다.
'바엘의 집'은 미쓰다 신조보다는 같은 일본의 호러 작가인 사와무라 이치의 보기왕 시리즈의 정서가 느껴지기도 했다.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삿된 것이 생겨나고 이로 인해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기본적인 호러 오컬트 장르의 문법은 충실하게 따라가지만 이 작품은 인간의 욕망보다 악한 존재 그 자체가 주는 공포감에 더 비중을 둔 느낌.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으면서도 계속 영화를 보듯 머릿속으로 장면 장면을 상상하며 읽게 된다.
소설의 초반부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엘리트 부모 밑에서 언니와 끊임없이 비교당하며 정신적 학대를 당하고 있는 딸 서현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서현이 조금씩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빙의되어 미쳐가는 장면을 다양한 연출을 통해 효과적으로 섬뜩하게 표현한다.
차에 치여 내장이 튀어나온 채 죽어있는 두꺼비, 화장실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노크소리, 그리고 입은 미친듯이 웃고 있는데 눈에서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눈물이 만들어내는 표정과 같은 기괴한 장면들이 이 소설을 읽으며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것 조차 두렵게 만든다.
특히 변기를 가득 채운 두꺼비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역해서 작 중 계속해서 등장하는 물비린내가 느껴지는 듯 했다.
그렇게 악마에 빙의된 딸에 의해 일가족 몰살사건이 벌어지나 싶었는데 이야기는 내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그제야 작품의 첫 페이지에 적혀있던 시흥 악귀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일러두기'가 떠오른다.
이 작품은 오컬트 장르의 팬이라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소설이다.
민간신앙부터 동서양을 넘나드는 오컬트 요소들을 담고 있으면서도 어느 하나 어색하지 않게 작가가 많이 공부하고 조사한 것이 느껴진다.
동국문헌비고라는 조선시대의 백과사전을 시작으로 고려시대의 연와, 조선시대의 수금아까지 조선의 옛 요괴로 시작해 책의 제목을 장식하고 있는 바엘까지 자연스럽게 어우른다.
오랜만에 한국 스타일의 제대로 된 오컬트 소설을 읽은것 같아 무척 만족스럽다. 비 오는 날 읽었더라면 두배로 작품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조만간 비가 오면 책을 한번 더 꺼내게 될 지도 모르겠다.
국내에도 많은 호러 소설들이 출간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왠지 모르게 '정통' 오컬트 소설처럼 느껴지는 이다모 작가의 신작 소설 바엘의 집을 영화 곡성과 파묘가 취향인 모든 분들께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