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괴조도 ~ 괴이, 이형의 둥지
이다모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5년 7월
평점 :
호러미스터리소설추천 괴조도 서평 이다모 지음 아프로스미디어 출간

이다모 작가님의 신작 괴조도 - 괴이, 이형의 둥지를 읽었다.
보통 책이 집에 도착하면 그 날 바로 읽고 감상을 남기곤하는데 이 책은 거진 이틀이 넘게 걸린 것 같다.
600p가 넘는 방대한 분량때문인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책을 읽는 시간이 많이 소요된 이유는 단순히 이 책이 무서워서다.
종종 미쓰다 신조의 소설을 펼치면 '이 책을 읽다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면 즉시 책장을 덮으십시오.'하는 경고문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정말 거짓말이 아니라 어제 밤 괴조도를 읽다 기이한 일을 경험했고 덕분에 무서워서 바로 침대로 달려가 잠을 자버렸다. 서평과 관련 없는 일이지만 누군가 밤 11시쯤 괴조도를 읽고 있을 때 초인종을 눌렀고 나가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던 것...!
이전 작인 귀우를 읽고 나서 미스터리파트는 몰라도 호러 파트는 이미 미쓰다신조 그 이상인 것 같다는 개인적인 감상을 느꼈는데 이번 작품은 미스터리 장르도 마치 미쓰다 신조 그 자체처럼 느껴졌을 정도.
소설 괴조도는 2007년에 벌어진 연쇄살인사건과 15년 후인 2022년 작 중 현재에 벌어지고 있는 괴이한 사건을 오가며 진행된다.
소설은 기이한 분위기를 풍기는 새가 그려진 그림, 괴조도를 중심으로 인체가 자연 발화된 것 처럼 내부에서부터 불타 사망하는 사건을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괴이가 연관된 사건이기에 경찰은 사망의 경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결국 초자연적인 사건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탐정 사무소가 등장해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그리고 영안을 얻어 괴이를 직접 볼 수 있는 여고생의 도움을 받아 괴조도의 비밀을 파헤친다.
결국 2007년에 벌어진 일과 2022년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 괴이는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를 밝히고 저주를 멈출 방법을 찾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되며 이야기는 더더욱 본격적으로 공포와 추리 장르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사실 공포 영화를 보게 되더라도 무서운 장면은 영상과 사운드의 힘이 강한데 텍스트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어려운 걸 귀우에 이어 또 해낸다.
소설 속에서 현실과 괴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스스로 본 것을 믿지 못하게 되고 까마귀는 추락해 터져나가고 오목눈이는 반으로 갈라져 내장만이 간신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비둘기는 창문에 들이받아 피를 흘리며 죽어나간다.
초자연적인 공포에 대한 묘사도 무척 훌륭하지만 가장 무서웠던 장면은 작품 내에서 끊임없이 죽어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의 표현이었다. 곧 죽을 사람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공포와 절망감을 일인칭으로 생생하게 표현해 마치 내가 괴이에 쫓기는 듯한 느낌을 들게 만들었고 그 덕에 한 명 한 명이 죽을 때 마다 읽고 있는 내게도 그만큼의 피로와 충격이 누적 될 정도. 그만큼 생생했다. 심지어 단순한 공포소설이 아닌 치밀한 줄거리에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과 책을 덮고나면 진하게 남는 여운까지 담긴 작품이라니...
또 다른 이 작품의 매력포인트는 한국 작가가 쓴 일본 소설이라는 것. 일본 소설 특유의 감성은 그대로 살리고 있지만 읽는데는 한국소설처럼 편안하게 읽힌다. 그러면서도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일본식 표현들은 소설의 배경이 일본이라는 것과 작가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서 오는 괴리감을 하나도 느끼지 못하게 한다.
특히 미쓰다 신조와 사와무라 이치를 좋아한다는 작가의 말 답게 작품 전체에 걸쳐 해당 작가의 작품들에 대한 리스펙을 느낄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보기왕이 온다부터 잘머불에 방황하는 칼날과 악의 교전까지... 다양한 소설들이 이번 작품에 언급되며 소설의 몰입을 돕는다.
결국 이 소설을 읽고나면 아사히로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무리 미지의 존재가 나타났다고 해도 지구를 주름잡는 악의 축은 오래전부터 인간이었다는 말, 결국 악한 존재도 전부 인간이 만들어 낸다는 그의 말 처럼 이 소설은 괴이를 통해 그 괴이를 불러 일으키는 인간의 악의를 다루고 있어 더 피부에 와닿는 공포를 그려낸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책의 첫 장에 괴조도가 그려져있던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잠깐 등골이 서늘해졌다. 공포와 미스터리의 조화가 완벽했던 이다모 작가의 신작 괴조도를 추천드리며, 이게 고작 두번째 작품이라는 사실에 놀라며 앞으로 이 작가의 소설은 출간되는 대로 무조건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