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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보지 말 것 - 미니어처 왕국 훔쳐보기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 그늘 / 2025년 6월
평점 :

열어보지 말 것 - 미니어처 왕국 훔쳐보기는 상자 하나에서 시작된 작은 세계가 점점 커져,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주 독특한 이야기다.
책이 배송되었을 때 포장 겉면에 열어보지 말 것 이라고 적혀 있어 한동안 동생이 개봉하지 않고 그대로 둔 사소한 소동도 있었다.
책을 처음 펼쳤을 땐 단순한 판타지처럼 보였지만, 읽을수록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깊은 이야기였다. 상자 속에 펼쳐진 왕국,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존재들은 실제 세계와 닮아 있었고, 단지 상상만의 세계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소설의 포인트는 외부에 위치한 인물이 상자속에 개입하기 위해서 전지전능한 신의 포지션이 아닌 같은 세계로 들어가 동등한 입장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는데 이 때문에 책 속의 주인공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에 따라 세계가 조금씩 달라진다.
단순히 신기한 물건이나 환상적인 장소만 나오는 것이 아닌 사람의 감정, 행동에 따른 책임 같은 주제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녹아 있다는 점이 역시 쓰네카와 고타로 다웠다. 쓰네카와 고타로의 소설은 야시와 멸망의 정원만 읽어보았지만 단 두 작품만으로도 이번 작품 열어보지 말 것을 기대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나무 상자 하나로 시작된 작은 용생계가 더 큰 멀티버스, 무려 스무개 이상의 차원이 연결된 방대한 이야기로 커져가는 스케일 또한 소설의 몰입감을 제대로 돕고 있었다.
또한 이 책은 ‘관찰하는 사람’과 ‘행동하는 사람’의 차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그냥 바라보는 것과 직접 움직이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고, 어떤 순간에는 용기를 내서 개입해야만 세상이 바뀐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무겁고 어려운 단어 없이도 중요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다 읽고 나니 ‘작은 것을 열면 더 큰 세상이 보인다’는 말이 머릿속에 계속 남는다. 평소 판타지를 좋아하는 독자뿐 아니라, 현실에 대해 다른 시선으로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의 제목과 표지 또한 무척 매력적이라 책장에 한 권 꼽아놓으면 인테리어에도 무척 훌륭한 책으로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