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O
매슈 블레이크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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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슈 블레이크의 메가히트작이자 데뷔작인 소설 안나 O는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강한 흡입력을 가진 작품이었다. 보통 504p정도 분량의 책이라면 세번정도 끊어 읽는데 이 책은 딱 한번 끊어 두번의 독서타임만에 완독할 수 있었다.

‘잠’이라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주제를 미스터리와 심리학적으로 풀어내며,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생각할 거리까지 많이 남긴다. 특히 최근 넷플릭스 영상화가 확정되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순수재미는 이미 검증받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법심리학자 벤 프린스가 어느 미해결 사건을 의뢰받으면서 시작된다. 중심 인물인 안나 오길비는 정치인의 딸이자 유망한 작가였지만, 어느 날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뒤 깊은 잠에 빠진다. 의학적으로는 ‘체념증후군’이라는 희귀한 상태로, 4년 동안 깨어나지 않은 상태로 살아간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벤은 안나를 깨워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서게 된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이유는 ‘잠’이라는 애매하고 불확실한 요소 속에 기억과 진실이라는 요소들이 뒤엉켜 있다는 점이다. 나는 안나가 왜 잠에 빠지게 되었는지, 벤이 어떤 방식으로 그녀를 깨우려 하는지를 따라가면서 점점 더 복잡하고 헷갈리는 진실의 경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마치 잠든 사람의 꿈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안나 O는 단순한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그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의 감정, 상처, 침묵, 그리고 사회의 시선이 얼마나 한 사람을 왜곡할 수 있는지를 깊이 보여준다.

사람의 무의식과 기억은 때로 진실보다 더 무섭고, 또 애매하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 기억은 언제든 왜곡될 수 있고 심지어 나조차 왜곡된 기억을 진실이라 믿고 있을 수도 있다.

읽는 동안 내가 느낀 가장 큰 질문은 "우리는 정말 다른 사람을, 혹은 나 자신을 정확히 알고 있는가?"였다. 잠이라는 무의식 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는 진실이나 감정들이 과연 안전한 것일까, 아니면 그 속에도 위험이 숨어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은 후에도 여운이 오래 남았다. 단순히 결말 때문만은 아니었다. 인물들의 심리와 그들이 겪는 고통이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누가 옳고 그른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여운 가득한 결말은 이 소설이 영상화가 되었을 때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느끼게 될 충격을 상상 할 수 있게 한다.

안나 O는 스릴러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도 충분히 흥미롭고 몰입감 있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다. 무섭기보다는 서늘하고, 잔인하기보다는 복잡하며, 독특한 분위기와 이야기 구성 덕분에 ‘심리 소설이 이런 재미도 줄 수 있구나’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무엇보다 한두번으로 끝나는 반전이 아닌 말 그대로 반전의 연속인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미스터리 소설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도파민가득한 결말까지 완벽했다.

언젠가 이 이야기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졌을 때, 이 책의 내용을 모두 까먹은 채 다시 접하고 싶다. 이렇게 인상적인 내용의 작품의 줄거리를 잊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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