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던 문 매드앤미러 4
김유라.엄정진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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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앤미러의 네번째 시리즈 없던문을 읽었습니다.


매드앤미러 시리즈는 정말 묘한 매력이 있는데요.


같은 출발점을 가지고 시작한 이야기가 작가의 스타일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갈라지게 되는지를 보는 재미가 정말 크거든요.



이번에 읽게 된 매드앤미러의 없던 문에 수록된 두 작품의 작가님인 김유라작가와 엄정진 작가님은 이번에 처음 알게되었는데요.


두 작품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면서도 갑자기 생겨난 없던 문이라는 주제를 독특하게 풀어나가는 두 이야기가 모두 매력적이라 이렇게 또 매미를 통해 애정하게 될 새로운 작가님을 알게 된 것 같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나씩 소개를 드리자면 



김유라 작가님의 없던 문 '하루에 오백, 계약하시겠습니까'는 어느 날 영훈의 좁은 방 안에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 작은 문이 생기며 시작됩니다.


악마가 건낸 조건은 매우 간단한데요. 그냥 벽에 문만 내주면 네트계약으로 세후 월 천오백을 준다는 것. 그것도 매달이 아닌 매일 하루에 오백씩으로!


다만 그 문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더라도 문 너머로 들어가지 말아야 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네이버 웹툰에서 볼 것 같은 내용이었는데요. 역시나 작가님의 이력을 보니 소설가이면서 웹툰 스토리 작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입니다. 어쩐지 장면하나하나가 영화보다는 웹툰을 보는 느낌으로 머리에 재생이 되는 듯 합니다.



영훈은 문을 열어 살펴보기만 하는 것으로는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되고 벽에 생긴 악마의 문 너머로 보이는 것들에 조금씩 빠져들게 됩니다.


그리고 문 너머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숨겨져있던 욕망을 조금씩 마주합니다.



끝맛이 씁쓸한 다크판타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장면을 상상하는 재미가 있던 작품이었습니다.


두번째 작품은 엄정진 작가님의 어둠 속의 숨바꼭질입니다.


이번 작품에서 없던 문은 지금은 폐아파트가 되어버린 어린 시절 살던 오래된 주공아파트의 화장실에 생겨납니다.


넘어가선 안되는 금기시 되는 문이 아닌 새로운 세상으로 이어지는 문이라는 점이 김유라 작가님의 작품과는 다른 점인데요.



이선은 화장실에 뚫린 없던 문을 통과해 어린 시절 잃어버린 오빠가 존재하는 평행세계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그 곳에 잠식당해 스스로를 잃어버린 채 어린 날의 이선으로 살아가게 될 뻔 하지만 곰돌이 푸 인형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이십대 성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문 너머의 세상은 기이합니다.


과거의 젊은 부모들은 밤이 되면 공룡과 호랑이가 되고 말하는 곰돌이 푸는 이 곳을 조심하라고 이선에게 경고합니다.



여기까지 오면 성인들을 위한 동화의 느낌도 물씬 풍깁니다.


무엇보다 그 결말이 그랬는데요. 묘하게 현실적이면서도 꿈과 희망을 놓아버리지 않은 결말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느껴집니다.



'없던 문'이라는 주제는 너무 매력적입니다. 이런 주제에서는 정말 다양한,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 같은데요.


시작은 같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의 두 작품을 통해 김유라 작가와 엄정진 작가님을 알게 되어 차기작도 기대하게 만드는, 매드앤미러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 없던 문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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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아파트 매드앤미러 3
전건우.전혜진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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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로 처음 접하게 되었던 텍스티의 매드앤미러 시리즈.

같은 한줄로 시작되어 전혀 다른 두 편의 이야기를 한권에 담은 매드앤미러 시리즈는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해 작가만의 고유의 색채를 담아 전혀 다른 이야기로 펼쳐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

이번에는 미스터리 공포 추리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전건우 작가와 역시 스릴러 호러 장르로 유명하지만 서브컬쳐도 좋아하는 전혜진 작가가 매드앤미러 금지된 아파트로 뭉쳤다.

책의 표지 이미지도 그렇고 금지된 아파트라는 제목에서 물씬 풍기는 호러 분위기 때문에 나 역시 등골 오싹해지는 스릴러 호러 장르를 상상하며 작품을 읽었고 예상치 못한 작품의 분위기에 놀라기도 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하나씩 소개를 하자면

전건우 작가의 괴리공간은 금지된 아파트라는 설정을 계속해서 사고가 일어나 결국 공사가 중단된 폐아파트로 소개한다.

그리고 우리가 예상하던 것, 예를 들면 폐아파트에서 귀신이 나온다거나 혹은 폐아파트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난다거나 하는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이 폐아파트는 사실 이세계와 현실에 반쯤 걸친 '괴리공간'이라는 곳이고 이 곳에서는 이계의 위험한 몬스터가 출몰하기 때문에 특별기관에서 괴소문을 흘려 민간인의 출입을 막으며 감시하고 있다는 것!

얼핏보면 괴리공간은 마치 해리포터의 마법사 세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자들이 존재하며 마치 머글들처럼 우리는 그 마법 세계에 대해 모르고 살아가는 것.

하지만 괴리공간은 요즘 웹소설의 장르문학과 비교하면 훨씬 더 익숙하게 다가온다.

던전이 열리고 능력자들은 각성하고 던전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를 잡아 레벨을 올리는 것. 그리고 특별한 스킬을 획득해 나혼자만 사거리 무한, 공격력 무한, 레벨업 등등을 하며 먼치킨무쌍류를 찍는 것으로 더욱 익숙하니까.

전건우 작가의 금지된 아파트 '괴리공간'은 이런 현대판타지류와 설정은 비슷하지만 조금 더 현실적이다. 거짓된 이력서로 점철된 삶을 살아오던 최재수는 괴리공간의 경비로 일을 하게 되면서 자신만의 특성 '거의 없는 듯한 존재감'을 활용해 괴리공간에서 빛을 발한다. 존재감 없는 존재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최재수가 앞으로 살아갈 길처럼 보이기도 한다.

매력적인 설정이었고 조금 더 길게 혹은 후속작이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전에도 선생님이랑 똑같은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요."

"환자 상태가 더 나아지긴커녕 점점 안 좋아지고 있으니, 의사도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고 하지."

두번째는 전혜진 작가의 missing.

괴리공간과 마찬가지로 공사 중 사고로 방치된 폐아파트가 주된 무대로 등장한다. 꼭 이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작 중 선재가 아버지에게 구입한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도 등장하는데 작품을 끝까지 읽고 나면 선재의 낡은 1억짜리 아파트야말로 이 소설의 진정한 금지된 아파트이지 않을까 싶다.

부모의 편향된 사랑으로 인해 소외당한 선재를 상징하는 요소로도 사용되는 아파트와 그런 그녀가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았지만 다시 스스로를 되 찾는 폐아파트의 두 이미지가 교차되며 왠지모를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아무생각 없이 순수 재미를 위해 즐기며 읽을 수 있었던 괴리공간과 읽고 나면 많은 여운이 남는 씁쓸하고 우울하면서 슬프지만 종내에는 묘하게 희망적인 전혜진 작가의 Missing이 어우러지며 매드앤미러 시리즈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뽑아내지 않았을까 싶다.

두 작품을 모두 읽고 금지된 아파트의 표지를 보니 붉고 푸른 두 색상이 구분되어 있다 충돌하는 이미지 역시 이 두 작품을 담은 시리즈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번 설 연휴, 색다른 두 작품이 수록된 한권으로 스펙트럼 넓은 독서를 원하는 분들께 금지된 아파트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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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선 - 뱃님 오시는 날
요시무라 아키라 지음, 송영경 옮김 / 북로드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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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록문학의 대가라 불리는 요시무라 아키라 작가의 파선 - 뱃님 오시는 날을 읽었습니다.


소설 파선은 열일곱가구 백명남짓한 인원들이 살아가는 작은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지독히 먹고 살기 힘든 에도시대 민초들의 삶을 묘사합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약간은 오컬트적인 내용을 예상했었습니다.

밀폐된 어촌 마을에 뱃님이 내려오고 마을 주민들의 기묘한 주술의식과 폐쇄성이 어우러져 그려나가는 호러소설을요.

하지만 실제로 읽게 된 소설 파선은 기록문학의 대가라는 저자의 명성에 걸맞게 오컬트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당시의 삶의 형태를 담백하고 건조한 문체로 세밀하게 표현합니다.

그리고 실체없는 저주나 귀신이 아닌 가진 것 없이 추운 겨울과 기근을 살아나가야 하는 마을 사람들 앞에 닥친 현실이 주는 공포를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이 소설 한편으로 에도시대를 살아가는 어촌 마을 주민의 일생을 체험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소설 파선은 가난과 배고픔을 현실적으로 표현합니다.




긴조는 병이 악화되면서 식욕을 잃었고 죽기 며칠 전부터 가족들은 긴조에게 물만 주었다. 이처럼 죽음이라는 운명이 정해진 자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가족은 없다. p7


"오늘 떠난 고인처럼 먹고 살려는 가족에게 버려지는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아."p9



마을 사람들이 죽은 사람을 대하는 방식부터 입을 덜기 위해 갓난아기를 죽이는 풍습까지요.

당시의 화장 장례 문화로 시대상에 몰입을 더 한 후 소설은 뱃님을 부르는 마을의 풍습을 보여줍니다.

뱃님은 어촌 마을로 흘러들어오는 난파선을 뜻하는데 마을 주민들은 난파선을 유인하기 위해 바다가 어지러운 날 밤, 소급굽기를 하며 위기에 빠진 배를 현혹시키는 등의 기원을 행합니다.



애를 밴 여자를 배에 태우는 것은 풍어를 기원하는 일이고, 새끼줄을 물에 던지는 것은 지나가는 배가 마을 앞에 있는 암초에 부딪혀 망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는 행위다. p28


이 풍습부터가 근원적인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데 위기에 처한 타인의 희망을 이용하는 행위 자체가 에도시대가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제게는 무척이나 기이하고 음습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소설은 뱃님이 오는 시기인 겨울을 아무 수확없이 보내고 다음해를 맞아 흘러갑니다.

마을 주민들은 소금굽기를 멈추고 정어리를 잡고 또 오징어를 잡고 그 다음에는 꽁치를 잡으며 다가올 겨울을 기다립니다.

특히 꽁치를 잡는 법에 대한 설명이 매우 자세한데 이 또한 이미 등장인물들의 삶에 깊이 몰입한 제게는 또 하나의 재미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이 들의 삶에 동화되다보면 어느새 사악해보이던 뱃님을 부르는 의식도 그들이 어쩔 수 없이 살아남기 위해 행하는 삶의 방편으로까지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바다에 빠져 죽은 사람이 세 명, 배 안에는 부상당한 남자까지 합해서 네 명이 있었는데 한 명도 남김없이 때려죽였다."

"반항하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반항할 기색은 없었고 목숨을 구걸했다더라." p125


그리고 그 때 소설 파선은 다시 한번 뱃님을 기다리는 어촌 주민들의 광기를 보여주며 공포를 불러일으킵니다.


어느 날 그 들이 간절히 기다리던 뱃님이 찾아오고 난파선 안에서 붉은 옷을 입은 채 죽어있는 시체들이 발견 되자 마을에는 진정한 의미의 재앙이 찾아옵니다.


소설 파선 - 뱃님 오시는 날은 요시무라 아키라 작가가 왜 기록문학의 대가라 불리는 지 알게 해준 작품입니다. 일체의 과장이나 감성에 호소하는 표현 없이 담백하고 건조하게 써내려간 글은 기록문학만이 줄 수 있는 현실이 줄 수 있는 공포를 극한으로 보여줍니다.

인과응보를 말하하면서도 업 역시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마무리까지, 가난과 배고픔 그리고 생존을 위한 광기를 생생하게 표현한 일본공포소설 파선 - 뱃님 오시는 날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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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로운 생활 - 생활 밀착 네덜란드 로컬 라이프
김지윤 지음 / 마음연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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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일상에세이 더치로운생활 서평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언젠가 삶이 안정화되고 잘 정착하고 나면 와이프와 아기와 함께 해외에서 지내보자고.
거창하게 계획이라고 할 것 까지도 없지만 어쨌든 나의 계획은 우리 가족의 수익모델은 한국에 두고, 해외에서 지내보겠다는 것도 영영 떠나는 것이 아닌 1년 살아보기에 가까웠다.
물론 이 조차도 아내는 너무 길다고 얘기했고 나도 사실 돌이켜보니 해외여행을 길게 나가도 1주에서 2주정도만 있으면 지겨워져 한국이 그리워지는 걸 보면 삶의 터전을 해외로 옮긴다는 것은 정말 만만치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가끔은 동경하고 원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렵기 때문에 로망으로 남는 것 같다.

사실 타국에서 살아보는 건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상상해보기마련이다. 나도 내가 여행을 간 나라마다 여행이 꽤 만족스러우면, 그리고 귀국날자가 다가와 아쉬울때면 언젠가 이 곳으로 다시 와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보통 상하이와 일본, 대만과 같은 나라에서 그런 마음이 들곤 했는데 이번에 읽게 된 에세이 더치로운 생활은 놀랍게도 한번도 경험해본적없고 아마 앞으로도 여행할 일이 없을 것 같은 익숙하지만 낮선나라 네덜란드에서의 삶을 풀어내고 있다.

이 에세이의 저자는 남편의 주재원 생활 덕분에 8,551km 떨어진 네덜란드에서 긴 시간 해외살이를 경험했고 그 경험으로 네덜란드라서 정말 다행이라며 이야기를 전한다.

만약 네덜란드를 별세상으로 생각한다면 역시 오해다. 자유와 규제 사이를 누비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건강한 사회의 모습일 뿐이다. 18페이지

그렇게 이 에세이는 내가 네덜란드에 대해 상상하고 있던 모습을 하나씩 콕 집어 말해주며 사실은 그렇게까지 개방적이지는 않다고 말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기울어지고 좁고 높은 네덜란드의 삶을 통해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생활을 겪으며 어떤 게 진짜 행복인지 느끼고 말한다.

에세이 더치로운 생활을 통해 알게 되는 네덜란드는 정말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새로움 그 자체다.

집은 좁고 낡고 기울어져 있으며 도어락 대신 아직까지도 열쇠를 사용하는 곳.
자동차처럼 넓은 도로로 자전거가 달리는 도시. 산타클로스대신 신터클라스가 존재하는 나라. CCTV는 없지만 자유와 규율이 공존하는 곳.

저자가 네덜란드에서 살면서 겪은 새로움들을 하나씩 풀어가며 관련된 네덜란드의 역사나 정책들을 읽다보면 나도 어느새 네덜란드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게 된다.

에세이 중 특히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줬던 구절을 꼽아보자면.

'우리가 함께 나눴던 모든 순간이 훗날 아이를 ㅣ탱하는 힘이 되어, 큰 세상 속에서 지금 느끼고 배운 삶의 잣대로 인생의 파도를 유연하게 헤엄칠 수 있기를.'
130페이지

언젠가 우리 딸도 걸음마를 할 테고 엄마 아빠를 외치며 졸졸 따라다닐 때가 올 텐데 그 때 이 구절이 생각날 것 같다.
겁나지만 새롭고 신나는 도전을 통해서 우리 아기도 세상을 살아갈 힘과 용기 그리고 자신감을 얻기를.

익숙한 것들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고민하는 분들께, 망설이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책 더치로운 생활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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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온라인 게임
김동식 지음 / 허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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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김동식 작가님의 초단편소설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복날은 간다라는 닉네임으로 읽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초단편소설들을 써서 올렸는데요.

저는 뒤늦게 작가님의 단편들을 읽고 닉네임으로 검색해 하나하나 즐겼었구요.

이번 허블 동아시아출판사에서 출간 예정인 김동식 작가님의 단편소설집 현실 온라인 게임은 이런 초 단편 소설에서 조금 더 분량이 길어진 단편소설들로 이루어진 소설집입니다.

한편에 4~50p 분량 정도의 단편소설이 표제작을 포함해 총 세편이 수록되 있어요.

간략하게 소개를 하자면

첫번째 단편, 현실 온라인 게임

김남우는 자신이 짝사랑하던 여인 홍혜화를 통해 현실 온라인 게임에 대해 알게 됩니다. 이 현실 온라인 게임은 굉장히 특이한데요. 휴대폰 어플을 통해 퀘스트를 전달받고 실제 해당 장소에 가서 지정된 미션을 수행하면 경험치와 극소량의 현금을 퀘스트 보상으로 받게 됩니다. 클래스를 정하고 퀘스트를 수행해 레벨을 올리면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데요. 이 스킬이 허무맹랑하지 않으면서 충분한 메리트가 있어 김남우와 홍혜화는 열심히 이 게임에 빠져들게 됩니다.

예를 들면 텔레포트를 사용하면 선결제 된 택시가 지정된 위치에 도착하고 성직자의 스킬 힐링을 사용하게 되면 호캉스 이용이 가능해지는 식이죠.

그리고 열심히 현실 온라인 게임을 즐기던 김남우는 이 게임이 어떤 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두번째 단편, 이세계 과몰입 파티

김남우는 카페에서 우연히 TRPG를 즐기는 듯한 세명의 남자를 만나고 홀린듯이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무리의 리더인 최무정은 자신들이 TRPG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 전생의 용사들이었으며 그 기억을 되찾아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기억을 복원하는 중이라고 말합니다. 김남우는 컨셉이겠지 생각하면서도 이들의 놀이에 빠져들고 그날 밤 이세계에서 자신이 정말 용사가 되어 있는 꿈을 꾸게 됩니다.

이 단편은 결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말로 다가오는 점이 매우 감명깊었습니다.

세번째 단편, 내일을 부르는 키스

김남우와 홍혜화는 우연히 방문하게 된 관광지에서 키스를 하게 되고 키스를 하지 않으면 영원히 오늘이 반복되는 저주에 걸리고 맙니다.

둘의 사랑은 어떠한 역경 앞에서도 영원할 수 있을까요?

가장 커뮤니티에 올라오던 그 당시의 작가님 스타일에 가깝다고 느껴졌던 단편이었습니다. 인간의 본성과 한계 그리고 배신과 반전이 짧은 분량에 모두 담겨 있어 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단편소설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을 꼽자면

"와! 어떤 게임이죠? 저도 게임 정말 좋아합니다! 요즘은 안 하지만 한때는 로스트아크 랭커였거든요. 와우에 검투사라고 있는거 아십니까. 그거였습니다.

제가 테라랑 아이온도 되게 많이 했었고요. 아 혹시 혜화 씨는 무슨 게임 하시죠? 마비노기 하십니까? 아니면 라그나로크?" p11

이 부분인데요. 소개팅 나가서 급발진하면서 온갖 게임에 대한 이력을 자랑스럽게 늘어놓는 김남우의 모습은 답답하면서도 공감이 됩니다. 심지어 와우 검투사 출신이면 그럴 수 있지 하는 생각도 조금은 들구요.

소개팅녀가 원피스보고 있다고 하자 의류인줄 모르고 에이스 죽을 때 눈물 흘렸다며 열변을 토했다던 글도 떠오르네요.

단편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잘 활용한 세 작품을 통해, 그리고 익숙한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통해 그 때 그 당시 김동식 작가님의 단편소설을 커뮤니티에서 읽던 재미를 떠올렸는데요.

소설의 방향성은 다르지만 끝내주는 아이디어를 임팩트있고 간결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구라치준의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에 수록된 단편 'ABC살인'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긴 분량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이야 말로 책의 첫페이지를 펼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벽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정말 틈틈히 시간 날때마다 재미를 위해 가볍게 읽을 수 있어 더 좋은 김동식 작가님의 단편소설집, 현실 온라인 게임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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