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따뜻한 손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7월
평점 :

한밤의 미스터리 키친과 절벽 위에서 춤추다를 통해 이제는 믿고 보는 작가 이시모치 아사미의 따뜻한 손을 읽었습니다.
오늘 출간된 책인데다 장편이 아닌 연작단편집이라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천천히 조금씩 음미하며 읽어나가려고 했지만 결국 펼친 그 자리에서 단숨에 다 읽고 말았네요.

힐링+로맨스+미스터리라는 책 소개 문구를 보았을때는 사람이 마구 죽어나가는 미스터리장르와 힐링 그리고 로맨스가 어떻게 어울릴 수 있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는데 소설을 완독하고 나니 저만큼 잘 어울리는 소개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은 연작단편의 형식에 맞게 대학 연구실에서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하타 히로코와 평범한 회사원 키타니시 타쿠미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진행됩니다. 각 단편 하나하나의 분량이 3~50p로 총 7개의 히로코와 타쿠미의 이야기가 각각 진행되다 연작단편에 걸맞게 이야기의 줄기가 하나로 합쳐지며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히로코와 타쿠미는 각자의 동거인이 있는데 그들은 인간이 아닌 정체불명의 상위종입니다. 인간의 에너지를 포식하며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으면 죽을 때 까지 에너지를 먹어치울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종입니다. 다만 이들이 먹어치우는 인간의 에너지는 해당 인간의 영혼이 맑을수록 맛이 좋기 때문에 괜찮은 숙주를 발견하게 되면 직접 맛있는 고열량의 요리를 만들어 먹인 후 건강에 해로운 초과 칼로리만 흡수하는 따뜻한 센스도 보여줍니다. 거기에 숙주에게 접근하기 쉬운 아름다운 외모까지 갖추고요.

그래서 소설 따뜻한 손의 표지에 그려진 두 남녀가 잘생기고 예뻣나보네요.
히로코와 함께 사는 수수께끼의 생명체는 '긴짱'으로 니세크로지긴포에서 따온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타쿠미의 동거인은 '무짱'으로 C.L 무어라는 미국 작가의 이름에서 따온 이름인데요. 이 모두가 상대의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외계생명체의 특징에서 따온 별명이면서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있어 왠지모르게 따뜻한 느낌이 듭니다.
사실 힐링 로맨스 미스터리라는 소개와 따사로운 분위기의 표지와 다르게 소설속 각각의 에피소드에서는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죽어나갑니다. 힐링이라는 단어와 무색하게 사람이 죽고 범인이 등장하지만 사건에 휘말린 히로코를 보살피는 긴짱 덕분에 따뜻한 시선으로 소설을 볼 수 있습니다. 히로코의 맑은 영혼을 지켜 맛있는 에너지를 흡수하기 위해 긴짱은 히로코에게 직면한 문제들을 대신 나서서 척척 해결해줍니다.
무짱 역시 타쿠미를 위해 똑같이 행동하구요.
기묘한 생명체들이 등장하지만 이 들에게 닥치는 사건들은 정통미스터리처럼 우직하게 해결됩니다. 미리 던져놓은 단서들은 충실하게 회수되고 사건의 이면에 숨겨져있는 진실들은 짜릿한 반전과 함께 미스터리 장르가 줄 수 있는 재미까지 확실하게 챙기고 있습니다.
사람이 죽어나가면서도 이 소설이 따뜻함을 잃지 않고 보는 내내 마음 편안하게 힐링하며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긴짱과 무짱이 배를 채우기 위해서만 생명 에너지를 먹어치우는 것이 아니라 히로코와 타쿠미를 위해 복잡하고 어지러운 감정들을 먹어치우며 보살피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이번 여름 휴가 때 휴양지에서 느긋하게 읽기 좋은 미스터리 소설 따뜻한 손, 힐링과 위로가 필요한 미스터리 팬들에게 추천드려요.
#이시모치아사미 #아프로스미디어 #따뜻한손 #힐링미스터리 #로맨스미스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