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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관 초연속 살인 사건 - 마녀는 X와 죽기로 했다
미나미 아소부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9월
평점 :

오늘 읽은 책은 미나미 아소부 작가의 일본 특수설정 미스터리 소설 '영겁관 초연속 살인 사건'으로 무려 미스터리 장르에 타임루프를 접목시킨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타임루프 추리소설을 딱 두 편 읽었는데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일곱번 죽은남자'와 시라이 도모유키의' 엘리펀트 헤드'로 두 작품 모두 굉장히 미스터리소설로서의 재미가 엄청났기 때문에 이 작품에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이번 소설은 타임루프를 마녀의 저주라는 형태로 작품속에서 발현되는데 그 방식이 무척 재미있었다.
작품 속 마녀 릴리주디스 에어에게는 세가지 저주가 걸려있는데 첫번째가 사망과 동시에 24시간 전으로 돌아가는 '회귀'와, 사망 시 마지막으로 눈이 마주친 사람을 회귀에 포함시키는 '동반'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체의 변화를 거부하는 '불로불사'까지 이 세가지 저주는 단순한 특수설정을 위한 장치로 작용하지 않고 작품 전반에 걸쳐 깊이있게 사용된다.
소설은 영겁관의 현 당주 샬럿 브래드버리가 병으로 사망하며 유언장의 공개와 장례식을 위해 관련된 사람들이 영겁관으로 모이며 시작된다.
소설은 본격적인 살인사건이 시작되기 전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는 포인트들을 여럿 가지고 있는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3년 전 죽은 브래드버리의 전 당주이자 히스클리프의 아버지인 시어도어 브래드버리의 기묘한 죽음은 정말 자살인가.
이번에 병으로 사망한 샬럿 브래드버리의 죽음은 진실인가. 왜 가족들은 그녀의 시신을 보지 못했는가.
히스클리프 브래드버리의 과거는 무엇일까
와 같은 큼직큼직한 의문부터 시작해 셀 수 없이 많은 소소한 떡밥들까지 어느 하나 작품속에서 유기되지 않고 완벽하게 회수해내는 작가의 필력이 놀랍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구성에 있는데 추리소설의 팬이라면 본격적으로 가장 높은 관심을 두고 몰입할 명탐정과 마녀가 각 각 따로 존재하고 심지어 주인공이자 1인칭 시점의 화자가 히스클리프 브래드버리라는 점이었다.
소설의 극 초반부의 미세한 단서들이 후반부에서 회수되는 작품의 짜임새의 완성도도 매우 훌륭하지만 타임루프물의 재미에도 굉장히 충실하다.
웹소설만 보아도 단순 개연성 없이 회귀를 통해 자극만을 추구하는 작품들이 매우 많은데 논리 그 자체가 매우 중요한 추리소설답게 영겁관 초연속 살인사건은 타임루프를 매우 매력적으로 사용한다.
회귀를 하며 조금씩 상황을 다르게 만들어 그에 따라 실시간으로 달라지는 결과를 관측하는 회귀물만이 줄 수 있는 재미도 충실하다.
그리고 이야기가 후반부로 들어서며 타임루프로 인해 서사가 매우 복잡해지는데 이 부분에서 슈뢰딩거의 야옹이가 생각나며, 두번 세번 곱씹으면서 읽는 재미까지 있었다.
마녀와 저주라는 매력적인 소재와 완성도 있는 이야기의 짜임새에 책장을 덮은 뒤에도 생각나는 여운 가득한 결말까지, 호불호 없이 모두를 만족시킬 특수설정미스터리소설로 '영겁관 초연속 살인 사건'을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