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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스즈키 고지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3월
평점 :
스즈키고지 신작일본호러소설추천 유비쿼터스 서평 현대문학 출간

스즈키 고지의 신작 일본 호러소설 '유비쿼터스'는 읽는 내내 이건 좀 다르다 싶은 소설이었다. 호러 소설하면 흔히 떠올리는, 특히나 작가의 전작이 티비에서 튀어나오는 사다코로 유명한 '링'의 스즈키 고지라면 바로 생각날 귀신이나 저주를 다룬 전통적인 호러가 아니라, 인간이 당연하게 여겨온 자연 그 자체를 다룬 새로운 종류의 공포라서 더 낯설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가장 먼저 인상 깊었던 건 이야기의 시작부분이다. 남극 깊은 곳에서 시추된 얼음과 함께 수천년간 얼어붙어 있던 미지의 존재가 일본으로 들어오면서 사건이 시작된다는 설정이 굉장히 색다르게 다가왔다. 보통 공포소설은 오래된 저주나 원한에서 출발하는데, 이 작품은 시작부터 지구 반대편의 아주 먼 천연의 자연을 끌어와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인공 탐정 마에자와 게이코도 상당히 독특한 캐릭터였다. 개인적으로 이 케릭터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바람을 피우다가 상간남의 아내에게 들켜 직장에서 해고되고, 그 이후 탐정으로 전향했다는 설정 자체가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일본적인 느낌이 강했다. 완벽한 영웅은 커녕 어딘가 망가진 듯 나사 하나 쯤은 빠진 채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점이 오히려 더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게이코와 함께 사건을 쫓는 물리학자 츠유키 역시 흥미로운 조합이었다. 어둠의 투기장에서 3승을 거둔 의사 출신의 물리학자라니... 둘 다 전형적인 케릭터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면서 사건의 핵심에 빠르게 접근하는 느낌이 있었다. 답답하게 질질 끄는 전개가 아니라, 필요한 단서를 잡으면 곧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전개 방식도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는 내가 숨겨진 사실을 눈치채면 질질 끌지 않고 바로 다음페이지에서 츠유키 역시 진실을 깨닫는 스피디한 전개가 일품이었다.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분량임에도 체감 속도가 빠르게 느껴졌던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오컬트적인 설정이다. 예를 들어 선악과가 실제로 존재한다거나, 식물이 인간을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운반자’로 키워냈다는 가설 같은 부분은 단순한 호러라기보다는 거의 SF에 가까운 상상력처럼 느껴졌다. 특히 식물 중심의 세계관이라는 설정은 기존의 인간 중심 사고를 완전히 뒤집는 느낌이라 흥미로웠다.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치던 풀, 나무, 자연이 사실은 훨씬 더 오래되고 거대한 존재일 수도 있다는 발상 자체가 이 소설의 핵심 공포처럼 느껴졌다.
구조적으로도 꽤 인상적이었다. 사이비 종교 집단의 집단 사망 사건을 추적하는 게이코의 이야기와, 남극 얼음에서 비롯된 연쇄적인 죽음 사건이 서로 교차하면서 하나의 큰 흐름을 만들어낸다. 두 개의 축이 따로 놀지 않고 점점 맞물리면서 진실로 접근하는 방식이라 몰입감이 좋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작가의 대표작인 링 시리즈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는 부분이었다. 링이 초자연적인 공포와 저주의 이미지에 가까웠다면, 유비쿼터스는 자연 그 자체를 공포의 근원으로 끌어온다. 그래서 단순한 초자연 호러라기보다는 오히려 SF 호러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특히 이 작품이 앞으로 4부작으로 확장된다는 점이 무척 반갑게 느껴진다. 단순한 한 권짜리 이야기가 아니라, 더 큰 세계관으로 이어질 서장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남는다. 미국을 비롯해 우주까지 이야기가 확장된다고 하니, 이번 작품에서 던져진 설정들이 앞으로 어떻게 커져 나갈지 기대가 된다.
링과는 다르지만, 여전히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작품, 스즈키 고지의 유비쿼터스를 일본 호러소설의 팬들에게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