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만나자
심필 지음 / 서랍의날씨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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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필 작가의 첫번째 장편소설 어제만나자를 읽었습니다.

읽고 나서 소설 어제 만나자가 심필 작가의 첫번째 소설이라는 사실에 놀랐는데요.

600p라는 방대한 분량에도 책을 편 그 자리에서 다음 내용이 궁금해 페이지를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몰입감이 뛰어났습니다.

흔히 보기 힘든 제대로 된 피카레스크 군상극에 느와르 장르의 소설이면서도 어느 정도는 장르문학과 SF소설에도 걸친 낮선 느낌의 소설이었습니다.

장르가 익숙하면 거기서부터는 작가의 필력에 따라 소설의 재미가 달라지는데 오늘 읽은 소설 어제 만나자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작가의 데뷔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만큼 필력이 뛰어나 확실한 재미를 보장합니다.

소설 어제만나자는 주인공 동수가 삶의 끝자락에서 타의에 의해 흡입하게 된 약물에 중독되어 하루씩 과거로 돌아가는 회귀현상에 빠지게 되며 시작합니다.

주인공 동수는 평생 동생 동호를 이용해먹으며 자신의 몰락한 삶을 영위하며 살고 있습니다. 태어날때부터 피지컬은 좋지만 세상 누구보다 순박한 동생 동호를 뒷세계의 투기장에 밀어 넣어 대전료를 받아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그 동안 동호는 수많은 싸움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결국 영구적인 뇌손상까지 생겨나게 됩니다. 순박하지만 멍청하지 않은, 하지만 형을 위해서라면 바보인척하며 스스로 이용당할 줄 아는 동생 동호의 케릭터와 동생을 아끼고 사랑하지만 자신의 안위 이상으로는 사랑하지 않는, 그래서 동생을 이용하면서도 동생을 걱정하는 형 동수의 입체적인 케릭터는 소설을 흥미롭게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소설의 조연들 역시 하나하나의 케릭터가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으로 잘 묘사되어 있어 전체적인 소설에 색감을 더하는데요.

어린 시절 닭에게 눈을 쪼여 개눈이 되어버린 박기춘을 비롯해 연구원으로 일하다 과거로 회귀하는 약을 개발한 월터를 비롯해 주요 빌런을 담당하는 광장그룹의 회장 마장식과 마혁수, 부패경찰 장반장과 달구지파 두목 달구까지.

모든 케릭터가 마치 살아숨쉬는 듯 생생하게 묘사됩니다.

특히 중독자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감각의 표현이 제대로 미쳤는데요.

"의지는 흐려졌는데, 기억은 뚜렷하네. 잊었다고 생각한 기억이 완벽하게 복구되었어. 거짓이나 가식은 이제 남지 않았어. 그저 팩트, 사실만 남은 것이지. 난 이 해방감이 너무 좋아. 사회적인 압박, 내면적인 부담감, 가족으로서의 위선. 이걸 집어던지고 진실 앞에서만 서 보니 삶이 하나의 선이 되 버렸네. 이제야 알게 되었어. 간소화된 삶은 쾌락에 가깝구나." -by 마혁수

일반적인 중독자의 묘사도 끝내주는데 저는 특히 이 진실세럼을 마신 마혁수에게서 드러나는 은은한 광기와 무절제해진 정신상태 표현이 감탄스럽더라구요.



소설 어제만나자는 12월 29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일을 현재 그리고 과거 회귀 그리고 다시 과거가 현재가 만나는 시간까지를 담고 있는데요.

동수의 동생 동호를 제외하면 어느 하나 선한 케릭터가 등장하지 않지만 모든 케릭터가 나름의 매력을 가진 채 살아 숨쉬며 이리저리 튀며 중구난방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이 자세히 살펴보면 모든 일이 인과에 얽혀 이어져 있으며 물흐르듯 이어지는 소설 속 사건들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600p가 짧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느와르버전의 영화 '인셉션' 혹은 최민식 주연의 '악마를 보았다'가 떠오르던 소설 어제만나자도 왠지 언젠가는 영상화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보며 무더운 여름 서늘하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추천드립니다.


해당 리뷰는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와 출판사 서랍의날씨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서랍의날씨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어제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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