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란 직업에 종사하고 있을 때는 위신과 긍지를 갖추고 있는 법이고 일하는 행복을 누려야 할 터이다. 그런데도 하루 여덟 시간을 일할 수 있는 행운을 가진 그녀가 어째서 자기의 삶을 마치 불치의 병처럼 한탄하는 것일까? 내가그녀의 넋두리를 할아버지에게 고하자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 P91

세상의 질서가 견딜 수 없는 무질서를 그 속에 숨기고 있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 P92

아버지가 살아 있었다면 어떤 꾸준한 고집이 내 속에 뿌리•박혔으리라. 아버지의 기분이 내 원리 원칙이 되고, 그의 무지가 내 지식이 되며, 그의 원한이 나의 오만으로, 그의 괴벽이나의 율법으로 변해서, 그는 내 속에 자리 잡고 있었으리라.
그 존경스러운 입주자는 나로 하여금 나 자신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게 해 주었으리라. 그리고 그 자존심을 토대로 삼아 내삶의 권리를 일으켜 세웠으리라. 나를 만든 아버지가 내 장래를 결정해 놓았으리라. 나는 공과 대학생이 될 팔자를 타고나서 평생이 보장되었으리라. 그러나 장바티스트 사르트르는 비록 내 운명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 비밀을 가지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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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좋아하는지, 예술을 좋아하는 자신을 좋아하는지는 좀미묘하지만, 아빠는 오늘도 클래식을 들으며 운전하실 터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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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혼자 여행을 해낸 건 모든 걸 직접 준비해서 누린 경험이어서 더의미 있었다. 이전까지 엄마의 여행이란 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으므로 "언젠가 상황이 맞으면 가야지" 같은 타인의 힘없는 의지가 따라붙었다. 그 의지에 묶여 있던 탓에, 타인도 엄마 스스로도 ‘혼자서는 여행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쉽게 규정했는지도 모른다.
이제 그가 하는 여행 앞에는 ‘언젠가‘ 대신 ‘언제든‘이 붙는다. 가끔씩 엄마의 여행 사진이 도착한다.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조금 어색한 포즈를취한 채 웃는 사람, 그의 사진을 손가락으로 확대해보며 치아가 다 드러나도록 웃는 그를 따라 나도 크게 웃는다. - P111

가족이란 너무 멀 때만큼이나 가까울 때도 서로를 다치게 한다. 어느 누구와의 관계보다 어려운 게 가족이라는 걸 엄마만의 방」을 통해 다시배웠다. 고단한 삶을 뒤로하고 훨훨 날아가 자기만의 삶을 살아내는 엄마처럼, 나 또한 몇 발 떨어진 곳에서 씩씩한 눈을 하고 내 삶을 살아내고 싶다.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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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인데 엄마랑 같이 산마 프로그램을 보면 나도 평소의세 배는 웃는다. 집에서 혼자 봤으면 절대 안 웃었을 대목에서도소리 높여 깔깔깔 웃어버린다. 요컨대 엄마가 웃으니까 덩달아 웃는 셈인데, 요즘 들어 이건 아무래도 굉장한 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 P49

버스로 십오분쯤 걸리는 백화점 나들이는 엄마한테 제법 먼 외출이다. 그럴 때 엄마가 들고 가는 가방은 평소의 파우치 스타일이아니라 가죽(아마도) 가방이다. 콤팩트하지만 도라에몽 주머니처럼뭐든지 들어 있다.
지갑, 휴대전화, 손수건, 티슈, 작게 접은 나일론 에코백, 여기까지는 평소와 다름없지만 작게 접은 슈퍼 비닐봉지도 추가된다. ‘혹시 모르니까‘란다. 그 밖에 돋보기와 카드 지갑 카드라 해봤자 상점 스탬프카드뿐이지만 실로 종류가 다양하다. 거기다 수첩, 화장품 파우치, 빗, 도장, 손톱깎이, 물티슈까지. 참고로 물티슈는 대개찻집에서 나오는 일회용 물수건이다. 안 쓰고 챙겨뒀다 갖고 다닌다. ‘혹시 모르니까‘란다.
그것들이 전부 들어간 작은 가방은 한눈에도 빵빵하다. 들어보면 묵직하다. 많은 물건을 콤팩트하게 수납했다는 기쁨이 가방에서 전해져오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백화점 안에서 마주치는 아줌마들 가방은 대개 작고 빵빵하다. 그 속에 든 것들을 모조리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감상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이런 것까지 갖고 다닌다고?! 하는물건이 속출하리란 예감이 든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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