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혼자 여행을 해낸 건 모든 걸 직접 준비해서 누린 경험이어서 더의미 있었다. 이전까지 엄마의 여행이란 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으므로 "언젠가 상황이 맞으면 가야지" 같은 타인의 힘없는 의지가 따라붙었다. 그 의지에 묶여 있던 탓에, 타인도 엄마 스스로도 ‘혼자서는 여행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쉽게 규정했는지도 모른다.
이제 그가 하는 여행 앞에는 ‘언젠가‘ 대신 ‘언제든‘이 붙는다. 가끔씩 엄마의 여행 사진이 도착한다.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조금 어색한 포즈를취한 채 웃는 사람, 그의 사진을 손가락으로 확대해보며 치아가 다 드러나도록 웃는 그를 따라 나도 크게 웃는다. - P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