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말을 멈추었다. 숨을 멈춘 채 그를 바라보며 어떤 대답이 나오길 간절히 기다렸다. 그가 말을 하려고 애쓰는 것이보였다. 그녀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 마지막 순간에 그녀가비통의 바다에서 그를 구출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만 있다면그녀가 그에게 안겨 주었던 고통에 대한 보상이 되리라. 그의입술이 꿈틀거렸다. 그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의 눈은의식 없이 회칠한 벽을 응시했다. 그녀는 그 위로 몸을 굽히고서 그의 말을 들으려고 했다. 그때 그가 또박또박 말했다.
"죽은 건 개였어."
그녀는 돌로 굳어 버린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납득이 가지 않아서 두렵고 혼란스러운 시선을 그에게 던졌다. - P261

"월터는 상처 받은 가슴 때문에 죽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워딩턴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그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단호했다.
"죽은 건 개였다. 그가 무슨 뜻에서 그런 말을 했을까요? - P271

18세기 영국 작가 올리버 골드스미스의 시 「미친 개의 죽음에 관한 애가(Elegy On the Death of a Mad Dog)」를 일컫는다. 어떤 마을에 사는 남자가 잡종개를 만나 친구가 되었는데 어느 날 그 개가 남자를 물자 사람들이 미친 개에 물린 남자가 죽을 거라고 법석을 떨지만, 남자는 상처가낫고 정작 개가 죽었다는 내용이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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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 확인집에서 역까지 얼마 걸리지 않아서 평소에는 자전거를 타지만, 가끔 걸을 때도 있다. 그때의 즐거움은 화분이다.
남의 집 현관 앞의 화분에는 얼굴이 있다.
똑같은 화분이 나란히 늘어서 있으면 그 집에 사는 사람의꼼꼼한 얼굴이 떠오른다. 멋대로 하는 상상이지만, 방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을까, 반상회 회람판도 보면 바로 다음 집으로 돌릴 것 같다. 똑같은 화분으로 꾸미는 집은 오래오래 피는 성실한 꽃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팬지나 비올라 같은 오래피어 있으면 동네도 밝다. 지역에 공헌하는 사람들의 집이기도하다.
화분 색과 종류가 제각각인 집도 있다. 해마다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 더 사 보태고 있을 것이다.
꽃 종류도 오래 가는가 어떤가보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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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지하는 바깥세상과 나를 분리하고, 공백의 시간을 준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도 뭔가를 생각하고 싶을때도 인파 속이어서 때문에 더 절실하게 혼자가 될 수 있다.
백화점 지하에 보석이나 브랜드 가방은 팔지 않는다. 좀 비싼고기여도 큰마음먹으면 살 수 있다.
백화점이지만 갖고 싶은 것을 전부 손에 넣을 수 있는 층에있다!
그 사실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날도 있다. 적어도 내게는. - P23

메일 송신 이력을 스크롤하면 ‘소핑센터‘, ‘아누것도 하지 않는여행‘, ‘다단해!‘ 등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잇따라 오타가 보인다.
급히 보내지 말고 한 번 더 읽어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알고 있지만, 다다다다다다 치다가 탁 누르게 된다. 그러나 받은 메일은 몇 번이고 다시 읽는다. - P52

보내기를 누른 후, 바로 문장을 확인한다. 이것은 단순한 확인.
이어서 타인의 시점에서 확인. 조금 시간을 둔 뒤,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다시 읽어본다.
‘다단해!‘는 뭐야, 이 사람 참이런 식으로.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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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말이니?"
외삼촌은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그것으로 살아갈 수 있잖아요."
"그렇지도 않아. 나 나름대로 처음에는 고민도 많이 했어. 글쎄 내가 아버지의 뒤를 잇다니, 그런 건 꿈도 꾸지 않았으니까.
지금도 헤매기만 해. 하지만 누구든 자신이 정말로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는 건 아닐 거야. 평생에 걸쳐서조금씩 알아가는 것일지도 몰라."
"나는......" 이런 식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데......"
외삼촌은 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렇지 않아. 인생이란 가끔 멈춰 서보는 것도 중요해. 지금이러고 있는 건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서의 짧은 휴식 같은 거라고 생각해. 여기는 항구고 너라는 배는 잠시 닻을 내린 것 뿐이야. 그러니 잘 쉬고 나서 다시 출항하면 되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내가 자고 있으면 잔소리를 하잖아요."
내가 얄밉다는 듯이 말했다.
외삼촌은 아하하, 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
"사람이란 존재가 본래 모순투성이란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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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나는 두려움 속에 얼어붙어 있었다. 걷는 것에대한 두려움, 움직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내가 모르는무언가가 고통을 불러와 오늘 하루를 훔쳐갈지도 모른다는두려움이었다. 나는 누구보다 이 두려움을 잘 안다.
경계선에 가까스로 매달려 있어서 손가락 하나 떼기조차무서운 마음을 이해한다.
집 안에 안전하게 머물며 그림을그리면 정말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꽃과 나뭇잎은 나를 두려움으로부터끌어내 집 밖으로 향하는 문을 열게해주었다.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나는 평화와자유를 향한 유일한 길은 용기와믿음을 갖고 낯선 세상으로 첫발을내딛는 것임을 배웠다. 새로운 미래가간절하다면 두려움을 딛고 첫발을 떼라.
평화는 두려움의 반대편에 있다. - P110

나는 몸이 아플 때마다 내가 사랑하는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하는 일은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서비롯된 반응이었다. 제대로 해내지못한다는 것 자체는 근본적인 문제가아니었다.
그러다가 이런 식의 생각은 지속가능하지도 건강하지도 않다는 사실을깨달았다. 쉬면서 스스로를 돌보는일은 게으른 것과 아무 상관이 없고,
거절한다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배워야 했다.
이 챕터의 작품을 만들면서 내 곁에서매일 나를 지켜야 할 사람은 결국나 자신이라는 깨달음을 되새겼다.
당신은 부디 나처럼 스스로를몰아붙이고 자신을 비하하지 않기를바란다. 당신은 멋지고, 당신은충분하니까.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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