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마지막 우체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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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다면, 아오조라 우체국으로.’

죽음 뒤 49일은 현실 속에서도 특별한 시간이다. 남은 이들이 ‘사랑하는 존재를 잃었다’는 사실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시간이다. 더는 현실에 없는 존재, 그의 자리는 남겨진 이들에게 믿고 싶지 않은 슬픔이다.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일을 하다가 잠시 쉬는 틈에도 불현듯 떠오르는 그 모든 순간들을 묵묵히 이겨낼 수 있도록 남은 자들에게 허락된 시간이 49일이라 생각한다. 여전히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만 같은 현실 감각을 49일 동안 산 사람은 떠난 이를 마음속에서, 기억에서 그리고 현실에서 서서히 떠나보내야 한다.

이 책 속의 인물들은 ‘편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성숙한 이별을 하게 된다. 소설이지만 49일 안에만 편지를 보낼 수 있다는 상황 설정은 판타지 이전에 현실적으로 와닿는 부분이다. 이 기간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하지 못하면 평생을 전하지 못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이 책 속의 인물들은 자신의 형편에 비해 큰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진심을 전하고 죽은 이로부터 듣지 못했던 속마음을 알게 된다. 이별 뒤에 우리는 떠난 이 앞에서 미안하고, 고마웠고,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진다. 죽음과 이별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슬픔의 바닥은 끝이 없지만, 살아있기에 숨을 쉬고, 밥을 먹는 그 사소한 일조차 허락을 구하고 싶어진다.

이들에게 49일은 슬픔을 유예하는 시간이 아니라,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전하고 정리하도록 허락된 마지막 기회였다. 실제 삶에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당신은 누구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지를 되묻게 된다. 나는 이 질문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이 났다. 아득하게 희미해져 가는 할머니의 눈빛을 보며 우느라 ‘고마웠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못했다. 그때는 어렸고, 죽음을 가까이에서 본 것도 처음이었으니까. 어쩌면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 역시 나처럼 어떤 누군가의 죽음을 떠올리며 하지 못한 말을 정리하고 온전한 이별을 하게 될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세상의 마지막 우체국>은 최애 아티스트를 잃은 ‘마키무라 미키’, 은인을 배신한 남자 ‘오키’, 학교 폴력으로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준 할머니와 특별한 관계였던 ‘메구미’, 남편의 죽음 뒤 반려견 ‘페로’를 잃은 중년 여성, 첫 번째 이야기 주인공 마키무라의 최애 아티스트의 연인이자, 그 연인을 잃은 성공한 사업가 ‘잇페이’ 이들 각각의 사연과 죽음을 애도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결국은 사랑과 후회, 감사의 마음을 편지에 꾹꾹 눌러 담아 전하는 이야기다.

천국에 머무는 49일 안에 편지를 보낼 수 있으며, 우편 요금은 보내는 사람의 수입에 따라 금액이 다르고, 답장을 받고 싶으면 두 배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고 누구에게 어떤 말을 담아 마지막 편지를 쓸 것이며, 어떤 대답을 듣고 싶은가.

“그래서 네 마음을 잘 알지. 살아도 돼. 살아도 되고말고.” p46

나는 무라세 다케시의 책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을 읽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 그 책이 궁금해졌다. 소설이지만, 이 책 속에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진실된 말들이 고스란히 문장이 되어 새겨 있었다. 따스했고, 뭉클했으며, 살아있는 내가 모처럼 자랑스러웠다.

오팬하우스 @ofanhouse.official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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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제인 오스틴 365 - 하루 한 문장, 제인 오스틴을 오롯이 만나는 기쁨
타라 리처드슨 지음, 박혜원 옮김, 제인 오스틴 원작 / 알레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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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좋아하지만 긴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부담감은 분명 있을 것이다. <매일매일 제인 오스틴 365>는 그녀의 글을 이해하라고 독촉하지 않으며 하루에 하나씩, 365 동안, 제인 오스틴의 문장과 생각 그리고 그녀의 삶의 한 단면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한다. 소설 속 문장뿐만 아니라 주고받았던 편지들을 통해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삶의 결을 짐작해볼 수 있었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세계를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어쩌면 영광일지 모르겠다. 부담 없이 매일 그녀가 남긴 문장들과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뜻깊은 시작이 아닐까.

이 책은 끝까지 읽어야지 하는 마음보다는 부분적으로 만나는 오스틴의 작품 속 문장들을 통해 오히려 그녀의 책을 찾아 읽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읽었던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장이 있었었나, 왜 나는 이 좋은 문장을 그냥 지나쳤던 것이지?’하는 생각이 들며 나도 모르게 책장으로 다가가 제인 오스틴의 책을 펼쳐보기도 했다. 스토리를 따라가며 몰입해서 읽을 때와는 달리 발췌된 짧은 문장들을 통해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문장을 곱씹으며 사유하는 시간이 되어 주기도 했다.

365일 순차적으로 읽지 않아도 좋을 듯하고, 매일 필사를 하며 제인 오스틴의 문장과 깊이 있는 만남을 가져도 충분하다. 독서를 하고 싶지만, 일상이 바빠서 엄두가 나지 않았던 분들에게도 이 책은 부담없이 손이 갈 책이다.

제인 오스틴의 글이 지금까지 단단하게 남아 있는 이유는 인간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이라고 생각했다. 사랑과 오해, 자존심과 편견같은 인간의 감정을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글로 그려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게 된다. 오래된 문장 속에서 지금을 살아가면서 느꼈던 감정들, 내가 저질렀던 실수들, 지금도 여전히 안고 있는 고민과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듯했다. 그녀가 일상을 얼마나 세밀하게 관찰하고, 사람의 감정을 얼마나 섬세하게 다루고 있었는지 알 것만 같었다.

그녀의 작품을 지나치게 분석하지 않아서 좋았고,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나에게는 독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가 있다. 내가 읽은 책들을 눈여겨보며 책 읽는 즐거운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고전을 어려워하는 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어졌다. 매일 읽는 습관을 기르기에도 좋은 책이다. 제인 오스틴의 문장을 통해 그녀가 고전의 세계로 입문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다. 나 역시 잊고 있었던 제인 오스틴의 문장을 찾아 얼마 전 사둔 오스틴의 책들을 펼쳐봐야겠다.

이 책은 알레 출판사 @allez_pub에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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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 - 융과 함께 다시 시작하는 인생 수업
최광현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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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극이란 ‘반대의 극’ 즉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의 성질을 말한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희망의 끝엔 절망이 있다. 인생은 두 극단의 끊임없는 충돌과 화해로 만들어지는 서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융 심리학의 핵심 메시지 ‘대극의 원리’를 바탕으로 중년 이후 주체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차분하지만 강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대극으로 인한 고통에 주저앉기보다 대극의 융합과 조화를 통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하라는 메시지를 준다.

마흔 이후의 삶은 심리적, 신체적, 정신적으로 이전과 다른 변화를 맞이하는 시기이다. 어쩌면 제 2의 삶의 전환점이자, 지금까지 살아온 값을 정산하고, 남은 생의 기댓값을 다시 설정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삶의 중요한 과제를 두 극단의 균형을 찾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며 중년의 혼란은 위기가 아니라 또 다른 성장을 위한 긍정신호로 받아들이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이 끊임없이 시험대에 오른다. 그때마다 무너지는 자아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데 이 책을 통해 그 과정 또한 당연한 일임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보이는 나와 살아간다고 착각하지만 동시에 드러나지 않은 그림자로서의 나와의 동행임을 알아채지 못한다. 중년의 자기다움은 그 그림자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두 극단이 충돌했을 때 삶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가는 큰 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저자는 평생에 걸쳐 자기를 발견하고, 그 모든 것의 통합으로 ‘자기실현’이라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년에 접어들며 나는 ‘내가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은 순간을 자주 발견하곤한다. 여리고 겁도 많아 뭔가를 새롭게 도전하는데 늘 뒤걸음치던 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남편보다 더 과감해져 있는 나를 발견하곤한다. 중년이 되면서 내면의 대극도 서로 자리바꿈을 하고 있었나 보다.

‘중년에 이르렀을 때 자기 안에 있는 무의식적 인격의 대극을 수용하고 삶 속에 통합하는 사람은 행복한 중년을 보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부드럽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중년 남성을 보기도 하고, 추진력과 강한 에너지로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중년 여성을 만나기도 한다.’ p75

나는 오랫동안 사회적 가면에 익숙해져 살아가던 사람이었다. ‘간호사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무조건 친절해야 한다.’ ‘엄마는 아이 앞에서 강해야 하고, 밝아야 하며, 희생은 당연한 것이다.’라며 힘들어도 괜찮은 척,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려 애쓰느라 정작 내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지금 살아가는 나는 ‘진짜 나’가 맞는지 조차 스스로 확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안전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니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것을 하고 있을 때 가장 나다운지 찾아갈 수 있었다.

‘중년은 사회 초년생과는 달리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명석한 두뇌와 성실함 그리고 운이 더해져 성공을 거머쥐게 되면 이야기는 단순히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p97

맞다. 중년에 이르면 직급도 올라가 있고 책임도 커져 있다. 나 역시 한 부서의 장이 되면서 그 동안의 고생을 다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이 책에서 말한 ‘자아팽창’의 시기를 지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운 좋게 얻은 자리도 영원하지 않았다. 평간호사가 아니니 누군가의 시기와 질투는 피할 수 없었고, 부서가 사라지니 그 직책도 한낱 신기루에 불과했다. 인생에서 가장 쓴맛을 본 시기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나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페르소나를 발견했다. 엄마이자 간호사였던 내가 대극의 연금술로 작가의 삶을 살게 되었다.

이 책은 중년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삶의 파동을 융의 대극의 원리를 적용해 이해하기 쉽고 깊이 있게 풀어내고 있다. 희망은 여전히 가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살면서 겪게 되는 일에 ‘영원’이란 없다는 것을 ‘대극’이란 개념의 이해를 통해 삶을 재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성공과 실패는 한 끗 차이다. 극단적인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균형을 이루는 중심에 서야겠다. 많은 이들이 책을 통해 중년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삶에서 일어나는 두 극단의 공존을 인정하고, 균형을 이루려는 노력을 통해 자기발전과 자아실현의 기회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래 보며 이 책의 서평을 마친다.

요조앤 @yozo_anne 님께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청림출판사 @chungrimbook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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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온도 사전 - 체온 36.5℃를 기준으로 보는 우리말이 가진 미묘한 감정의 온도들
김윤정 지음 / 구텐베르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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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미묘한 사람의 마음을 우리말만큼 다층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언어가 과연 또 있을까? <우리말의 온도사전>을 읽으면서 단어의 뜻보다는 그 단어가 지닌 온도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학생들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글을 통해 느낄 수 있었으며, 아직 여물지 않은 아이들의 감정까지 세심히 들여다볼 줄 아는 교사라는 사실이 글 곳곳에서 단번에 드러났다.

이 책 속에 나오는 ‘닻단어’와 ‘쪽단어’들은 각기 다른 온도를 지니고 있었다. 일상에서 흔하게 쓰는 단어인데도 미처 나는 그 온도를 제대로 들여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사람의 감정과 닿아 있는 단어이기에 그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말의 온도로 직결되고, 누군가의 마음을 데우기도 하고 식게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더 적절하고 따뜻하게 사용해야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이러한 노력은 타인의 감정까지 어루만져 주고, 품어줄 수 넓은 아량으로 이어진다. 단어의 온도가 높을수록 타인을 향한 시선도 따스해질 것이며 나아가 공감하는 능력 역시 좋아질 것이다.

닻단어를 먼저 알고, 파생된 쪽단어를 들여다보면 ‘아, 단어에도 체온과 같은 온도가 저마다 있었구나’하고 느끼게 된다. 미묘한 차이로 어떤 단어는 조금 더 차갑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단어는 더 뜨겁게 다가오기도 했다. 게다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저자만의 사유를 가져와 단어의 온도를 해석해 주는 글이 무엇보다 매력적이었다. ‘이렇게도 이 단어를 풀어낼 수 있다고?’라며 놀라기도 했다. 오히려 저자의 사유가 담긴 해설이 사전적 의미보다 더 이해가 쉬웠고. 그 단어가 지닌 온도가 어떤 결인지 쉽게 감이 올 정도였다.

평상시에는 무심히 지나치던 단어들이 새롭게 보였다. 익숙하다고 여겼던 단어들이 사실은 얼마나 다정한 말이었고, 또 그 얼마나 따스했으며, 때로는 그 얼마나 차갑고 단단했는지 그 단어 속에 숨어 있던 온도를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감정과 정서를 표현하는 우리말의 다채로움이 새롭게 다가왔고 내 언어의 한계도 실감하게 되었다.

감정이 솟구치듯 표출되는 순간 말문이 턱 막히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어떻게든 이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데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뇌가 정지된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럴 때 이런 단어도 쓸 수 있겠구나’라고 깨닫곤 했다. 내가 유난히 좋아하는 ‘애틋하다’라는 단어를 만났을 때는 괜히 반가웠다. 저자는 ‘애틋하다’의 온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약 36.0℃ (안쓰러움) / 약 37.0℃ (사랑스러움)
가여워서 마음이 살짝 안쓰러워졌다가도,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다시 마음이 따뜻해지는,체온 언저리를 오가는 미묘한 온도. 안타까움과 다정함이 섞여, 슬픔도 기쁨도 아닌 경계선에 머무는 마음이다. p212

절묘한 온도 설정이다. 하나의 단어에 어쩜 이러헤 세밀한 체온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일까. 놀랍고 또한 아름답다. 마음의 온도를 드러내는 우리말이 사랑스러워졌다. 오래오래 기억해서 말할 때나 글을 쓸 때 적용하고 싶다. 이왕이면 따뜻한 체온이 전해지는 언어를 골라 쓰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나처럼 드러내고 싶은 감정은 가득한데 쉽게 말문이 트이지 않아 답답했던 이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말을 하든 글을 쓰든 한마디 말에도 온기를 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가지처럼 뻗어나간 쪽단어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온도가 높은 단어를 선택하는 힘이 생길 것이다.


장미꽃향기 @bagseonju534님께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구텐베르크 @gutenberg.pub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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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춤 - 논쟁은 줄이고 소통은 더하는 대화의 원칙
제퍼슨 피셔 지음, 정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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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하고 싶다’이 말의 뜻은 ‘타인에게 먹히는 말’을 하고 싶다이다. 누구나 공감하기 쉬운 말을 일상에서도 할 수 있다면 소통의 부재는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책을 서평하고 싶었던 이유가 어떻게 하면 내 생각을 오해없이, 마음 상하지 않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늘 따라다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일상의 격랑 속에서 직접 깨우친 소통의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나만 선택하라. 지금 당장 가장 마음에 와닿는 것 하나를 골라 가능한 한 빨리 실천해 보자’라고 말했다. <잠시 멈춤>이란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미리 밝혀 줘서 읽는 내내 ‘딱 하나면 충분하다!’라는 마음으로 읽었다.

에너지를 헛된 곳에 낭비하지 않아도 될 현실적인 조언들이 쏟아져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껏 이기는 대화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라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기 때문이다. 뾰족한 가시로 가슴 속 심장을 후벼파는 것같이 아팠다. ‘이렇게 말해야 했는데’ ‘왜 저 사람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라고 느끼는 순간이 일상에서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나는지 모른다. 소통의 부재로 치밀어오르는 그 답답함을 참지 못해 진짜 화병이 날 것만 같은 적도 있었다. 어쩌면 나는 대화라고 하고 있었는데 마음 한편으로는 ‘내가 하는 말은 맞고, 네가 하는 말은 틀렸어’라며 처음부터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자꾸 내게 반기를 드니까 마음은 마음대로 상하고, 그에 분명하게 되받아치지 못한 것이 억울해 잠 못 이룬 것은 아니었을까.

소통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이해하고 나오는 말이어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말하고 싶지 않고, 들키고 싶지 않은 자기만 아는 상황 속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이면의 나’를 안고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저자는 ‘대화란, 이기는 것이 아니라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맞다. 이기려고 서로 마주한 것이 아닌데 말하다 보면 감정이 상할 때가 종종 있다. 대화는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대화하다 보면 ‘아, 이 사람이 이래서 그런 행동과 말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모든 대화가 이해의 장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은 인내와 관심으로 서로를 탐색하는 성숙한 대화를 하는 데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속이 뻥 뚫리는 것만 같았다. ‘이럴 땐 이렇게 말해!’하고 알려주는 구체적인 예시 하나하나가 ‘왜 그때 그 말을 못했을까?’ 하고 답답하고 속상했던 내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런 대응 방안이 없었다. 그러나 이 책으로 인해 ‘아, 이렇게 말하면 되겠구나’ ‘아 이런 방법이 있었어?’ 깨달음을 얻고, 이기고 지는 것이 없는 격 있는 소통의 기술을 배운 듯하다.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생각에 선을 넘는 대화도 그냥 꾹 참고 넘긴 적도 있었다. 이것이 스스로를 얼마나 힘들게 한 것인지 나는 충분히 알고 있다. 이제는 이 책을 통해 때로는 단호하게 말할 필요도 있고, 무례한 상대까지 품어가면서 스스로를 깎아내릴 필요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죄송합니다’라는 좋은 의도의 말도 어떤 이에겐 나를 낮게 평가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것에 공감했다. ‘자신 없는 말투’ 내가 가장 신중하게 다뤄야 할 것이었다.

웃는 얼굴로 나의 가치를 깎아내려 말하는 이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꼭 이런 사람 있지 않나.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이다. 분명히 그 말이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 자리에서, 그 사람의 말이 너무나 어이없는지라 대꾸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 여기고 말았다. 그러나 그 사람에게 해야 할말을 못 했기 때문에 앙금이 남는 것이다.

살다 보면 말도 안 되는 뜻밖의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임기응변에 능한 사람을 볼 때면 참 부럽다. 이 책이 모든 상황에 정답이 되어 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어떻게 말을 꺼내 보면 좋을지 시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 한 권으로 인생 공부 제대로 한 듯한 기분이다. 통쾌하다.

왜 저자가 1,0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지 이 책을 읽어 보면 이해할 것이다.!!

흐름출판사 @nextwave_pub에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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