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온도 사전 - 체온 36.5℃를 기준으로 보는 우리말이 가진 미묘한 감정의 온도들
김윤정 지음 / 구텐베르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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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미묘한 사람의 마음을 우리말만큼 다층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언어가 과연 또 있을까? <우리말의 온도사전>을 읽으면서 단어의 뜻보다는 그 단어가 지닌 온도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학생들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글을 통해 느낄 수 있었으며, 아직 여물지 않은 아이들의 감정까지 세심히 들여다볼 줄 아는 교사라는 사실이 글 곳곳에서 단번에 드러났다.

이 책 속에 나오는 ‘닻단어’와 ‘쪽단어’들은 각기 다른 온도를 지니고 있었다. 일상에서 흔하게 쓰는 단어인데도 미처 나는 그 온도를 제대로 들여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사람의 감정과 닿아 있는 단어이기에 그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말의 온도로 직결되고, 누군가의 마음을 데우기도 하고 식게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더 적절하고 따뜻하게 사용해야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이러한 노력은 타인의 감정까지 어루만져 주고, 품어줄 수 넓은 아량으로 이어진다. 단어의 온도가 높을수록 타인을 향한 시선도 따스해질 것이며 나아가 공감하는 능력 역시 좋아질 것이다.

닻단어를 먼저 알고, 파생된 쪽단어를 들여다보면 ‘아, 단어에도 체온과 같은 온도가 저마다 있었구나’하고 느끼게 된다. 미묘한 차이로 어떤 단어는 조금 더 차갑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단어는 더 뜨겁게 다가오기도 했다. 게다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저자만의 사유를 가져와 단어의 온도를 해석해 주는 글이 무엇보다 매력적이었다. ‘이렇게도 이 단어를 풀어낼 수 있다고?’라며 놀라기도 했다. 오히려 저자의 사유가 담긴 해설이 사전적 의미보다 더 이해가 쉬웠고. 그 단어가 지닌 온도가 어떤 결인지 쉽게 감이 올 정도였다.

평상시에는 무심히 지나치던 단어들이 새롭게 보였다. 익숙하다고 여겼던 단어들이 사실은 얼마나 다정한 말이었고, 또 그 얼마나 따스했으며, 때로는 그 얼마나 차갑고 단단했는지 그 단어 속에 숨어 있던 온도를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감정과 정서를 표현하는 우리말의 다채로움이 새롭게 다가왔고 내 언어의 한계도 실감하게 되었다.

감정이 솟구치듯 표출되는 순간 말문이 턱 막히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어떻게든 이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데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뇌가 정지된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럴 때 이런 단어도 쓸 수 있겠구나’라고 깨닫곤 했다. 내가 유난히 좋아하는 ‘애틋하다’라는 단어를 만났을 때는 괜히 반가웠다. 저자는 ‘애틋하다’의 온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약 36.0℃ (안쓰러움) / 약 37.0℃ (사랑스러움)
가여워서 마음이 살짝 안쓰러워졌다가도,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다시 마음이 따뜻해지는,체온 언저리를 오가는 미묘한 온도. 안타까움과 다정함이 섞여, 슬픔도 기쁨도 아닌 경계선에 머무는 마음이다. p212

절묘한 온도 설정이다. 하나의 단어에 어쩜 이러헤 세밀한 체온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일까. 놀랍고 또한 아름답다. 마음의 온도를 드러내는 우리말이 사랑스러워졌다. 오래오래 기억해서 말할 때나 글을 쓸 때 적용하고 싶다. 이왕이면 따뜻한 체온이 전해지는 언어를 골라 쓰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나처럼 드러내고 싶은 감정은 가득한데 쉽게 말문이 트이지 않아 답답했던 이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말을 하든 글을 쓰든 한마디 말에도 온기를 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가지처럼 뻗어나간 쪽단어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온도가 높은 단어를 선택하는 힘이 생길 것이다.


장미꽃향기 @bagseonju534님께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구텐베르크 @gutenberg.pub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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