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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 - 달콤쫄깃 시골 라이프 쌩리얼 생존기
원진주 지음 / 해뜰서가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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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의 저자 원진주님은 방송작가라고 해요. 저자 소개를 읽어보니 <TV 동물농장> <모닝와이드> <생방송 투데이>< 생방송아침이좋다> 등등 다수의 프로그램을 집필한 이력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일까요? 글 사이마다 재치가 넘칩니다. 우리가 방송을 보면서 느끼는 그 감칠맛이라고 할까요? 읽어보면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눈치채실 겁니다.
사실 저는 시골에서 나고 자랐어요. 도시에서만 생활하던 사람이 시골에 와서 겪는 일들이 제겐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 역시 취업과 동시에 고향을 떠나 산 지 20년이 넘어서다 보니 나이가 들수록 아침에 일어나서 맡던 풀냄새, 흙냄새, 아득히 들려오던 새소리, 모내기 철이 되면 집마다 돌아가면서 모를 심으며 부르던 노동요, 조금만 걸으면 시냇물에 발담그고 철없이 놀던 그 시절이 지금은 꿈만 같기만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이 고도로 발전해 갈수록 우리 삶은 점점 더 무미건조해지고 있다는 것조차 무감각해진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했어요. 살아지는 대로 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요. 그 헛헛함을 채우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물건들을 사들이고 무언가 스스로 힘을 들여 일궈내는 일에서 소홀해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또 나중에 나이가 들어 일흔 살, 여든 살이 되어 지나온 시간을 돌아봤을 때 너무 치열하게 살아온 기억만 떠오르지 않도록, 조금은 내가 중심이 되는 삶을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p33
이 글을 읽는 순간, 제 마음을 들킨 것 마냥 가슴 밑바닥부터 뜨끈한 무언가가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었지요. 매년 3월이 되면 쉬는 날이면 친정에 가서 농사일을 도와 드려요. 결혼해서 자식을 키워보니 한 해 농사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 누구보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뙤약볕 아래서 흘린 땀방울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일해도 자연이 도와주지 않으면 인간은 그저 무력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이 책 속의 저자 역시 이런 과정을 겪어 나가며 자연과 친해지는 법을 배워갑니다.
저는 한 해 농사가 작년보다 못하다고 속상해하는 부모님의 모습만 봐도 심장이 그렇게 아리던데, 오히려 내가 걱정하는 내색을 비추면 이렇게 말씀하셔요. “걱정한다고 하늘이 하는 일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나. 그래도 농사는 지어야지.” 저는 이 말씀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삶은 지속된다. 그러니 걱정할 시간에 몸을 더 움직여라’는 말씀처럼 들렸어요. 노동의 순간은 그 걱정마저 잊게 하니까요. 순리에 맡기는 것지요. 그렇게 일복을 챙겨입고 나서는 부모님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내 가슴이 아팠지만, 그 또한 제겐 귀한 가르침이었지요. 몸으로 삶을 배워가는 즐거움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요. 흙에서 나는 냄새와 촉감이 좋다고 할 때 ‘이 사람 이제 농촌에서 사는 즐거움을 제대로 알아가겠구나’하는 마음이 들어가고요.
시골에 가면 동네 주민분이 참 반갑게 맞아주셔요. 이들 부부 역시 동네 어르신들의 따뜻한 관심을 받고 있는 듯하고요. 아무리 농촌도 예전 같지 않다고 하지만, 여전히 ‘인심은 풍년’인 곳도 있답니다. 제 고향 역시 마을 회관에서 음식을 해서 나눠 드시고, 말도 없이 집안에 과일이며 만든 음식을 놓고 가셔요. 그런데 더 신기한 것 그 음식을 누가 가져다 놨는지 단번에 아시더라고요.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 누가 가져다 놓은 줄도 모르고 먹으면 어떻게 해요?” 했더랬죠. 친정엄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뭐, 못 먹을 거 줬을까 봐? 쯧쯧” 혀를 차시더라고요. 도시에서 팍팍하게 사느라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삭막해졌나봐요.
이들 부부는 벌써 당진에서의 귀촌 생활이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이 책 속의 흐름대로라면 그 사이 많은 것을 일구고, 그 과정속에서 삶의 짐도 조금씩 덜어내는 법도 알아간 듯하다. 몸고생 마음고생 글자 하나하나에 알알이 박혀 고스란히 느껴진다. 몸도 마음도 이전보다 묵직해져 있다. 이 책 한 권으로 그들이 경험한 쓰다면 쓰고, 달다면 단 시골 적응기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솔직하고 인간적이다. 한 공간에 있어도 남보다 못한 부부로 사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가장 힘든 순간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면서 부부간의 신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서로 이토록 몰입하고 집중하고 사랑하면 그게 결속력이지. 결속력이 별개인가.’ p206
맞다. 힘들 때 서로의 비빌 언덕이 되어 주는 일만큼 단단한 결속력도 없을 것이다.
사람은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 순간이 왔을 때 너무 낯설지 않도록 조금싹 자연과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시골에서의 삶은 꿈도 못 꿀지라도 가끔 지나면서 바람 소리도 들어보고, 하늘 속 구름의 흐름도 느껴보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자연의 품만큼 조건없이 안길 수 있는 곳은 없지 않은가. 자연 속에서 힘을 빼고 잠시 쉬어 가도 우린 괜찮지 않나.
매일을 치열하게 사느라 자연의 속도를 잊은 사람에게 권해드립니다.
흙냄새 사람의 정이 그리운 분들에게도 이 책이 따뜻한 위로가 될 것입니다.
또한 부부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gbb_mom 단단한맘 @gurm.luv 구름님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haeddlebookcase 해뜰서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