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편 우리 한시 - 말과 생각에 품격을 더하는 시 공부
박동욱 지음 / 빅퀘스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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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를 필사해 보고 싶었다. 강경희 작가의 <고전 명언 필사책>에 나오는 한시를 잠시 접한 적이 있었는데, 한시를 쓰고 난 후의 그 여운이 아련히 남아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듯하다. 필사해 보니 한시 한편 한편이 마음의 고삐를 늦춘다.

이토록 짧은 시 한 편에 작은 우주 하나가 들어있다. 쓰는 이가 맞닥뜨린 자연에서 느껴지는 숨결 그리고 인생의 덧없음과 깨달음, 인간이기에 생겨난 숱한 감정과 생각들, 이 모든 것이 일정한 리듬을 갖고 한 편의 시가 되었다. 내 손끝을 통해 종이 위 글이 되는 순간 느껴지는 사유와 감정들은 읽기만 했을 때와 또 달랐다. 머리로 시가 전하는 의미를 어림짐작 하는 것보다 쓰면서 가슴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익숙한 사람이 되어 가는 것만 같다. 필사가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 한시 필사를 꾸준히 하다 보면 내 삶에 구멍이 숭숭 뚫려서 그 구멍 사이로 기분 좋은 새바람이 들 것만 같다. 한시에서 느껴지는 여유랄까.

한시를 읽으며 그리고 손끝으로 새겨지는 글길을 따라가며 중간중간 숨을 고른다. 자연스레 쉬어지는 이 호흡이 심장의 소리까지 아득하게 한다. 한 번 살다가는 이 세상이 한없이 측은하고 덧없는 듯하다 가도 살아있기에 ‘내게 오는 모든 것에 넘칠 만큼 사랑을 주고, 모자람 없이 귀히 여기며, 한결같은 이 마음으로 지금의 나를 위해 살다 가야지’ 생각한다. 한시를 대하고 있는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나 자신에게, 그리고 자연과 타인에게 사뭇 다정한 사람이 되어 간다.

누군가 남긴 한 편의 시가 세상 모든 시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힘이 있다는 사실에 감탄한다. 네 줄 시에 인생의 시작과 끝을 담고, 인간의 희로애락과 한 치 오차 없이 흘러가는 듯한 자연의 순환까지 느낄 수 있다. 머리와 가슴에 오래 머무는 이 잔잔한 파동이 뭔지 알려하지 않는다. 그저 쓰면서 느낄 뿐이다.

지금의 우리가 쓰는 익숙한 언어와 문장에 둘러싸여 한시라고 하면 조금은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는데 깊이있게 들여다보니 그 속에 담긴 감정이나 사유, 통찰은 억겁의 세월이 지나도 유효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익숙지 않은 운율에 적응되어 가는 동안 나는 글자 하나하나의 의미를 이해하려 하는 나를 보았다. 한 단어조차 쉽게 선택하지 않았을 그 짧은 문장이 이끄는 힘은 생각보다 강렬했다. 제한된 글자 수 안에서 자유롭게 인생 만상을 노래 하는 그들의 시에 잠시 취해있어도 괜찮은 하루였다. ‘오랜된 시가 이렇게 매력적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머물다 가는 이 먹먹한 시간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시간일 수도 있지 않을까. 겨울이 되면 대지도 깊은 동면에 들 듯, 한시 필사와 함께 잠시 숨을 고르며 다가올 내일을 준비한다. 일상의 여백을 한시와 함께.

그리워 만날 길은 꿈길밖에 없는데
내가 임 찾아갈 제 임도 날 찾아오니,
바라건데 아마득한 다른 밤 꿈에서는
같은 때 길을 떠나 도중에 만나기를.

- 황진이

읽고 또 읽어도 간절하고, 애틋한 그래서 더 아픈. 사무치듯 그리운 사람을 꿈에서 조차 만나기 힘든 날이 온다면 온전한 가슴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달바라기 @dal.baragi 님께서 모집한 필사서평단에 선정되어 빅퀘스천(@bigqns2024 )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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