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의 마법학교 2 - 어둠과 빛의 초대 런던이의 마법
김미란 지음, 스티브 그림 / 주부(JUBOO)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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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이의마법학교 #김미란글 #서평 #주부출판사

<런던이의 마법학교>는 다시 한번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판타지 동화다. 주인공 런던이의 성장과 함께 마주하게 되는 이 시리즈는 출간 때마다 그 깊이가 더욱 성숙해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동화 속의 학교는 가라앉았다. 이 붕괴의 원인은 어떤 물리적이 요소가 작용한 것이 아니라 유통기한이 지난 아이스크림을 팔 수밖에 없었던 매점 아주머니의 절규에서 시작되었다. 그 이면에는 도덕적 해이와 소통의 부재가 있었다.

런던이는 아주머니의 슬픈 사연을 들으며, 인간에게 무참히 버려지고 상처받은 동물들의 하소연을 들으며 인류의 구원하는 한마디, “미안해...정말 미안해...”라는 말을 건넨다. 진정한 사과를 통해 런던이는 세상의 어둠을 기꺼이 안는다.

버려지고 학대당한 동물들의 분노는 우리 사회의 현실적 문제이며 책임의 회피를 반영하고 있다. 인간을 더는 믿지 못하게 된 동물들. 이러한 비극의 중심에서 런던이는 관찰자의 입장이자 구원자로서의 역할을 통해 성장한다. 우리 자신과 늘 가까이 있던 그림자의 존재를 마주하며 자기 안의 용기를 직면하고 누군가의 고통에 진정성 있는 공감을 이뤄낸다. 마구 쏟아내는 동물들의 분노를 외면하기보다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며 오히려 인정하건 인정하고 먼저 사과를 한다. 이 장면에서 나는 재대로 된 사과와 인정을 할 줄 아는 어른인가 되묻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런던이의 손바닥에 놓인 버니의 하얀털은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허문다. 우리가 아직 깊게 들여다보지 못한 어떤 책임의 흔적이 무엇이냐고 되묻는 듯하다. 어른들의 과오를 런던이라는 아이의 순수함을 통해 말끔히 지워주는 여정은 표정과 감정이 살아있는 삽화 덕분에 한껏 몰입할 수 있었다. 도입부의 기괴한 상황 설정과 동물들과의 따스한 교감이 그려진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통해 저자는 어른들의 ‘무관심’의 대가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시사하고 있다.

주인공 런던이가 화마에 휩싸인 동물들을 구하겠다고 몸을 사리지 않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나는 잠시 뜨끈해지는 심장의 온도를 느낄 수 있었다. 작은 몸집의 아이가 샘명을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불길에 뛰어든 숭고한 용기와 책임감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용기 없는 어른은 어쩌면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여리고 작은 앳된 소녀, 런던이의 호수같은 눈망울에서 흐르는 순수한 눈물의 결정체가 숲에 난 불씨를 거두고, 생명을 구한다. 이 책은 어른들에게는 무감각해져 버린 책임감을, 아이들에겐 새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진정한 사과는 성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가장 강력한 치료제와 같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책 읽는 쥬리 @happiness_jury님의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 @juboo_books.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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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기, 소유되기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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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소비하고 동시에 소유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사들인 물건들에 대한 만족감은 과연 얼마 동안 지속될까?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로 자신을 설명하려 드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유하기, 소유되기>는 진정한 소유와 소비는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이 책에서 이케아 가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대목을 읽으며 너무나 쉽게 사고 버려지는 가구들 속에서 점차 가벼워지고 파편화되는 현대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나는 이케아라는 가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인을 통해서였다. 남편의 직장 일로 외국에서 1년 정도 살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외국으로 나갈 때도 가구 같은 것을 모두 처분하고 돌아오면 다시 구입할 거라고 이야기했었다. 이제는 그곳에서 쓰던 가구들이 모두 이케아 제품이라 그냥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오면 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쉽게 버리고 쉽게 살 수 있는 것이 가구라니. 나는 그 말이 참 낯설었다.

우리는 가구라고 하면 덩치가 크고 그 무게 또한 상당하여 가격 역시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케아는 조립 가구여서 실용성과 가격 면에서 부담이 적어 필요할 때 사고 필요없으면 버릴 수 있는 물건이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참 세상 편리해졌구나 싶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정성 들여 만든 침대를 버리고 이케아를 사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서 인간과 물건의 관계 역시 점점 얕아졌음을 시사하고 있다.

‘귀가하는 차 안에서도 여전히 책도 못 읽을 만큼 피곤하지만, 그래도 오늘 무언가를 해냈다고 느낀다. 아니면 목걸이가 나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냈을 것이다.’p44

위의 문장을 읽었을 때 묘한 공감이 일어났다. 미술관이나 뮤지컬 관람을 갔을 때 공연과 예술 작품에 깊은 감흥을 받았던 순간이 무색하게 굿즈를 구입하며 더 행복했던 한때가 스쳐갔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내 주변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머무는 공간 그리고 그 안을 채우고 있는 물건들은 마냥 내 것이 아니라 내가 정성과 돌봄으로 살려낸 것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진정한 소유란 돈을 주고 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책임지고 보살펴서 다음 세대에 잘 물려줄 것인가로 이어지는 과정임을 저자는 말하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내 삶에 들여온 물건들을 너무 쉽게 버리거나, 사놓고 잊고 지낼 만큼 방치해 둔 것은 없는지 돌아보게 했다.

또한 신용대출의 환상에서 조금 벗어난 기분이 들었다. 주변을 보면 모두 잘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겐 그 또한 삶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임을 경고한다.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사는 오늘날의 우리의 모습은 어쩌면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 한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마주하는 주변의 풍요가 어쩌면 대출이 만든 환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얼마나 많은 것이 허상이고 진짜일지 다시 보게 되었다.

우리는 그저 물건을 사서 버리는 소비를 위한 기계가 아니다. 우리는 음악을 듣거나, 음식을 먹거나. 직장에서 일을 하며 삶을 완성해 가는 충분히 가치 있고 생산적인 존재이다. 이 사실을 저자는 잊지 말라고 조언한다.

또한 이 책은 일의 의미와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글을 쓰는 간호사의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겐 완전한 퇴근이 없다. 글을 쓰는 일은 늘 머릿속에 머물며 삶과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 간호사로서의 일은 정해진 근무 시간이 끝나면 해방되지만, 퇴근 후 이어지는 창작이라는 노동에는 퇴근이라는 말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글쓰기는 끝이 없다. 글쓰기를 버지니아 울프가 죽기 직전까지 붙들고 있었던 육체적 노동에 빗대어 보면 그녀에게 글쓰기는 생명을 갉아먹는 치열한 사투였을 것이다. 우리가 귀찮게 여기는 집안일은 어쩌면 우리 정신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보호막일지도 모른다. 그 일을 할 때는 정신적 고통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집안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몸을 쓰면서 느끼는 가뿐해지는 경험, 한 번쯤 느껴봤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을수록 개인적 소비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국가 경제, 지구와 환경의 문제로까지 확장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이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가 물건을 사고 버리는 일은 분리수거를 잘하기 수준을 넘어선 우리 사회의 경제 시스템의 근간을 바꾸고 삶의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문제임을 깨닫게 했다.


열린책들@openbooks21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소유하기소유되기 #율라비스 #열린책들 #서평 #책리뷰 #도서협찬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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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구두
조조 모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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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샘과 니샤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샘은 직장을 다니는 평범한 가정주부이고 니샤는 재벌가의 아내이자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다. 전혀 마주칠 일이 없을 것 같은 이 둘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얽히게 된다. 샤워 후 샘이 자신의 운동 가방인 줄 알고 니샤의 가방을 가져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가방 안에는 매우 고가의 구두가 들어 있었으며 샘은 그 구두를 신게 되면서 묘한 자신감을 얻게 된다.

샘의 남편 필은 우울증으로 직장을 잃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남자다. 경제적으로 가족들이 샘에게 의지하고 있고 샘은 경제적인 부담을 혼자 짊어지며 남편의 우울까지 감내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점점 지쳐갔고, 자존감마저 낮아져 있었다. 서서히 삶의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샘이 짊어진 삶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졌다. 그녀에게 뭔가 변화가 필요해 보였다.

반면 니샤는 아주 세련되고 패션 감각이 남다른 여자다. 명품 구두를 사랑하는 여자이며 사람들 앞에서도 늘 자신감 있고 당당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에게 중요한 구두를 잃어버리면서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정사정없는 남편이 일방적으로 그녀를 집에서 내쫓으면서 남편과의 갈등은 극에 달한다. 니샤는 하루 아침에 경제적으로 의지할 곳을 잃게 된다. 집도 돈도 사회적 지위도 다 부질없어지면서 그녀의 자존감과 삶의 기반은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니샤는 생각보다 씩씩했고, 사랑스럽고 이해심이 많은 여자였다. 깊은 좌절의 순간에도 끝까지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남편에게 당당하게 맞섰으며 그결과 결국 속시원한 결말을 이끌어 낸다. 게다가 마음은 얼마나 바다와 같은지 그동안 구두를 찾기 위해 함께 해준 이들에게 보답을 잊지 않는다. 이런 멋진 여자보았나! 엄지 척이다.

구두라는 물건이 사건의 발단이 되어 서로의 인생이 연결되고, 샘은 그 구두 덕분에 잊고 잇던 자존감과 용기를 회복할 수 있게 되고, 니샤 역시 위기 속에서 난관을 헤쳐 나가며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 방법을 찾아간다.

샘과 남편 필의 모습은 중년의 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샘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 뭉클했다. 우리 삶의 어느 한 부분을 건드린 것만 같아서 마음이 아렸다. 서로에게 너무나 익숙해져서 어쩌면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했던 그런 면면들이 있다는 것을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중년 부부라면 알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사랑보다 더 깊은 신뢰일지 모른다.

샘은 실수로 니샤의 구두를 가져갔지만 그것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된 후 구두를 가져다 주려고 했지만 의도치 않게 그렇게 되지 못했다. 어찌하였거나 그녀는 자신이 애초에 잘못가져와 생긴 문제가 여기며 구두를 찾는데 물씬 양면으로 돕는다. 그 모습만 봐도 샘이 얼마나 책임감 있고 양심적인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또한 니샤는 호화스러운 생활을 누려왔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남편의 악세사리 정도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바닥까지 내려간 그녀를 한결같은 눈으로 바라보고 챙겨주는 알렉스를 통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또 다른 인물, 재스민은 니샤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딱한 사정을 듣고 흔쾌히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한다. 낯선 사람에게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일텐데 재스민은 그렇게 했다. 타인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그녀의 선의는 충분히 본받을 만하다.

이 책은 감동과 코믹이 가미된 따뜻한 영화 한 편을 본 기분을 들게 했다. 활자가 하나의 장면처럼 펼쳐져 읽는 즐거움이 배로 다가왔다. 소설은 한 번 손에 잡으면 놓기 힘들어서 신중을 기하고 읽는 편인데 역시나 <타인의 구두>역시 그런 작품이었다.

다산스토리 @dasan_story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타인의구두 #조조모예스 #다산북스 #서평 #도서협찬 #책리뷰 #북스타그램 #소설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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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소란한 삶이 고요해지는 순간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최윤영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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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또한지나가리라 #에크하르트톨레 #다산북스 #서평 #책리뷰 #도서협찬 #책스타그램 #명상 #에세이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마음을 흔드는 명상 문장들이 놓인 책이다. 문장은 그리 길지 않았고 그 짧은 문장들 사이에 삽입된 그림을 통해 사색과 명상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페이지 마다 남겨진 여백은 급히 읽지 말라고 다독이는 듯 느긋한 호흡으로 이끈다. 회백색의 여백을 바라보며 문장을 따라가며 문든 이런 생각에 멈춰 선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분주히, 또 얼마나 서두르며 살아왔었나 싶었다. 그 순간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게 된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영문판이 함께 실려 있고 에크하르트 톨레가 직접 찍은 스콜랜드의 풍경 사진도 포함되어 있다. 사진으로 들여다본 자연은 그 자체로 고요하기만 했다. 사진 속 자연은 말없이 그 순간에 머물고 있었다. 그리고 말을 건넨다.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라고.

우리는 힘든 일이 생기면 그 순간이 마치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들끓는 분노도,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는 슬픔도,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모를 두려움도 끝나지 않을 것처럼 마음을 짓누른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뒤 돌아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때의 감정은 흐릿해져 있다. 그리고 후회한다. 왜 그때 그 감정에 휩싸여 온전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을까 하고.

모든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멈춰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기쁨도 지니가고 슬픔도 다 지나간다. 지금 이 순간이 어떤 모습이든 우리는 그 감정에 너무 오래 머물 필요가 없다. 지금의 고통이든, 지금의 기쁨이든 집착할 필요가 없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삶은 어느 한 곳에 머문 적이 없다. 때로는 유유히 때로는 거칠게 흐르는 강물처럼 계속 흘러간다. 우리가 겪고 모든 순간은 인생의 한 장면으로 남을 뿐이다.

삶이 내가 예측하는 대로 움직여 준다면 걱정도 기쁨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힘을 잃곤 한다. 불안과 걱정의 기준을 ‘나’에게 두지 않고 ‘타인’에게 두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전한 하루를 지켜내기 힘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어느 하루도 태양이 사라진 적 없었고, 살아오는 동안 나 역시 나로 있지 않은 적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보다 어리석어서 알면서도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살아간다.

책 제목처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지금의 슬픔에 오래 머물 이유도 지금의 기쁨에 도취 되어 그것을 잃을까 애쓰지 않아도 된다. 톨레의 말처럼 우리의 모습은 영원하지 않으며 삶은 수많은 순간이 흘러가며 만들어낸 복잡한 서사와 생각일 뿐이니까. 우리에겐 ‘가만히 지켜보는 고요한 마음(p99)’이 필요하다. 그리고 생각이 닿을 수 없는 깊은 내면까지 천천히 침투해 감춰진 ‘나’라는 생명의 본질에 다가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책이 바로 그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스스로 질문해야 합니다. 지금 하는 일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 않은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끝없이 무언가를 채우려 하고 있지 않은가? 언젠가 도달할 이상향을 꿈꾸며 내일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진 않은가?

다산스토리 @dasan_story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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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정원
조경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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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정원 #조경아 #장편소설 #나무옆의자

미스테리를 품고 있는 안락정원. 테오에게 그곳은 의혹투성이의 공간이다. 그의 여동생 테린의 흔적을 찾아 막연한 희망을 품고 안락정원을 예의주시한다. 안락정원은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람들이 다시 죽음을 선택하기 위해 찾는 곳이며 조력자살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문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테오는 자신의 목숨까지 건 자작극을 통해 끝내 안락정원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의 눈에 비친 그곳의 사람들은 어딘가 수상하다. 행동 하나, 눈빛 하나에도 설명하기 어려운 낯선 기운이 느껴진다. 테오 스스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조금씩 조심스레 안락정원 속으로 스며든다. 테오의 시선과 동일시되어 나 역시 그곳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되어 갔다.

죽음의 이유는 다양하다. 그 이유를 담보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생겨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책 속에서 만나는 이들은 바로 그런 사람들이었다. 사연 없는 사람 없고, 이유없는 상처 또한 없다. 각자의 무게를 안고 견디다 못해 이곳으로 찾아왔지만, 그들은 그 안에서 서로의 이야기와 마주하며 조금씩 다시 살아갈 이유를 만나게 된다.

안락정원은 3개월이란 시간을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준다. 그 동안에는 모두와 함께 한 장소에서 식사를 하며 각자 맡겨진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죽고 싶다면 원하는 방식대로 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생과 죽음 사이에 징검다리처럼 놓여진 3개월이라는 시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변하기 때문이 아닐까. 죽고 싶다는 마음은 살면서 어려움이 닥칠 때 문득 찾아오기 마련이다. 반면 또 다른 이유로 그 생각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지곤 한다. 그런 생각을 하긴 했었나 싶을 만큼 잊고 삶을 이어간다. 어쩌면 안락정원이 주는 3개월이라는 시간은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이라기 보다 삶을 다시 보게 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죽음을 향해 건너가는 이들을 잠시 멈춰 서게 하는 시간. 그리고 다시 살아보는 쪽으로 발을 옮겨갈 수 있도록 또 하나의 다른 생을 이어 붙이는 시간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같이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이토록 평범한 하루의 반복이 진정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일지도 모른다. 안락정원은 바로 이런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듯했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사람들(p93)’ 문장에서 마음이 멈칫했다. 이 짧은 문장 하나가 책 속의 인물들만을 일컫는 것처럼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살다 보면 한 번쯤은 딱 죽고 싶은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나 역시 힘든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뜻하지 않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이대로 생이 멈춰버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던 적이 있다. 그때마다 눈앞에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딸아이의 얼굴이 눈에 밟혀서 이내 그 생각 자체가 미친 생각이라며 훌훌 털고 일어났다. 그 순간 엄마는 강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살게 하는 힘이 바로 모성이라는 것을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러니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안락정원> 속 사람들은 나처럼 평범한 이들이었고, 그저 삶의 무게를 잠시 견디기 힘들어 그곳을 찾은 이들이었을 뿐이다. 그러니 죽음을 미룬 시간만큼 살면서 사람의 마음을 잠시 삶으로 돌아서게 할 수 있다.

테오에게는 일주일에 세 번 정신과 의사 ‘익선’과의 상담이 이뤄진다. 나는 이들의 대화가 참 좋았다. 어쩌면 익선은 처음부터 테오가 정말로 죽고 싶어서 안락정원에 들어온 사람이 아닌 거라는 것을 짐작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살고 싶은 사람과 죽고 싶은 사람의 관심과 질문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들의 대화는 상담 그 이상의 깨달음을 주었다. 오히려 안락정원을 이해하는 또 다른 창이 되어준 기분이랄까. 이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안락정원이 왜 존재하는지,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이 무엇을 붙들고 살아가고 있는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얼핏 보면 안락정원 속 인물들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느낄만하다. 죽음을 다시 선택하기 위해 온 이들이 밝아도 너무 밝다. 여느 일상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간다. 1층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현빈’은 전직 아이돌 출신이다. 그이 몸에는 화상 자국이 있지만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한없이 따뜻하고 밝다. 친절한 말투와 환한 미소는 그의 몸에 남은 상흔과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반찬가게 ‘선희’는 독거노인들에게 무료로 반찬을 나눠주며 살뜰히 그들의 삶을 챙기는 선한 사람이었다. 정신이 조금 나간 듯 보이지만 다소 거친 삶을 산 것 같은 순애 할머니는 그 누구보다 명철하고 따뜻한 분이었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구원 투수처럼 나타나는 경찰관 ‘수복’, 중학생 ‘지아’와 404호의 중년남자...읽으면 읽을수록 안락정원 속 이들의 사연과 서로의 연결고리가 궁금해지며 이 책에 빠져 들었다. 아니 이렇게 삶에 진정성 있는 사람들이 왜 죽으려고 한 것일까하는 물음표를 안고 읽었다는 편이 더 솔직하겠다. 또 하나, 402호는 누구일까? 궁금증은 점점 커졌다. 깊이 들어갈수곡 너무나 선하고 여린 이들이라 더 마음 아팠다. 그들은 하나같이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살아있는 기운을 느끼게 한다.

2층 호스피스 병동의 김복남 할아버지의 임종 모습은 이 책을 읽는 나로 하여금 생의 마지막 모습이 그리 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했다. 우리는 흔히 ‘잘 죽는 것도 복이다’라는 말을 한다. 맞다. 어떻게 죽음을 맞이 하느냐는 어떻게 살아가느냐만큼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삶의 끝자락에서 누군가의 손을 잡고 조용히 숨을 거두는 일, 그리고 나의 죽음을 따뜻하게 배웅할 수 있는 이들과 함게 하는 일. 이것은 우리가 바라는 마지막 모습일 수 있다. 김복남 할아버지의 임종 장면을 통해 나는 존엄사에 대한 생각을 좀 더 깊이 바라보게 되었다.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 것인가. 살아있을 때 깊이 고민해볼 문제가 아닐까.

이 책은 삶과 인간미가 진득하게 묻어있는 드라마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처음부터 안락정원에 적대적이었던 테오는 그곳에서 사람들과 부딪히고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그 속에서 자신 본연의 모습을 발견해 간다. 그 모습을 보며 인간의 본성은 ‘선’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테오의 반전은 내게 다소 충격이었으며, 그이 고통이 어쩌면 안락정원으로 이끈 것은 아닐까 싶다. 애초에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잊게 만드는 미스테리한 공간, 안락정원. 이곳의 유쾌한 빌런 순애 할머니는 이 소설의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 거기에 테오의 엉뚱함까지 배꼽잡는 웃음을 자아낸다. 죽음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라 무거울 거라는 생각은 사라지고 나도 모르는 사이 이 책을 통해 삶의 새롭게 바라보고 그 의미를 되새겨 보는 따스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죽음은 어쩌면 생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죽을 용기를 사는 일에 쏟아낸다면 아직 우리가 마주한 적 없는 또 다른 기쁨이 찾아오지 않을까. 더 나아가 우리가 살아있는 그 자체가 누군가에게 살 희망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죽고 싶을 때마다 ‘껌이나 씹어!’”p317

나무옆의자 @namu_bench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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