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살 마음현대시선 1
김지연 지음 / 마음세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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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살 #김지연 #마음세상 #서평

시는 다정한 예술이다. 아픔을 어루만지고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시 한 편에 든 시인의 마음과 생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행과 행을 오가며 만든 연과 연사에 머물며 한참을 골똘히 생각해야만 닿을 수 있는 거리가 나는 참 좋다. 절대 넘어가지 못할 적당한 거리가 여지를 남겨 놓는다.

‘새살’ 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은 그 자체로 치유이며 회복이다. 그러나 아직 여물지 않은 연한 피부 조직이기에 그만큼 상처에도 약하다. 오히려 보호받아야만 될 것 같은 여린 살이다. 새살은 회복의 지연이며 아물어 보이지만 여전히 아물지 않은 연붉은 경고처럼 느껴졌다. 시 속에서 반복되는 일상의 움직임은 삶을 살아가려는 노력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 나는 어떻게든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강박처럼 다가왔다. 또한 주체할 수 없이 범람하는 감정을 막아보려는 유예의 몸짓 같아서 괜스레 애처롭기까지 했다. 나열된 시어들 곳곳에는 고통과 슬픔이 배어있지만 그것이 결코 연약한 것은 아니었다. 살짝만 스쳐도 피가 맺힐 것 같은 위태로움 속에서도 계속해서 반복되는 일상은 완전한 상처의 회복이라기보다 여전히 아물어가는 상처를 보여주는 듯하다.

시를 읽으면서 나 역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완전히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내 마음은 새살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끝내 아물지 않은 상태로 생의 끝에 닿을지도 모른다. 산다는 것은 여린 살을 안고 더 상처받지 않으려 스스로를 감싸는 행위일지 모른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더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일상을 건사해 나가는지도 모른다.

함축된 언어들이 빚어낸 또 하나의 세계, 나는 온전히 한 사람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묘하게 마음이 가는 포인트는 분명 있었다. 나와 닮은 감정들이 뾰족한 바늘처럼 콕콕 찌를 때마다 우리는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각자의 방식으로 온전한 회복을 향해 새살이 돋는 과정에 부단히 견뎌내고 있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시인은 영혼을 재생한다>라는 시를 통해 우리는 모두 시인이 될 자격이 있다는 사실에 힘을 얻는다. 이 자체가 바로 ‘새살’이었다. 우리 각자는 하나뿐인 삶의 주인공이기에 이미 우리 마음속 어딘가에 아름다운 시를 쓰는 시인이 살고 있다. 서로의 세상을 맑고 투명하게 어루만지는 다정한 언어가 우리 안에 숨 쉬고 있다. 누군가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사랑이 있다면 누구나 마음을 시로 쓸 수 있다. 나는 이 시를 통해 나만의 ‘새살’을 찾았다. 아무리 않은 여린 살을 품고 살아가는 독자들이 <새살>을 통해 저마다의 새살을 발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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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완성하는 동기부여
박경화 외 지음 / 마음세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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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완성하는동기부여 #마음세상 #서평 #내돈내산

동기부여란 무엇일까? 우리는 왜 동기부여를 찾고자 애쓰는 것일까? 이미 알고 있는 답을 타인으로부터 확인받고 싶은 건 아닐까.

이 책 속의 저자들은 동기부여를 외부에서 구걸하지 않는다. 각자의 삶에서 발견한 아주 작은 단단한 동기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고 무심코 흘려보낼 자잘한 사건들이지만 저자들은 그 틈을 비집고 피어나는 가능성과 열정을 놓치지 않고 자기 성장의 동력으로 삼았다.

나는 이 책을 읽은 후, 한 꼭지씩 타이핑 필사하며 내 생각을 글로 옮겨 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나의 동기부여는 과연 무엇일까 깊이 침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살다 보면 반복되는 일상이 때로는 지루하고 무기력해져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온다. 그럴 때마다 나만 뒤처져 있는 것만 같은 불안에 휩싸여 하는 일 없이 시간을 죽이고 있는 나 자신을 모질게 채찍질 한 적도 있다. 아무리 둘러봐도 나를 바꿔줄 특별한 변곡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책을 읽으며 얻은 작은 위안으로 힘을 얻고 여전히 다시 이어지는 일상이 전부였다.

책 속의 저자들 역시 어떤 거창한 무언가를 이룬 것도 아니었고, 대단한 성취를 말하는 것도 아니었다. 살면서 느낀 작은 변화와 그 속에서 얻은 삶의 통찰을 담담히 전하고 있을 뿐이다.

동기부여는 지금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하고, 더 나아가 삶의 중심에 타인이 아닌 ‘나’를 두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특별한 사건이 나를 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사소한 태도와 일상의 변화 그 자체가 나를 일으키는 동기부여가 된다. 어떤 정답을 정해두고 말하기보다 남과 똑같이 하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내가 살아가는 지금을 부력 삼아 나아가도 충분하다는 따뜻한 위로가 담긴 책이다.

책 속의 저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의 부력을 만들어 냈다. 박경화 작가는 일상의 청소와 루틴 그리고 종이책과 관련된 일에서 기쁨을 찾고, 최영주 작가는 망설임 없는 결단과 행동을 강조하고 있다. 글에서 단호함이 느껴진다. 또한 천정은 작가는 ‘천 작가’로서의 자부심과 사명을 지니고 독서와 글쓰기를 삶의 윤활유로 삼았고 김지연 작가는 실패와 소외, 심지어 복수심과 질투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마저 자신을 깨닫는 기회로 승화시켰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동기부여의 진정한 의미를 깊이 곱씹어 볼 수 있었다. 이제 더는 동기부여의 빛나면에 매몰되어 있지 않고 내가 지금 처한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는가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동기부여는 남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스스로 끌어 쓰는 힘이었다. 내가 매일 하는 타이핑 필사 역시 노력이기 전에 나의 하루를 움직이게 하는 하나의 시스템이며 이 사소한 반복이 삶의 굴절을 메우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단단한 동기부여다.

#책추천 #필사로서평쓰기 #책스타그램 #박경화작가 #최영주작가 #천정은작가 #김지연작가 #동기부여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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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라출판사의 랄랄라
하랑 지음 / 아델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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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라출판사의랄랄라 #장편소설 #내돈내산 #하랑

많은 사람이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1인 출판사를 시작한다는 것은 어쩌면 시대에 역주행하는 일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 작은 출판사를 이끌어가는 랄라의 고군분투는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손길이 필요하며, 많은 고충을 감내해야 하는지 이 소설이 하나의 스토로리로 보여준다. 책을 만드는 일은 한 사람만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작가의 원고에서부터 출판에 관여하는 모든 과정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은 곧 사람이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글이 되고 그 글이 책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책과 사람이 함께 하는 일에는 무엇보다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랄라는 출판사를 시작한 뒤 첫 책을 출간할 김 작가를 만난다. 선인세를 두 번이나 지급하며 원고를 애타게 기다리는 출판사 대표 랄라의 심적 고충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표지 디자인에 오류가 발생해 과감히 재인쇄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디자이너에게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랄라의 모습으로 통해 출판인으로서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출판 과정에서 마주하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을 담아내고 있기에 읽는 독자입장에서, 그리고 책을 쓰고 있는 작가의 입장에서 읽을 때 그냥 소설로 가볍게 읽기에는 가슴 깊이 와 닿는 부분들이 많았다. 마냥 글만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보며 그 자체가 감사인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읽는 책들이 누군가의 손과 발을 바삐 움직여 만들어낸 인고의 결과물임을 생각하니 그 무게가 결코 가벼이 여겨지지도 않았다.

이 책을 소설로 치부하기엔 지극히 현실적이다. 읽는 내내 책을 대하듯 사람을 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한 인연이 또 다른 인연으로 이어져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보며 사람 사는 세상이 어쩌면 사람이라는 끈에 의해 흥망성쇠가 판가름 나는 것도 같다. 랄라에게 윤탁 작가는 바로 그런 귀인이었다.

이 책은 책은 출판사와 작가의 시선을 동시에 비춘다. 매대 위의 치열한 책 전쟁과 기대에 미치지 못한 판매율 이 모든 현실은 삶과 직접적으로 닿아 있다. 책은 공생이다. 책을 만든 출판사와 작가가 함께 노력할 때 한 권의 책이 살아남을 수 있다. 글을 썼다고 작가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하루에도 쏟아지는 수많은 책 속에서 자신의 책을 지켜내고자 하는 노력 역시 작가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은 노력들이 모여 아무리 출판업계가 힘들어도 적어도 버틸 힘은 되어 주지 않을까.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더 위대해 보였다. 그들이 하는 일이 세상을 밝히는 일임을 일깨워 준다. 꺼져가는 희망을 책 한 권으로 되살려줄 수 있다는 믿음 그 자체로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랄라의 출판사는 비록 서툴고 부족한 상태로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 흘린 땀방울들의 합으로 사람이 모이고, 그 속에서 사람의 이야기는 지속된다. 돈도 되지 않는 그 일을 왜 하냐고 묻는 이들에게 되묻고 싶다. 그 돈도 되지 않는 책을 우리는 왜 읽고 있느냐고.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고, 그것을 제 힘으로 끝까지 해낸 사람, 랄라이 앞날을 응원한다. 그리고 부디 랄라 출판사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누군가의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출판사는 작가를 잘 만나야 하고, 작가는 출판사를 잘 만나야 한다. 서로의 신뢰 위에서 태어난 정직한 책 한 권이야 말로 누군가의 희망이 될 자격이 있지 않을까. 책 한 권의 진정성이 누군가의 삶을 바꿀 힘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에게 관심의 기회가 되고, 그들에게 다시 나아갈 큰 용기를 줄 수 있기를.

읽어 보세요. 참 따스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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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만큼 내가 된다 - 매일의 순간이 모여 내일의 내가 되는 일에 대하여
리니 지음 / 더퀘스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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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만큼내가된다 #리니지음 #더퀘스트 #오퀘스트라3기

<쓰는 만큼 내가 된다>를 읽는 내내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의 고민에 다정하게 답을 건네고,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기록 방법은 물론 노트와 펜까지 세심하게 추천해 주는 방식은 책 읽는 독자를 쓰는 독자로 이끈다. 일상과 감정 그리고 내 생각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막막했었는데, ‘아, 이런 방법이 있었구나!’라며 기록의 세계에 깊은 통찰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의 글은 친절한 상담가의 말투를 떠올릴 만큼 문장이 따스했다. 조급하게 결론을 내리지도 않았다. 한 사람의 고민을 곱씹으며 실제 마주하며 이야기하는듯 온기 품은 문장들이 심장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 것 같았다. 기록을 이렇게나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특히 어느 워킹맘의 사연은 내가 지나온 시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신없이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종종거리며 직장으로 가던 내가 눈앞에 다시 그려졌다. 도돌이표 같은 일상속에서 느꼈던 것은 아무것도 해낸 것 없이 하루를 버틴 나였다. 그런 나의 일상을 판박이처럼 옮겨온 누군가의 사연이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울컥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사연자의 물음에 성심성의껏 답해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저자의 조언하는 대로 하면 정말 거짓말처럼 괜찮아질 것 같은 작은 희망이 피어난다. 자연스럽게 저자가 추천하는 필기구와 노트를 검색하게 되고, 기록의 세계는 무한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기록도 진정 장비발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 친절한 안내서라면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기록도 좀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 이 모든 일 속에서도 너는 사라지지 않았어. 아이에게 미소 지으며 애쓴 건 다정한 너고, 동료의 말을 들어준 건 따뜻한 너고, 집밥을 차린 건 자신을 돌볼줄 아는 너잖아. 특별히 무언가를 더하지 않아도, 이미 네가 하는 일상의 일들 속에서 너라는 세계를 충분히 빛어내고 있어. 일상을 지탱하는 일들은 대부분 공기처럼 당연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 너무 당연해서, 늘 하던 일이라서 더 쉽게 잊히는 것 같아. 하지만 나는 그런 하루들이 모여 너를 여기까지 데려왔다고 믿어. P73〕

저자는 잘 쓰는 기록을 말하고 있지 않았다. 오늘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대하는 태도에 가깝다.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뻔한 기록이 아니다. 기록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는지 스스로 증명하는 과정임을 보여주고 있다. 적는다는 것은 뭔가를 잘 해내서가 아니다. 오늘 나는 어떤 하루를 살아냈는지 노트에 기록하면서 남과의 비교에서 벗어나고 불안을 덜어낼 수 있다. 그렇게 자기만의 속도로 삶을 살아갈 용기를 기록을 통해 얻는다.

우리는 백지 위에 무언가를 적으라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한다. 나 역시 그랬다. 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이들에게 구체적인 기록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정제된 기록 레시피다. 저자가 제시한 기록의 방법들은 쓰기의 막막함을 줄여주고 쓰기라는 행위를 한층 더 가깝게 만든다. 또한 쌓여가는 기록들이 얼마나 사람의 자존감을 높여주는지 읽으면서 절로 느껴진다.

<쓰는 만큼 내가 된다>는 일상의 사소한 기록부터 깊은 성찰까지 쓰는 행위가 주는 치유의 힘을 잘 다루고 있다. 남에게 보여 지는 글이 아니라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 쓰는 만큼 내가 되는 시간이다. 사연자들의 고민 속에는 나를 되찾고자 하는 간절함이 엿보인다. 그에 저자는 나를 위해 한 문장이라도 적는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잘 살아낸 하루라고 전한다. 저자가 전하는 따뜻하고 다정한 기록의 세계를 만나보길 바란다. 쓰기가 얼마나 사람을 유연하게 만드는지 알게 될 것이다.

더퀘스트 출판사 @thequest_book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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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알고 지낸 숙녀에게
박수아 지음 / 마음세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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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알고지낸숙녀에게 #박수아 #마음세상 #도서협찬

<오래 알고 지낸 숙녀에게>를 읽고 필사하며 ‘고양이를 북탁해’편에 이르러서야 책표지에 그려진 고양이의 모습이 저자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삼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색 털을 가진 코리안 숏헤어’라고 글로 옮겨 놓았던 삼보의 생김새와 많이 닮아 있다. 힌색 바탕에 갈색과 검은색 무늬가 섞여 있고. 저자를 기다리며 앉아 있던 창가의 실루엣까지 주인공 삼보와 겹쳐진다. 표지 속 고양이 역시 창틀에 앉아 밖을 내다보며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삼보가 확실해 보인다. 표지 그림 역시 저자가 직접 그렸다고 했으니.

‘삼보는 삼색 털을 가진 코리안 숏헤어였다. 우리는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만큼 깊이 교감했다. 동물과 소통하며 감정을 나눈다는 것, 그것은 내가 처음 맛본 지극히 순수한 행복이었다. 기분이 좋을 때 내는 갸르릉 소리와 촉촉한 핑크코, 젤리 같은 발바닥...나를 기다리며 서 있던 그 창가의 실루엣.’p96

저자에게 가장 깊은 울림과 사랑 그리고 상처를 동시에 남긴 존재, 삼보였다. 저자 내면의 숙녀를 깨운 상징적인 존재로 보인다. 현실에서는 살점을 도려내는 아픔을 안겨준 존재이지만 저자는 그림을 통해 삼보에게 가장 평온한 시간을 선물하고 있는 듯했다. 저자에게 삼보라는 이름의 고양이는 단순 반려동물이 아니었다. 지극히 순수한 행복의 실체이자, 가족이라는 이름의 폭력 앞에 무참히 짓밟힌 보호받지 못한 존재이다. 엄마에게 버려지고 차가운 길에서 생을 마감했을 삼보의 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여기까지 보면 비극이지만, 상실 이후 저자의 선택은 참으로 눈물겹다. 다시 겪게 될 상실의 공포를 딛고 ‘동식이’를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한다. 그렇게 저자는 상처받은 내면의 숙녀를 일으켜 세운다. 이번에 너무 몰입하게 되는 사랑이 아니라 적당히 거리를 두고 보는 관계를 삶이 선물했나. 사랑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것이 아니다. 상처받을 줄 알면서도 기꺼이 서로의 삶 속에 들이는 일이다.

숙녀' 라는 단어는 내 오랜 기억을 깨운다. 그 시절 나는 변진섭의 '숙녀에게'를 들으며 스무 살의 정숙한 숙녀를 꿈꿨었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귀한 존재에 편입하고 싶어서 조급증이 났던 시절, 동경의 대상이 숙녀였다. 그런 나를 잊고 살았는데 이 책 한 권이 내 안의 숙녀를 다시 깨웠다. 중년이라는 생애주기에 이르러 일상의 무료함과 고통스러운 기억을 딛고 저자는 숙녀의 의미를 깊은 통찰로 파고 들었다.

서른을 지나 마흔이 훌쩍 넘었다. 이제는 꿈 많던 천진한 소녀도 정숙한 숙녀는 없다. 노래처럼 중년의 시간은 감미롭지 않았고 다양한 역할을 해내느라 나를 챙길 여유가 없었다. 고양이 삼보를 잃었던 저자의 아픔처럼 살면서 나도 그렇게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잃어갔다. 숙녀에 대한 환상 대신 남은 것은 삶의 파편들이 남긴 생활의 굳은 살뿐이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로 다가온다. 타인이 나를 구원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이름을 스스로 불러주는 것, 오십 줄에 깨달은 진짜 숙녀의 모습일 것이다. 스무 살을 꿈꾸던 소녀는 이미 내 안에 잘 자라 있었다. 비록 내가 꿈꾸던 정숙한 숙녀의 모습은 아닐지라도 귀찮은 생일을 다시 챙기며 스스로를 다독여 줄 수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이 진짜 숙녀다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중년의 성숙한 품격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젊은 날의 사랑이 집착에 가까웠다면 중년의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할 용기를 배워가고 있다.

오래 알고 지냈지만, 가장 늦게 친해진 나에게 보내는 편지같은 이 책은 읽을수록 마음에 와닿은 문장들이 많았다. 내 안에도 여전히 숙녀는 잠들어 있을 것이다. 이제 나는 그 숙녀를 깨워 지금껏 참 애썼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남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 나라는 숙녀에게 ‘잘 부탁한다’고 손을 먼저 내밀 것이다.


마음세상 출판사 @maumsesang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필사하고 서평합니다.

서평으로 받은 책을 ‘DREAM WITH 필사 독서 모임’에서 문장 필사하며 서평까지 함께 하고 있어요. @oliviahj1220 로 오셔서 뜨거운 응원 많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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