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다르게 살고 싶어서, 공간을 바꿉니다 - 집을 나만의 에너지 충전소로 만드는 법
윤주희 지음 / 청림Life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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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갖는 힘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했다. 어떤 공간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지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은 내가 어떤 상태일 때 가장 나 다울수 있는지를 찾아가는 것과 같았다. 결국 공간도 나의 내면과 그 진동이 맞아야 진정한 회복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고즈넉한 한옥을 좋아한다. 어릴 적 처마 끝에서 똑똑 떨어지는 빗물 소리와 그 너머로 보이는 젖은 마당의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을 때 세상 평온했던 것 같다. 자연이 만든 백색 소음에 귀를 기울이면 덩달아 내 심장도 부드러운 마사지를 받는 듯했다. 마루에 엎드려 누워 두 손을 턱에 괸 채 비 오는 풍경을 보고 있을 때면 비릿한 비 냄새와 흙냄새가 섞여 코를 간지럽혔다. 머릿속을 맴돌던 잡다한 생각들은 빗소리에 차분히 가라앉는 것 같았다. 나와 자연이 하나 되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던 그 순간이 가끔 그립다. 저자의 말처럼 공간은 시계보다 정확하게 내가 보낸 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어떤 공간에 있고 싶고, 있느냐에 따라 내게 필요한 정서가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다니 내심 놀라웠다.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나로 존재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은 ‘무위’였다. 자연의 순리에 몸을 맡기고 물 흐르듯 그저 나를 놓아두고 싶었던 마음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너무나 많은 생각과 원치 않은 정보들에 치여 있었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내면은 자아는 나를 편히 쉬게 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의 도피를 꿈꾸고 있었는지 모른다. 이 책을 통해 나를 위한 회복을 단행했다. 창문을 열고 먼지를 털어내며 가구 위치를 바꾸며 공간을 정리했다. 뜻밖의 봄맞이 청소다. 말끔해진 공간을 보니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고 긴장해 있던 근육도 느슨해진 것만 같다. 베란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 햇살 아래 반짝였다. 부드러운 바람결에 흩날리는 벚꽃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고개를 돌려 초록빛 금전수와 눈이 딱 마주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전에 없던 평온이 깃든다. 공간이 주는 힘은 이토록 우리 삶과 정서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이 책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에이징 인 플레이스’ 대목이었다. 이것은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이 머물렀던 익숙한 집에서 마지막까지 지내고 싶어 하는 마음이며 단지 노인의 고집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익숙한 공간이 주는 안정감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은 언젠가 마주할 내 미래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어 유독 더 관심이 갔다. 나는 잘 죽고 싶은 개인적 바람이 있다.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 속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지 않다. 내 손때 묻은 식기들과 익숙한 동선이 주는 안정감이 없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두렵기만 하다. 이러한 것들이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 준 소중한 자산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 한옥 마루에서 듣던 빗소리를 잊지 못하는 이유 역시 그 공간에 내 소중한 기억이 머물고 그때 내가 느꼈던 평온한 기운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를 기억해 주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심리적 위안이 된다. 책에서 익숙함을 자산으로 만드는 세 가지 방법 중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회복 버튼을 만들어 보려 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자연과 생활 소음이 주는 안정감을 더 깊이 느껴보려 한다. 내가 머무는 특정 공간에서 일상을 글로 남기는 즐거움은 짜릿할 것만 같다. 마음의 긴장을 풀고 자유롭게 느낌과 생각을 글로 쓰며 자연스럽게 감정은 정화될 것이다. 지금도 충분히 나만의 공간은 마련되어 있지만 다락방과 같은 나만의 작은 요새를 거실 한견에 두고 싶어졌다. 그곳에서 영혼의 안식을 누리고 싶다. 이 책을 통해 공간을 가꾸는 일은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이며, 내가 편하게 느끼는 방식으로 공간을 만들어 가는 일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답게 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케렌시아는 화려하거나 예쁘지 않아도 된다. 그저 그 공간에서 내가 나를 극진히 대접받게 하고 싶다. 40대 k씨가 자기만의 ‘밤의 라운지’를 가졌듯이 나 역시 나만의 카렌시아를 만들어 보았다. 작은 테이블과 노트북이 놓일 수 있는 자리, 나만의 작은 쉼터 ‘무위의 숲’이라 정했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가지런히 정리된 기분을 주는 책이다. 게다가 실천하게 만든다. 읽으면서 ‘아, 나도 이렇게 한번 해봐야겠다’ ‘이런 방법이 있었네. 이럴 때는 이런 게 좋구나’ 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나를 위한 동선과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만큼 언제든 찾아가 몸과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숨표 같은 공간을 필요했었나 보다. 단지 그 방법을 몰라서 거창하게 생각한 나머지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공간의 미학은 역시 비움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청림라이프 @ch_daily_mom 청림출판@chungrim.official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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