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을 위한 철학 - 나를 짓누르는 삶의 중력을 거슬러 은총으로 나아가는 길
시몬 베유 지음, 한소희 엮음 / 구텐베르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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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을 만나곤 한다. 특별히 어떤 고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딘가 아픈 것도 아닌데 그냥 모든 것을 놔버리고 멈춰 있고 싶다. 그런 날들은 여러 날 지속되기도 하는데 아무것도 이룬 일 없이 지나간 시간들에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남들보다 뒤처진 기분에 우울해지기도 했었다. 왜 나는 그 시간을 쉼으로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돌이켜 보면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힘을 낼 수 있었고, 그 이상의 궤도에 진입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을 위한 철학>이라는 책의 제목은 바로 이런 내 마음을 건드렸으며 한번 꼭 읽어보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은 무한경젱 사회에서 오는 피곤과 지침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상태에서 자아는 스스로를 향해 독설을 퍼붓는다. 비난과 자책이 난무하고 자기혐오에 빠지기도 한다. 공허가 깃들고 번아웃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베유는 이러한 상태를 치명적인 결합으로 보지 않고 외려 온전한 주의로 바라보라고 권한다. 에고의 개입이 멈춘 상태, 즉 고치려 들지 않고, 판단을 멈추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고 한다. 지금, 바로 여기에 머물게 하는 것이 ‘주의’다.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하나의 노력이며, 아마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큰 노력일 것이다.’p151

탈창조는 작가로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했다. 베유의 탈창조는 스스로를 비워내는 것이었다. 문장을 더 유려하게 만들려는 욕심,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비워야 한다고 말하는 듯했다. 나 자신이 매개체가 되도록 비워내 영감이 나를 통해 드러나게 해야 한다고. 필사를 통해 내 목소리는 잠시 뒤로 물러나는 것처럼 욕망을 버리고 몰아의 상태에서 온전의 주의를 대상에 기울일 때 창조성이 드러난다. 나를 중심에 두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베유는 노동을 비하하거나 경멸하지 않았다. 인간이 현실과 가장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장소라고 보았다. 사회에 나와서 일을 하면서 ‘세상이 내 마음과 같지 않다’라는 것을 뼈져리게 느껴보지 않았는가. 소외와 고통이 스며든 자리에서 묵묵히 일을 하며 나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었던 것 같다. 노동은 나라는 사람을 한없이 낮아지게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라는 원석에 빛을 더해주었다. 이 책을 통해 노동의 가치와 일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점검할 수 있었다.

현대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는 징후와 증상들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우리는 베유의 말처럼 뿌리 뽑힌 영혼일지 모른다. 어딘가에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이동하며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 비교와 평가는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지금까지 해온 노력들이 의미가 없는 것처럼 공허해지기도 한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나를 알아주는 곳은 없는 것만 같다. 군중 속의 외로움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뿌리의 힘이 약해지면 나무를 지탱하느라 모든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만다. 어쩌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은 나의 뿌리가 지치고 힘에 부치고 있다는 신호가 아닐까. 뿌리째 뽑혀 나가기 전에 우리는 자기 안의 영성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뿌리가 없는 나무는 아무리 많은 장식을 매달아도, 결코 살아날 수 없는 법이다.’ p228

책에서 말한 뿌리 내림의 노력들은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았다. 동네를 산책하며 주변을 돌아보는 것, 고전을 읽고 오래된 음악을 듣는 것, 웃어른들의 말씀에 경청하는 것, 공동체 속에 만난 이들에게 이해관계로 접근하기보다 존재 자체로 존중하며 이해로 다가갈 것. 고요히 머물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을 마련할 것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완전한 뿌리 내림은 될 수 없다 그러나 뿌린 내린 삶을 향한 작은 선택들이 중력의 세계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내면의 중심이 선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한다.

우리는 다시 흔들릴 것이고, 언제든 무기력해질 수 있는 존재이다. 마음속에서는 끊임없이 아우성칠 것이다. 더 열심히 달려야 하고,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그러나 그때마다 중력에 저항하는 선택들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내면의 힘은 강해지고, 내가 지은 내면 속 집은 그 누구보다 웅장해져 있지 않을까. 그 안에서 진정한 쉼도 이루어질 것이라 믿게 하는 책이었다.

구텐베르크 출판사 @gutenberg.pub 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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