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박유인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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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향한 애절한 순애보, 누군가의 다 전하지 못한 말, 착한 거짓말, 떠나간 이를 향한 원망과 그리움, 이별 후의 아픔 이 모든 것들은 ‘사랑’이 전제가 되어야 가능하다. 한때 사랑했던 이가 더는 볼 수 없는 그리움이 되고 삶이 되었다. 시 한 편 한 편이 짧은 이야기 같아서 좋았다. 길게 늘어놓지 않고도 이렇게 선명한 장면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는 것이다.

지나온 시대는 다르지만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고, 삶에서 한 번쯤 거쳐 갔을 법한 이야기들이 시의 소재가 되어 정갈한 시로 다시 태어났다. 시대를 걱정하는 어른의 염려가 따스하게 다가왔고, 돈 대신 책을 물려주겠다는 손주를 향한 사랑이 내 마음과 닮아 코끝이 징했다. 또한, ‘엄마처럼 살기 싫어요/육아 독박에/ 밥 설거지 빨래 청소/밥 설거지 빨래 청소/…더는 결혼을 다그치지 마세요/ 꼰대 소리 듣기 싫으면’ 내 속에 들어왔다 나갔다 싶을 만큼 노골적이지만 솔직하다. 딸 둘을 키우는 엄마이기에 결혼과 동시에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산다면 그 되물림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 친정엄마보다 편한 삶이지만, 결혼과 육아는 살면서 제일 쓴 명약이었다. 어른으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 저자는 육십 평생을 다람쥐쳇바퀴 도는 듯한 삶을 살다 간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며 여성들이 주부가 아닌 독립된 인격체로 살아가길 바란다. 남자들도 이런 생각을 하긴 하는구나 하는 지점이다.

<애는 무슨>이라는 시의 일부다. 지금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대변하고 있다.

사랑하나 믿고 빈손으로 결혼한 나에게
결혼했으니 애를 낳아야 한다고
애가 행복이라고
닦달하고 뻥치는 그분들
세상 물정 모르시면 그만하세요
입에 풀칠하기도 숨 가쁜데
애는 무슨

시가 된 글은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한숨 섞인 ‘토로’ 같다. 오죽 답답하면 참다 참다 입 밖으로 뱉은 말이 시가 된 느낌이다. 어쩌다 보니 자식을 낳는 일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제 몸 하나 건사하며 살기도 힘든데 누가 누구를 돌본다는 말인가. 문득 시를 통해 지난날의 나를 본다. 눈코 뜰 새 없이 육아하며 하루를 보내던 나에게 나보다 앞선 산 이들은 말했다. ‘조금만 더 크면 좀 낫다’ 이 말이 일말의 희망이 되어 버틸 힘이 되긴 했지만, 경험상 아이가 한 살씩 나이를 먹을 때마다 또 다른 힘듦이 찾아왔다. ‘누구야, 내게 좀 크면 낫다고 했던 사람!’ 나아지기는커녕 문제투성이다. 이렇게 살다가 내 노후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할까 봐 덜컥 겁이 나기도 했었다.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겠지. 그러니 애를 낳으라는 소리는 금지어처럼 조심스럽기만 하다.

<하소연>이라는 시에서 ‘농사꾼이 땅 노는 꼴을 어땋게 보고만 있나’이 문장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나이기에, 예전과 달라진 고향 풍경이 한 편의 시에 고스란히 그려져 있었다. 나의 부모님은 내가 어릴 때도 마을의 청년이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청년에 가깝다. 진짜 젊은이들은 도시로 나가 살고, 고향에 남아 있는 부모들이 마을을 지키는 젊은이가 되었다. 점심 때가 되면 동네 어르신 식사를 하러 간다는 친정엄마를 보며 ‘엄마도 할머닌데 누가 누구 밥을 해’라고 웃으며 말한 적이 있다. 농사일을 좀 줄이라고 해도 땅이 노는 꼴을 못 본다. 뭐라도 해야지 직성이 풀린다. 고구마를 심든, 콩을 심든 땅을 부지런히 굴린다. 돈과 상관없이 농사꾼은 뭐라도 키워야 살맛이 난다. 이 시의 3편 ‘그런 때’ 파트는 내 삶과 맞닿은 지점들로 가장 많이 공감했고, 여운이 남았다.

그리고 4편에 들어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졌다. 누군가 내딛지 못한 또 다른 하루 위에 서 있는 우리는 이 시집의 제목처럼 ‘산다는 것 대단한 일’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생의 마침표를 찍고 하늘의 꽃이 된 이들이 수없이 많을 겁니다. 그들이 그렇게 살고 싶어 하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대단한 사람이 아닐 수 없지요. 참회, 나눔, 죽음, 시련, 분노와 증오, 용서, 책임, 사랑, 존경....삶 속에서 마주하는 이 모든 것들을 매 순간 잘 다독이며 살아가는 우리, 참 대단한 삶을 통과하고 있는 중입니다.

에세이 같은 시 한 편 한 편들은 삶은 평범하지만, 그 을 온전히 품고 살아가는 우리는 그 자체로 존경받을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하고, 나는 그대의 삶을 존중합니다.

하움 출판사 @haum1007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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