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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철학하다 - 삶은 어떻게 글이 되고, 글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
이남훈 지음 / 지음미디어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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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글을 잘 쓰기 위한 기술을 나열한 책이 아니다. 글쓰기를 철학적 사유로 재해석해 독자로 하여금 글쓰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고 있다. 매일 백지 앞에서 첫 문장을 만나기 위해 침묵하는 이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여서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새겨졌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몰랐을 삶의 다양한 해석들 앞에서 매 순간 물음표를 던지며 생각에 잠기곤 했다.
글쓰기에 정답은 없는데 그 정답을 찾기 위해 애쓰는 나를 보며 상심했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수없이 내 빗장을 들락날락했다. 역시 25년이라는 긴 시간을 글과 함께 해온 저자이기에 종이 위에 새겨진 검은 글자는 그저 읽혀지는 글이 아니라 삶과 글이 하나의 선 위에 서기까지 각개전투 끝에 만들어진 ‘쓰기의 철학’이었다.
다수의 유명 철학자들과 대문호들의 사유를 기반 삼아 글쓰기의 방향과 그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왜 글을 쓰는가’ ‘무엇을 쓰기 위함 인가’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들 앞에 깊이 있는 조언을 듣고 싶었던 것일까. 글을 쓰면서도 늘 떠나지 않는 물음들이라 이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나름의 답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이런 생각조차 어리석었음을 알아차렸다. 작가의 길을 감에 있어서 그 어떤 정해진 매뉴얼은 애초에 없었다는 사실을. 내가 나에게 던진 질문들은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 터득하여 깨우친 것들이 답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기만의 철학으로 남을 것이 분명했다. 작가 정신!! 이것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지금 보다 더 치열하게, 더 독하게 살아야 한다는 경각심을 심어 주었다. 글쓰기는 기존의 나를 누르고 새로운 나로 다시 일어서는 일임을 <글쓰기를 철학하다> 가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글을 쓰기로 한 나의 선택이 얼마나 큰 용기였는지도 확인시켜 주었다. 시작은 나를 위한 용기였을지 모르지만, 쓸수록 나의 글은 안이 아닌 밖을 향하고 있었다. 글을 쓰기로 한 결단은 독자를 위한 용기이기도 했다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문장에서부터 마지막 문장으로 가는 과정에서, 또는 아침에 글쓰기를 시작해 저녁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 글 쓰는 사람은 수많은 위협, 불안, 괴로움을 맞딱뜨린다. 하지마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그것을 받아일 결단을 해야만 한다. 이러한 결단을 하고 글쓰기를 한다면 무한정 괴롭다고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용기가 자신만을 위한 용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개인적인 보람과 성취욕은 남겠지만, 이는 사실 독자를 위한 용기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고통과 실패를 결단하는 일은 그 자체로 품격있는 용기가 아닐 수 없다.’p53
위의 글을 읽는 순간, 가슴 한 견이 뜨끈해져 오는 듯했다. ‘맞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선택했다는 그 자체로 큰 용기야. 그러니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글을 쓴다는 것은 용기있는 희생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만은 가지지 않아도 좋다는 취지의 메시지도 좋았다. 기계가 아무리 탁월하게 글을 써도 인간은 글 쓰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다. 뭔가 뭉클하다. 인간이 쓴 글은 시간이 지나도 그 자체로 의미와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생각은 나에게도 유효하다. 사람이 쓴 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복잡 미묘한 감정의 표현은 시간이 지나도 유효하리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인간은 나고 자라면서 자기 안에 지닌 그만의 독특한 언어 세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문과도 같은 글의 발견이랄까. 글을 쓰다 보면 그 무의식적으로 툭 튀어나와 백지를 채워가곤 한다. 가끔 우연히 맞닥뜨린 내 안의 언어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던 날도 있었다. 글을 쓰는 즐거움은 바로 이러한 사소한 곳곳에서 드러난다. 인공지능이 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책을 읽으면 지금 자신과 가장 밀접하게 와 닿는 부분에 머물게 되기 마련이다. 바로 ‘퇴고’부분이었다. 퇴고를 하다 보면 포기할 수 없는 문장이 있다. 다른 이가 보기에는 있으나 없으나 그리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아도 글쓴이의 눈에는 반드시 이 문장이 있어야 한다. 퇴고는 뚝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내가 쓴 글과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끝까지 밀고 가면서 버릴 것 버리고, 수정할 것은 수정하며 마지막 한 문장에 이르러야 했다. 자신이 쓴 문장을 포기한다는 것은 작가에게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임을 퇴고의 과정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저자는 퇴고를 이렇게 말했다. ‘퇴고란 이제까지 굳건하게 유지해왔던 ’나의 정체성‘에서 벗어나, 내 글을 읽는 ’타인의 정체성‘으로 들어가는 일’이라고. 이 문장은 퇴고의 과정에 들어선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내 글을 읽는 독자를 설득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바로 퇴고였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의 말처럼 퇴고하는 동안 ‘나’를 버리고 ‘타자’가 되어야 한다. 나에게만 친밀한 글은 독자를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우쳐 주었다.
요즘은 많은 이들이 글을 쓴다. 꼭 책을 쓴다는 것 외에도 글을 쓸 기회는 많아졌다. 나는 이 책을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이 많이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면 ‘글쓰기’를 대하는 태도가 바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부단히 글쓰기에 매진하며, 자기만의 철학을 담은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클로이서재@chloe_withbooks 서평단에 선정되어 지음미디어 @ziummedia 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