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줄 말은 연습이 필요하다 - 세계 명시 필사책
김옥림 지음 / 정민미디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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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줄 말은 연습이 필요하다> 필사책은 한때 감수성이 풍부했고, 티 없이 맑고 순수했던 18살의 나에게로 데려다 놓았다. 당시 나는 시를 읽고 노트에 적어 두는 것을 좋아했었는데요. 시골이라 대형서점이나 도서관을 가려면 김천이나 상주 시내를 나가야 했어요. 그러니 교과서 속 시나, 책을 읽다가 마음을 먹먹하게 만드는 문장을 만나면 얼마나 반가웠겠어요. 그런데요. 정민미디어에서 출간된 이번 필사책은 제 여리디여렸던 내 고교 시절 맑은 영혼과 마주하고 온 듯 좋아했고, 지금도 여전히 품고 있던 시들을 한 권의 필사책으로 엮어 놓았더군요.

반가웠고, 가슴이 먹먹해 시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내가 이 시도 참 좋아했었지’라고 마음속 메아리가 쉼 없이 울렸답니다. 게다가 시는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하기에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 그런 부담을 덜어주는 ‘시인의 시 이야기’ 코너가 시 한 편마다 엮은 이의 마음과 생각이 덧붙여 있어 ‘아, 이런 시였구나.’ ‘나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공감과 깨달음이 교차하며 시라는 세계에 한층 더 깊이 다가선 듯한 기분마저 듭니다. 시를 만나기 위해 책을 펼쳐드는 순간이 참 행복하고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먼저 한 번 쭈욱 훑어 읽고 난 후 학창 시절 내가 좋아했던 시를, 책을 펼칠 때마다 필사해보았습니다. 세상 밖으로 나가기 전 막연한 두려움과 맞서던 내 안의 여물지 못했던 나를 다시 만나는 순간입니다. 그때의 내가 잘 버텨줘서 고맙고, 기특했습니다. 그때 나를 지켜주고 버티게 해줬던 시의 언어가 알알이 가슴에 콕콕 박혔습니다. 단 하나,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는 김수영님의 ‘풀이 눕는다’란 시는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쬐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우리 시와 세계 시를 동시에 만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만족한 필사책입니다.

세계 시에서 그 아쉬운 점을 만족시켜 줬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걸어보지 못한 길’의 마지막 문장은 여전히 마음 속 징을 울립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두 갈래 길이 숲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라고’ -p210

이 시는 간호사로서 첫 발걸음을 떼었을 때, 저를 가장 위로해 준 시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선택이 나의 삶을 바꿔놓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던 시였지요. 지금도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은 유효합니다. ‘내가 간호과를 선택하지 않았다면’을 지우고 나면 지금의 나는 있었을까? 되묻게 됩니다. 인생의 시기별로 와닿는 시는 다른 것 같아요. 저마다의 상황에 따라 시의 울림이 머무는 정도도 다르고요.

청춘의 열정은 사라지고 중년의 뜨거움이 살아있는 지금의 나에게 와닿는 시들은 ‘인생’에 관한 시였어요. 이 책의 뒤로 갈수록 삶에 관한 시들이 눈길을 끌더군요. 엘프리드 테니슨의 ‘참나무’라는 시가 유독 마음에 머뭅니다. 인생의 사계절을 한 편의 시 속에 녹아낸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능력 아닌가요. 시는 함축적이지만, 시를 이해하고 난 후의 여운은 더욱 깊어지기 마련입니다.

요즘 다들 ‘힘들다’는 소리가 곡소리처럼 나오더군요. ‘힘들다’라는 말 속에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그 앞의 주어는 ‘마음’이 아닐까 싶어요. 시는 무겁고, 어두워진 마음의 그늘을 지우고 양지바른 곳으로 데려다 놓을 겁니다. 읽을 때보다 종이 위에 써 보면 쓰는 동안 마음은 고요해지고, 다 쓴 후에는 쓰면서 채워진 에너지가 다시 오늘을 잘 살아갈 수 있는 기운을 북돋아 줄 겁니다. 위로는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면서 받을 수도 있지만,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책을 읽고 필사를 하며 스스로 위안의 길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하루 한 편의 시를 만나며 삶을 돌보고 나 자신을 정화해 나가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저자의 프롤로그 첫머리에 나온 시처럼 우리 안에는 ‘사랑이라는 참 맑고 아름다운 별’들이 유난히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시를 통해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책 읽는 쥬리 @happiness_jury 님께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정민미디어@jungmin_media 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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