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어떤 것도 틀리지 않았다 - 세상은 바뀌었고 어른의 모습도 바뀌었다
김현주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P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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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다 그래.’

마흔에 접어들고 지금까지 이 말을 수없이 되뇌며 나를 설득하고 타인을 위로하듯 살아왔다. 그 이유를 끝까지 찾으려고 하면 머리 아프고, 마음만 더 후벼파는 것 같아 어느 순간부터 ‘세상이 다 그렇지.’라며 스스로를 위안 삼았다. ‘체념’이라기엔 너무나 부드럽고, ‘인정과 수용’에 가까운 이 말에 모든 것이 서서히 괜찮아짐을 느꼈다.

내 뜻대로, 내 마음이 동경하는대로 흘러가도록 세상은 나에게 그 모든 것을 쉽게 허락하지않았다. 젊을 때는 모든 것이 미숙하고 배워야 할 것이 많은 나였기에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러나 철없는 광기의 시절은 가고 시근이 든 나이에 접어들어도 여전히 세상은 내 마음같지 않은 사람들과 일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내 삶 곳곳에 생채기 내기 마련이었다. 이 모든 시간을 통틀어 나를 이해시키고 위로하는 한마디가 바로 ‘세상이 다 그래’였다. 때로는 상처를 외면하게도 하고, 보듬게도 하면서 나를 다시 삶 속으로 당당히 걸어가게 했다.

저자는 ‘사는 게 참 그렇다’ 이 말을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살아낸 자들만의 언어, 그와 닮은 말이 바로 ‘세상이 다 그래’다. 누구도 해결해 줄도 없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 앞에서 이 짧은 문장은 인생에서 일어나는 자기 통제권의 밖의 일조차 감싸안고 다시 살아갈 힘을 준다. 적어도 나에겐. 20대엔 ‘세상살이가 원래 그리 쉽지 않으니라’라고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말이 이제는 그것을 이해하는 듯한 말로 바뀌어 나를 살게 한다.

‘살아보니 좋은 것은 언제나 나쁜 것과 함께였고 누군가의 이익은 누군가의 손해로 돌아왔다. 운 좋게 얻은 것도 결국은 누군가의 빈자리 덕이었다. 숱한 현실적 경험이 내 삶이자 사랑이었다. 가볍게 사는 게 대세라 하지만 나는 자꾸 말이 무거워지는 어른이 되고 말았다.’ p100

저자는 마흔에 접어들며 지금껏 살면서 세상과 부딪혀 살아남은 것들의 단상을 글로 옮겨왔다. 어찌나 날카롭고 솔직하게 글로 풀어냈는지 내 마음을 훤히 들여다본 것만 같았다. 어느 부분에서는 ‘아, 저자는 그 상황을 이렇게 느꼈구나. 나는 이러했었는데.’라며 공감과 다름을 받아들이게 했고, ‘맞아, 맞아, 나도 이 과정을 뼈저리게 뉘우치고 지나왔지.’라며지난 과거를 돌아보기도 했다. 마흔의 우리는 닮아있으면서도 다른 삶을 지나와 있었다. 또한, 내가 요즘 가장 깊이 생각하고 있는 주제 ‘독립’에서 큰 공감을 얻었다. 어쩜 나와 기가막히게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만 이 고민을 하는 게 아니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위안이 된다. 마흔의 ‘독립’은 외형적인 관계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엄마로서의 나, 간호사로서의 나, 작가로서의 나, 한 인간으로서의 나를 하나씩 독립시키는 과정에 있는 나에게 특히나 깊이 와 닿아있었다.

‘차선과 대타를 찾기 전에 필요한 건 따로 있다. 바로 ‘독립’이다. 삶의 형태는 다양해졌고 누구와 어떻게 사는지는 자유지만 독립은 마흔에 반드시 선택해야 할 과제다. 결혼을 했든 가족이 있든 자녀가 있든 삶의 중심을 바로 세우기 위해 한 번쯤은 반드시 해 봐야 한다. 독립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것, 몸과 마음을 모두 독립시킬 것, 스스로 살 수 있을 것 그리고 책임지고 싶은 것들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 것.’


마흔은 다음의 나이대를 더 어른답게 살아가기 위해 ‘비움과 채움’을 통해 ‘정리’하는 시기인 듯하다. 물건만 버리고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온 이력과 그 속에서 수없이 생겨난 마음과 생각까지 모든 것을 언젠가 정리해 진짜 남겨둘 것만 가지고 나머지 인생을 살아가야 할 때가 오는 것 같다. 그 시기가 바로 마흔이지 않을까한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했지만, 눈앞의 현실은 이상과 다르게 눈물 날 만큼 처참할 때가 많다. 경력도 쌓일 만큼 쌓였고, 뭔가 일구어 놓은 것들도 많아져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현실 속 마흔은 몸과 마음이 변화하는 격동의 시기였다. 경제적으로도 가장 많이 흔들리는 시기인 듯하다. 얼마 전, ‘김미경 강사’의 강의를 들으러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여기 40대 손들어 보라고 했다. 그리고는 “너네, 돈 없지?”라는 강사님의 한 마디에 강당 안이 웃음소리로 가득 찬 순간이 있었다. 그만큼 그 말에 공감하는 이가 많았으리라. 40대는 나비가 되기 위한 번데기의 무거운 침묵과도 같은 시간이다. 특별한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그 안에서 무수한 변화가 일어나는 시간. 그 시간을 견디고 나면 나비처럼 훨훨 자유롭게 어디든 날아갈 날개가 돋아날 것이라 믿는다.

마흔이라는 다리를 건너고 있는 많은 독자들에게 이 책은 공감과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나만 그렇게 사는 게 아니다. 나 혼자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그러니 그 어떤 ‘마흔’도 틀리지 않았다.

스노우폭스북스(@snowfoxbooks)에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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