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설계도 - 현실주의자 정약용이 평생에 걸쳐 완성한 삶의 선순환을 이끄는 6륜의 설계
정약용 지음, 김경수 엮음 / 구텐베르크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산의설계도 #정약용지음 #김경수엮음 #구텐베르크 #다산 #다산정약용 #6륜의설계 #인문 #인문교양 #대중철학 #한국철학 #처세술 #삶의자세

<다산의 설계도>는 다산 정약용이 남긴 저서들을 오랜 시간 깊이 들여다보며, 그가 남긴 핵심 사상을 6단계 삶의 법칙으로 정리해 저자의 관점을 담아 재구성한 책이다. 원문에 대한 해설과 저자의 깔끔한 해석이 더해져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일으키기엔 충분했다.

처음부터 읽지 않고 읽는 독자 자신에게 시급한 부분을 먼저 읽고 다른 파트를 읽어도 좋을 듯하다. 읽으면서 든 생각은 ‘다산이 현 시국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였다. 그의 눈에는 분명 근본이 무너진 세상이라고 통탄하지 않을까?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 사회는 그가 바로 세우고자 했던 세상과는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다산의 철학을 현대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서 설명해 주고 있기에 읽는 독자 스스로 삶에 실천할 수 있는 항목은 메모를 해두고 적용하면 삶을 살아가도 좋을 듯하다. 우리는 자기 인생의 건축가다. 이 책을 도면 삼아 잘못된 것은 수정해 가며 인생이라는 건축물을 견고하게 세우길 바라는 바이다.

다산이 18년간의 유배 생활에서도 읽고 쓰는 것을 멈추지 않고 수많은 책을 남긴 이유는 ‘후대를 위한 배려’라고 말하고 싶다. 다산의 현실은 그가 말하는 모든 것이 실행되기 힘든 여건에 있었지만,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후대는 자신의 글을 설계도 삼아 제대로 된 미래를 구축하길 바라는 진심이 있지 않았을까.

저자는 다산의 6단계 인생 설계 법칙을 격물치지, 치심, 수신, 경세, 지행겸진, 일신을 말하고 있다. 나는 ‘치심’과 ‘지행겸진’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읽었던 것 같다. 내 생각을 꿰뚫어 읽은 듯하 글이 많았고, 실제 내 삶에 적용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 또한 굳건해지는 듯했다.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이 흔들린다. 관계에 지치기도 하고, 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다.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내 마음 같지 않은 이들을 보며 이렇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게 맞는지 헷갈리기도 한다. 흔들릴 때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스스로를 다독여 평정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나는 ‘신독’의 시간을 귀히 여긴다.

“혼자 거처할 때를 삼가라.〔…〕비록 아무도 없는 방 안에 홀로 앉아 있더라도, 마음속에는 큰 손님을 대한 듯이 하여 함부로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 p77

혼자 있는 시간은 한 인간의 인격이 허물어지는 순간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더욱 단단하게 버려지는 시련의 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깊은 내면, 그 누구도 들여다볼 수 없는 그곳에서 스스로의 존엄을 지켜내는 힘. 이것이 바로 흔들리지 않는 삶을 세우는 설계의 열세 번째 원리입니다. p79

이 말에 깊은 공감을 한다. 나 역시 삶이 무너질 것 같은 순간에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이 ‘혼자 있는 시간’ 이었다. 그 시간에 책을 읽고, 필사를 하며 생각과 마음을 다시 바로 잡는 시간이 있었기에 스스로의 존엄을 지켜낼 수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은 들키고 싶지 않었던 또 다른 나를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기에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다. 마음이 바로 서지 않으면 온전한 삶은 기대하기 힘들다.

가장 내게 익숙한 ‘초서’에 대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생각을 바꾸는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습관’이라고 소개한다. ‘신독’의 시간에서 내가 한 일 중 하나 ‘필사’였다. 책 속의 인두같은 문장을 눈 끝에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 싫어서 적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글을 따라 쓰는 과정에서 나도 몰랐던 생각이 드러난다. 그 생각을 다시 내 글로 쓰기 시작했다. 다산 정약용에게 ‘쓴다’는 것은 곧 ‘산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p277)는 문장을 읽는 순간 목구멍을 타고오르는 아리고도 뜨끈한 무언가를 느꼈다. 이 말은 삶을 관통하는 말이 아닐 수 없으니까. 글을 쓴지 오래 되지 않았지만, 이 말이 적어도 무슨 말인지 아니까.

살아가기에도, 살아내기에도 참으로 힘든 세상이다. 어른의 말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옮고 그름조차 모호해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남은 인생을 재정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와도 같은 책일지 모른다. 이 책에 한 번이라도 눈길이 닿았다면 망설이지 말고 읽어 보길 추천한다. 지금 인생 도면을 다시 그린다고 해도 늦지 않았다. 다산이 전하는 말과 저자의 깊이 있는 혜안을 만나보길 바란다.

@gbb_mom 단단한맘 @wlsdud2976 하하맘님께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gutenberg.pub 구텐베르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