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나를 멈추게 한다면
장성남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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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펼쳤을 때부터 나는 슬펐고, 아팠으며,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특히 엄마라면 한 번쯤 느꼈을 법한 애타는 심정을 생생하게 그려놓았다. ‘나도 이런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라며 지나온 시간을 곱씹어 보며 그렇게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시간은 어쩌면 나의 이기적인 욕심때문이 아니었는지 조용히 반성해 본다. 저자의 책 속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아, 우리 딸은 나를 속상하게 한 축에도 못 끼는구나.’ 싶다. 나름대로 뼈를 깎아 내고,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의 시간을 지나왔다고, 아니 지금도 둘째 딸아이로 속상한 적도 종종 있지만, 이 나이 때는 그럴 수도 있다고 품어줄 수 있는 이해와 공감의 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내가 자라온 배경이 꼭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은 감정에 민감하다. 그만큼 다양하고 다채로운 세상에 노출되어 있다. 그만큼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암 덩어리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스트레스를 어떤 식으로 배출하느냐는 개성이라는 이름으로 표출되는지도 모르겠다. 학교 다닐 때는 화장을 하면 안 되고, 짧고 비치는 옷을 입어선 안 된다고 여겼다.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며 걱정과 염려의 말이 아이들에겐 잔소리로 들린다. 큰 아이가 대학에 입학을 하고 나는 깨달았다. ‘그때 그러지 말걸. 내가 밀어붙이지 않았어도 되는 일이었는데. 알에서 깨어나 부화하기 직전, 나름의 몸부림이었음을 나는 미처 알려고 하지 않았구나.’

모든 부모가 가진 감정은 내 아이를 향한 사랑이 있어서다. 그러나 그 이전에 나에 대한 사랑부터 챙겨야 한다는 것을 잊은 채 내가 받지 못한 사랑을 아이를 통해 보상받고 싶어하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저자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더 희미해지기 전에, 기억이란 숲에서 더 흐려지기 전에 나를 통해 진실을 보라고 하는 듯하다.

내 뱃속에서 열 달을 품고 나온 아이에게서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배웠다. 심장이 미칠 듯이 뛸 것 같은 사랑이 아닌 두근거림이 없어도 이렇게 한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고 그 어떤 희생도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고차원적인 사랑을 내가 낳은 아이가 알려주었다. 내가 받고 싶은 대로 아이를 대하면 되는데 내가 받아온 대로 아이를 대하니 섭섭함과 원망은 오롯이 내 몫이 된다.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나를 먼저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는 그것이 글쓰기였으며, 저자 또한 그러했다. 글을 쓰면 자연스레 되짚게 되는 과거로의 회귀다. 내 안의 어른아이를 먼저 만나 화해할 수 있는 이해와 공감의 장이 글쓰기였다.

자책도 금물이다. 무슨 일만 생기면 스스로를 먼저 탓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글을 쓰면 제일 먼저 자신의 못난 구석부터 파고든다. 의도한 바가 아니지만 글쓰기가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 이 과정은 내 안의 못난 감정들을 몽땅 밖으로 길어 올려 쏟아내게 한다. 수십년 동안 나도 모르게 꾹꾹 눌려놓았던 혼자만 아는 내 안의 검은 속내들이 구토하듯 냄새를 뿜어대며 쿨럭거리며 나온다. 그 후에는 속이 편해지고 후련하다. 이것이 바로 글쓰기다.

저자 또한 이러한 과정을 겪어온 듯하다. 살아온 날들이 옹이처럼 새겨져 무언가를 할려고 할 때마다 선명해진다. 자기 안의 수치심, 두려움, 부담감, 끊임없는 비교는 짜내야 할 고름과 같다. 새살이 돋도록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기억이라는 숲으로의 여행이다. 여행이 어딘가로 훌쩍 멀리 떠나야만 여행이 아니다. 살면서 잠시 잊고 지냈지만, 언제든 다시 찾아가고픈 엄마의 자궁과도 같은 따스한 날들이 우리 안에 있다.

저자의 어릴 적 풍경 속에 교묘하게 겹쳐 떠오르는 또 다른 나를 보게 된다. 유난히 맑았고, 더없이 순진했고, 한없이 꿈 많던 내가 보였다. 저자의 부모님처럼 내 부모님 역시 농사꾼의 삶을 여직 살지만, 그 시절 아버지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웠고, 내 어머니는 그 호랑이의 포효에도 꿋꿋하게 가정을 지켰던 당돌한 여우였다. 한 이불 덮고 산 시간 덕분인지 엄마는 호랑이를 닮아 못 하는 것이 없고, 아버지는 힘없는 늙은 여우가 되어있다.

저자에게 어린 시절은 암울했지만, 지금은 우뚝 선 빛과 같은 존재로 살아남았다. 그녀의 혹한과 같은 시간을 안아주고 싶다. 그리고 응원한다. 누구에게나 들키고 싶지 않고, 수면 밖으로 굳이 꺼내고 싶지 않은 판도라의 상자 속 이야기를 꺼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신호가 이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자기만의 기억의 숲으로 잠시 여행을 다녀오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그리고 저자와 같이 그 기억 속 인물들과 만나 화해와 용서의 시간으로 이어지길.

@bagseonju534 @yoon._.books_ 님께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클북 @slower_as_slow_as_possible 으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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