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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친목 - 램 카페에선 외롭지 않다
하래연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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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소재와 장소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저자의 시선으로 눈길 가는 곳, 발길 닫는 곳을 따라 가다 보면 내가 저자인지, 그가 나인지 헷갈리곤 한다. 카페는 우리 삶에서 익숙한 장소이면서 저자가 보고 느끼는 것들 또한 친숙하다. 그러나 그 깊이와 표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카페를 오가면서 한 사람이 책 한 권을 쓸 정도로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 싶었다. 막연한 기대와 의문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그리고 나는 저자의 글에 이끌려 혼이 나간 듯 읽었다. 이 책과 함께 하는 시간과 공간이 곧 램 카페였다. 어디선가 음악이 들려오는 듯했고, 내가 저자의 시선을 따라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듯 했으며, 더 나아가 나 자신이 저자가 되어 이 모든 흐름을 오감을 통해 글로 쓰는 사람같았다.
‘램 카페’는 단순히 커피와 차를 파는 장소가 아니었다. 사람이 아니 인생이 움직이는 곳이었다. 사계절이 무심히 교차되는 속에서도 램 카페는 목석같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구는 부지런히 돌고 사람 역시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느라 생각에 쉼이 없지만 문득 챔 카페를 찾는 날은 모처럼 삶이 느긋하게 흐르고, 카페를 나설 땐 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촘촘하게 조여있다.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이 생긴다. 사람이 고요히 머문 곳에 의미는 생겨나고 그것은 곧 자기로의 회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만의 램 카페를 그려보았다. 마음과 생각이 자유로울 수 있는 구석진 자리가 그리웠다. 그렇게 나는 이 책과 함께 카페를 찾았다. 카페에 앉아 읽으니 은근히 이 책이 묘한 안정감을 준다. 저자의 문장들이 유난히 깊게 꽂힌다. ‘또 다른 눈의 여왕’편을 꼭 읽어 보시길! 동화책 한 편 순삭한 느낌이면서도 문장이 너무 아름다웠다. 연인의 키스가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저자에게 카페는 막혀 있던 삶의 혈관을 뚫어주고, 피가 다시 돌아 뜨겁게 한다.
저자의 일상을 곁에서 보고 느끼는 것만 같다. 전혀 나와 동떨어져 있는 삶이 아니다. 내가 느꼈던 생각의 단상들을 총집합 해놓은 듯 저자만의 언어유희를 펼치며 반짝이고 있다. 이 빛나는 글들을 눈으로 따라가자니 참 아쉽다. 소복이 쌓여 있던 새하얀 눈이 햇빛에 잠시 반짝였다가 증발된 기분이다. 다시 페이지를 돌려 읽으며 생각에 잠긴다. ‘나도 이런 적이 있었지. 왜 나는 글로 남기지 못하고 순간의 감상으로 그치고 말았을까. 글 참 좋다.’
저마다 이 책을 읽으면 밑줄 긋는 문장이 다를 것이다. 글에 대한 반응도 내가 경험한 만큼 오는 것 같다.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와닿지 않았을 문장들이 살아서 내게 온다. 아직 내 안에서 튀어나오지 못한 문장들이 나를 대신해 저자의 글로 고스란히 그려져 있다. 내 생각과 감정을 글로 담아낼 수 없는 답답함을 어느 정도는 대리만족 된 셈이다. 다시 한 번 더 느낀다. ‘글 쓰길 참 잘했네.’ 이전의 나와 다른 책을 다루는 태도와 책을 읽는 속도, 이 모든 것들을 예전으로 되돌리고 싶지 않은 순간이다.
삶이란 거대한 세계에 놓여 진 이상 자기만의 사원이 되어 줄 장소는 분명 필요하다. 예를 다해 머물 수 있고 나 자신에게 의미 있는 시간과 경험을 줄 수 있는 램 카페와 같은 장소가 있다는 대단한 행운이자 인연이라 생각된다.
나는 램 카페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내가 사랑과 존중을 가지고 머무는 장소, 그리고 그곳에 있으면 내면의 빛이 가장 나답게 발하는 공간에 대해서. 나에게 램 카페는 바로 새벽이었다. 새벽에 홀로 있는 시간, 그리고 나만의 책상, 노트북, 책, 펜, 노트가 살아서 움직이며 나로 존재하게 하는 정화의 시간이자 장소였다. 내 삶의 성소이자 사원은 새벽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book_n_design 출판사에서 모집한 서평이벤트에 선정되어 도서협찬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