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육아가 끝나면 각자 집으로 간다 - 부부는 끝났지만, 부모 역할은 계속된다
글짱 지음 / 담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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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던 시기, 사회 초년생인 나에겐 결혼은 부모로부터 완전한 독립인 동시에 새로운 인생의 출발이라고 여겼었다. 결혼을 알리던 선배의 얼굴에서 피어나는 하얀 백합꽃 같은 수줍은 미소가 그렇게 부럽던 나의 20대였다. 그때의 나에게 ‘결혼’은 영혼과 영혼이 하나가 되는 숭고한 것이기에 한 번 이어진 부부의 인연은 절대 끊어질 수 없는 것처럼 여겨졌었다. 간면 혼배! 선배는 카톨릭 신자였고, 선배와 결혼하는 남성은 비신자였다. 현실에서 결혼식을 올리기 전 하느님께 결혼 허락을 받는 의식이자 영혼의 결합이라고 했다. ‘결혼이란 육신의 결합이기 전에 영혼이 하나됨을 의미하는구나’라고 무겁게 받아들인 계기가 되었다.

순백의 웨딩드레스 속 피어난 내 마지막 청춘의 시간이 결혼이었다. 더는 완벽히 혼자일 수 없었고, 더는 여자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란 것을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수많은 하객들의 축하 속에서 나는 마냥 웃고 있었다. 나 역시 저자처럼 두 딸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맞벌이 부부로 서로의 시간을 숨이 차올라 죽을 것 같이 후달리던 시간을 돌볼틈조차 없이 달려왔다. 마흔이 되어서야 다시 홀로 있던 시간으로 회귀하고 싶어졌다. ‘나’라는 존재 그 자체로, 다시 여자로 홀로 서는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결혼과 동시에 부부의 연을 잇고 살아 오는 동안 나에게 거미줄처럼 여기 저기 얽히고 설킨 것이 생각보다 많다. 모든 것을 단번에 끊어낼 용기가 나에겐 없었다.

나는 <우리는 육아가 끝나면 각자 집으로 간다>라는 책은 내가 결혼 후 살아낸 시간의 어느 한 페이지와 묘하게 닮아 있는 부분이 많았다.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부부라는 이름으로 결혼 생활을 유지하며 자식을 낳아 양육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드러나지 않은 그늘 속 짙은 어둠과 같은 면일지도 모르겠다. 결혼 후 나란 존재는 사라지고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 살아내느라 애쓴 그 시간의 고통이 오롯이 전해지는 듯해 가슴이 아렸다. ‘나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자식이 뭐라고...결국은 이혼 뒤에도 완전한 독립은 힘들구나.’ ‘부정과 모정은 열 달을 내 목숨처럼 품고 안 품고의 차이일까’ 책을 읽는 동안 밀려드는 공감과 스쳐가는 물음들이 아팠다. 어떤 식으로 정리될 수 없는 말들이 한꺼번에 심장을 강타해 나는 정말 괜찮은지 돌아보게 되었다. 누구나 말할 수 없는 감정을 품고 살아갈텐데.....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참아내며 그 누군가는 이혼 대신 ‘유지’를 선택하고 있겠지. 마음처럼 쉽게 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것이 이혼이다.

결혼도 이혼도 서로가 행복해지기 위해 선택한 것일 텐데 서로에게 지옥 같은 시간이라면 현명한 또 다른 선택지가 이혼이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이혼 후에 겪게 될 실질적인 어려움과 고통 그리고 아픔들이 생생하게 글 속에 남아 있다. 이혼에 대한 선입견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곱지만은 않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라는 궁금증은 타인들에게 별별 상상을 다 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혼도 스스로의 선택인 만큼 그 곱지 않은 시선을 극복하고 다시 본연의 나로 일어설 용기도 나의 자신의 몫이라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책의 제목만 보면 이혼 후의 육아에 대한 글처럼 느껴지지만 결혼 생활의 실상과 이혼을 선택하기까지 고민한 시간, 남겨진 아이들이 부부의 이별로 인해 더는 상처받지 않고 건강한 성장을 이뤄갈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던 그 모든 여정이 남겨진 책이다. 그리고 나에겐 깊은 생각을 남겼다. 아무도 앞일을 장담할 수 없기에 나로서 더 단단해질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도 다시 홀로 피어나도 괜찮은 또 다른 청춘의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 이혼은 어쩌면 나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완벽하게 보이는 것들 속에서 불완전함을 애써 모른 척하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글짱 저자님, 읽는 내내 응원했습니다. 나 자신으로 더 빛나는 삶을 선택하신 그 고뇌 끝의 환희가 어찌나 반짝이던지요. 문득 둘이면 마냥 행복할 줄 알았는데 둘이 여도 여전히 외롭다던 어느 선배의 말이 떠나질 않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이 서평은 모도(@knitting79books) 서평단 자격으로 저자 글짱(@geul_jjang)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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