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안장의 유령
아야사카 미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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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가 깃든 밀실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사건. 유서 깊은 일가가 소유한 저택 ‘피안장’에서, 사람들은 마치 저주에 걸린 듯 기이하게 죽어나간다. 애물단지나 마찬가지인 이 저택을 물려받은 사업가 렌은 이곳에 숨겨진 비밀을 밝히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초능력자들을 초대한다. 



이들은 3일간 피안장에 머물며 상상조차 하기 힘든 초자연적 현상과 끔찍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붉은 피안화가 만발할 때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는 이 저택에서의 사흘은 어떤 악몽을 선사해 줄까?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사람들을 농락하는 저택 피안장이 노리는 건 뭘까? 그리고,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처참히 죽어나가는 사람들은 누구에게 살해당한 걸까? 모두 알리바이도 뚜렷하고 딱히 의심가는 사람도, 이유도 없다. 정말 저택의 저주가 존재하는 걸까.



평범한 밀실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는데, 호러 요소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놀라울 만큼 흡인력이 있었다. 페이지 터너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출판사 소개가 과장이 아니었다.



밤 10시부터 읽기 시작했고 새벽 1시쯤 완독했는데 웬만한 호러 소설보다 훨씬 무서웠다…… 이상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도, 가문에 얽힌 이야기도 그리고 주인공 히나타와 사라의 우정도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몰입도를 높였다. 그리고 완결부 반전이 꽤 충격적이고 마음이 아렸다. 텍스트로 된 이야기를 읽으며 소름을 느낀 적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 유행하는 그 유명한 호러 소설보다도 훨씬 무서웠던 책이라고 조심스레 생각. 너무 재밌게 잘 읽었고 주변인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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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캐빈 10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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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릴러의 서늘한 감각에 목말라 있다가, 넷플릭스 영상화 소식까지 들려오길래 신나서 집어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팽팽해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소설이었다.

첫 장면부터 강렬하다. 혼자 사는 집에 무장 강도가 침입해 꼼짝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기자 로라 블랙록. 그 사건 이후 그녀는 깊은 트라우마를 안게 된다. 남자 친구는 이번 일을 계기로 동거, 나아가 결혼을 제안하지만 로라는 커리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 냉정하게 거절한다. 그리고 승진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잡기 위해 저명 인사들이 탑승한 오로라호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믿기 힘든 사건을 목격한다. 분명 옆방 여자가 살해당한 걸 봤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 방엔 애초에 아무도 없었다”고 말한다?! 하필 망망대해에 와이파이도 터지지 않는 상황이라 사람들과도 연락이 끊긴다. 로라는 자신이 미쳐버린 건지, 아니면 모두가 짜고 자신을 속이는 건지 알 수 없는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기자로서의 본능과 ‘안전한 공간에 낯선 이가 침입한다’는 공포에 시달려온 그녀의 과거가 겹치며, 사라진 여자의 진실을 밝히려 결심한다.

이후 전국적으로 로라 블랙록이 실종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그 기사는 독자에게 강렬한 서스펜스를 남긴다. 결말을 향한 궁금증이 폭발하는 지점이었다. 늦은 밤 시작했는데 다음 장이 너무 궁금해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읽으면서 왠지 수상쩍다고 생각했던 인물이 있긴 했지만, 사건의 전말은 예상 밖이라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영상화가 예정되어 있다는 게 너무나 반갑다. 왜 영미권에서 그렇게 열광했는지 충분히 납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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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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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미친(positive) 제목. 전 이날을 위해 2025년을 살아왔따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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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틈새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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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쓰는 후기입니다.

이금이 작가의 소설 <슬픔의 틈새>는 일제강점기의 폭력 속에서 고국을 떠나야 했던 이들의 삶을 그린다. 낯선 땅에서 만남과 이별을 거듭하며 살아남아야 했던 사람들의 쓸쓸하면서도 찬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인공 단옥은 공주 다래울에서 태어나 자랐으나, 탄광 노동에 징집된 아버지를 따라 화태로 간다. 든든한 장남이자 단옥의 오빠 성복은 큰돈을 벌겠다는 꿈을 품고서 화태에 도착하기도 전에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믿음직스러웠던 장남의 부재 속에서 단옥네 가족은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와 함께 낯선 땅에서 새 삶을 이어 가려 하지만, 영 녹록지 않다.

화태에는 비슷한 처지의 조선인뿐 아니라 가난한 일본인 탄광 노동자들도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 단옥은 친구 유키에, 진수 등과 만나 우정과 사랑을 꾸리며 화태에서 잘 적응해 나가지만 그것도 잠시, 일제의 또 다른 강압은 가족과 친구를 다시금 갈라놓는다. 사할린에서 광복의 순간을 맞이했음에도 이 곳에 살던 많은 이들이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해야 했다.

짧은 생애 동안 단옥의 이름은 세 번이나 바뀌었고, 국적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는 단옥 개인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전쟁과 식민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가족과 영영 이별해야 했던 수많은 1세대 한인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디아스포라 문학은 늘 고독과 상실의 기운으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꿋꿋하게 삶을 이어 가는 이들의 힘을 드러내기에 더욱 마음을 끈다. 한국인이라면 잊지 말아야 할 역사가 이 작품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의 마지막 권으로 출간된 만큼,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읽어 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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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고쇼 그라운드
마키메 마나부 지음, 김소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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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청춘. 푸릇푸릇한 한자의 뜻 그대로 현실도 반짝반짝하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게도 이 단어엔 어쩐지 고뇌와 서글픔이 서려 있는 듯하다. <8월의 고쇼 그라운드> 속 두 단편은 전통과 적막이 어우러진 교토를 배경으로 어린 남녀의 사소하고 보잘것없지만 은근히 빛나는 일상 속에 갑자기 찾아든 작은 변주를 이야기한다. <12월의 미야코오지 마라톤>은 교토의 겨울 마라톤, <8월의 고쇼 그라운드>는 동 지역의 여름 야구라는 익숙한 스포츠를 매개로 청춘의 한 장면을 포착한다.


<12월의 미야코오지 마라톤>

1학년 후보 선수 사카토는 별다른 부담 없이 마라톤 대회를 관전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레 몸 상태가 좋지 않아진 선배 대신 출전하게 된다. 놀라울 정도로 길치라서 처음 달리게 된 마라톤 코스에 심한 압박감을 느끼지만, 도망칠 구멍은 없다. 사카토는 시합의 마지막 주자로 나가 달리고, 달리고, 달리다가 시간과 공간이 뒤섞이는 신비한 경험을 한다.


<8월의 고쇼 그라운드>

청년들은 대도시 또는 새로운 경험을 위해 교토를 떠나가고, 남은 청년들은 ‘8월의 패자’라고 불린다. 연휴 휴가 계획을 짜다가 여자 친구에게 차이고 교토에 오게 된 구치키는, 절친 다몬의 권유로 급조된 야구팀에 참여하게 된다. 목표는 우승. 매일같이 결원이 속출하는 이 우당탕탕 아마추어 팀에 구원자처럼 나타나는 일행이 있었으니……! 구키치는 이 인연과 경험을 통해 마음 속 불씨를 비로소 켜게 된다. 실패투성이일지라도 빼앗기지 않고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건 덤.


잘나지도 못하고 특별하지도 않은 때에도, 그때만의 빛과 온기 그리고 소중한 인연이 분명 있다는 걸 다시금 실감한다. 


여름과 겨울, 교토의 계절 풍경을 섬세하게 담아낸 묘사도 인상적이었고, 달콤쌉싸름한 청춘의 이면을 특별한 전개로 풀어낸 작가의 역량에 감탄했다. 역시 나오키상 수상작은 다르구나 싶다. 요즘 유행하는 자극적이고 도파민적인 요소는 없지만, 잔잔하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다. 일본 소설 특유의 부드럽고 희미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만족스럽게 읽을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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