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악몽 면역자 YA! 22
조혜린 지음 / 이지북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 마케터 조혜린 님의 첫 영어덜트 장편 소설 <악몽 면역자>. 예쁘고 매혹적인 일러스트 표지가 시선을 끌어당긴다. 띠지에 적힌 카피처럼 '잠들면 깨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소재라는 게 지극히 취향인지라, 무척이나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몇 백 년 동안 크고 작은 전쟁을 겪으며 세계의 반이 멸망해 버린 지구, 국가의 분류는 의미가 없어지고 사람들은 한 섬을 터전으로 삼아 '메인랜드'라고 부르며 살아가고 있다. 메인랜드에, 갑자기 '드림버그'라는 괴생명체가 나타난다. 이 벌레에 물린 사람들은 깨어나지 못하고, 정부는 환자들을 격리하기 위해 웨스트랜드라는 곳으로 이송한다.


끔찍한 테러 사건으로 엄마를 잃은 조안은 할머니, 여동생 조현과 함께 슬픈 과거를 극복해 나가며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조안의 집에도 곧 드림버그의 재앙이 찾아온다. 우연한 계기로 어쩌면 자신이 드림버그의 면역자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게 된 순간, 조안은 가족을 더 나아가서는 꿈에 갇힌 모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이야기는 상상도 못한 국면을 맞이하는데…….


무척이나 절망적인 디스토피아적 세계에서, 한줄기 희망을 동력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려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오해하고 부딪히는 순간도 있지만 끝내 서로의 진심을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꿈이라는 소재를 매력적이고 흥미롭게 활용한 판타지 소설인 줄로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긴장감 넘치고 생각보다 더더욱 따스했다.


어쩌면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지금, 세상을 향해 보내야 할 따뜻한 시선의 필요성과 안온한 이해심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주변 청소년 친구들에게 진솔한 마음으로 추천해 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패거리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맨부커상, 펜/포크너상, 퓰리처상 등 수많은 상을 휩쓸며 문학인으로서의 영예를 다진 필립 로스의 <우리 패거리>. 힙한 표지에서부터 엄청난 아우라를 느꼈는데, 거친 필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능정치를 향한 냉소적인 비판이 상당히 날카롭게 와닿는 작품이었다.


소설은 풍자하고자 하는 인물, 미국의 제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의 연설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상당히 직접적이다. 트릭 E. 딕슨(일명 트리키/사기꾼이란 뜻) 대통령은 보수파의 표를 끌어들여 성공적인 재선을 이뤄내기 위해 얼토당토 않은 정책 아이디어를 내보인다.


우선, 태아들에게도 투표권을 주자는 트리키의 대담한 발언에 국민들은 당황해 한다. 뜬금없이 보이스카우트와 전쟁을 하려 하고, 갑자기 한 야구선수를 선동자라고 낙인 찍으며 희생양으로 삼는다. 권력이 무엇인가. 요즘 세상에 권력은 쥐고만 있으면 모든 반발세력을 무력화 시키고 약자는 더더욱 짓밟기 마련이다. 그러니, 트리키에 동조하는 정치 특권층들이 무서울 만큼 어이가 없었다.


당연한 수순이었는진 모르겠지만 불온한 정책으로 한몫 해먹으려던 트리키는 갑자기 행방이 묘연해진다. 그리고 시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자신이 트리키를 암살했다는 말을 하는데……. 결국 트리키는 시신으로 발견되고, 마지막 장에선 지옥으로 간 트리키가 차마 그곳에서마저 한자리 차지하기 위해 애쓰는 장면을 보며 한바탕 조소할 수 있다.


찾아 보니 <동물농장> 이후 '가장 통쾌하고 다층적인 정치 풍자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는데 그 말이 꼭 맞다. 비록 40년 정도 이전에 쓰인 소설이지만, 아직까지도 수많은 정치 사회와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속 시원한 정치 풍자 소설을 읽고 싶다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워터멜론 슈거에서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최승자 옮김 / 비채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상적인 마을 아이디아뜨에선 이름만 들어도 달콤한 워터멜론 슈거로 필요한 것을 지어내며 살아간다. 동화 속 풍경 같기도 하고 낙원의 한 장면 같기도 한 곳에서 벌어지는 환상적이고 생경한 이야기…….


아이디아뜨는 평화롭다. 모든 원하는 걸 만들어낼 수 있는 워터멜론이 매일 다른 색깔로 자라고 송어가 가득한 강이 흐른다. 모자란 것 없이 풍족하고 따뜻한 마을이지만 아름답고 시적으로 표현된 이 소설 속에서 담담히 드러나는 무서운 광경이 독자를 혼란케 한다.


특히 호랑이가 주인공의 부모를 먹어치우는 장면은 너무 끔찍했다. 주인공은 당황해하면서도 담담하게 되려 호랑이들에게 산수를 가르쳐 달라고 한다. 어딘가 결여되었나 싶었는데 마을 사람들 모두가 대체로 이런 분위기다. 아이디아뜨에서 호랑이들은 마을의 평화를 위해 모두 제거되고 만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마거릿과 연인 관계가 된다. 마거릿은 어느날부터 '잊힌 작품'이라고 불리는 것들에 집착을 보이기 시작한다. 때마침 인보일이라는 불한당 일당이 '잊힌 작품'을 이용해 질 나쁜 행동을 보이며 모두 속고 있는 것이라고, 호랑이들을 죽여선 안됐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아주 잔혹한 소동을 일으키는데, 사람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일말의 동정심 같은 것도 없이 냉정하게 사건을 수습하는 아이디아뜨 주민들의 반응이 무척 충격적이다.


평화롭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불순물을 제거해 버리는 아이디아뜨…… 과연 이곳이 진정한 낙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들이 그토록 기피하는 '잊힌 작품'이란 대체 무엇일까. 그게 어떤 것인지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아이디아뜨 마을에서 '잊힌 작품'은 영 어둡고 부정적인 것이다. 어쩌면 이상을 꾸리기 위해 현실을 도피하고자 한 주민들의 욕망을 드러내는, 그래서 피하고 싶은 무언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토피아의 모순에 관한 이야기, 사랑과 인간사에 관한 이야기. 그러나 조각조각 떠오르는 요소들이 불분명한 수수께끼 투성이라 뚜렷하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알쏭달쏭한 환상동화와 같은 문장과 전개. 아름답지만 슬프고 투명하지만 어두운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다발은 독
오리가미 교야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박 편지라니 먼가 아날로그틱하면서 흥미롭네요 ㅎㅎㅎ 인간의 민낯을 드러내는 책이라는 서점직원 평 보고 더 궁금해졌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붉은 옷의 어둠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검은 얼굴의 여우> 이후 세 번째 장편소설로 접하게 된 미쓰다 신조~ <검은 얼굴의 여우>를 무척 재밌게 읽어서 이번 시리즈도 기대했다. 개인적으로 미쓰다 신조의 작품은, 뭐랄까 내용은 차치하고 문장만 보았을 때 작가분이 굉장히 선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굉장히 성실하고 도덕적인 사람이 꼼꼼하게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느낌(설명은 잘 못하겠지만 아무튼 진짜로 그런 기분이다;;)이라 작가 자체가 내겐 호감이다. 모토로이 하야타라는 등장인물 자체도 부드러운 이미지고.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이지만, <검은 얼굴의 여우>와 <하얀 마물의 탑> 사이의 스핀오프격 소설이라고 한다. 이번엔 대학 동기 신이치의 부탁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아마추어 탐정 노릇을 하게 된 하야타. 그에게 부여된 임무는 전쟁 직후, 사람들이 우후죽순 물건을 팔다가 끝내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버린 암시장 '붉은 미로'에 등장하는 수수께끼의 인물 '붉은 옷'의 괴인을 밝혀내는 것.


붉은 옷의 괴인은 속된 말로 '밤의 여자'라고 불리우는 뒷골목 여성들의 뒤를 밟으며 공포에 떨게 한다고 한다. 하야타는 자신을 탐정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나름대로 성실하게 조사에 임한다. 그러다가 너무나도 끔찍한, 임산부 살인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데....... 붉은 옷의 괴인이 저지른 범죄인 걸까?


마치 괴담처럼 시작하여 충격적인 비밀을 현실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구성은 전작과 비슷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일본의 전쟁 상황과 얽힌 여러 비극적인 역사가 이야기속에 녹아들기도 하는데, 그 점이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한다. 미쓰다 신조 작가가, 일본인으로서는 강제 징용이라거나 식민지 핍박이라거나 등등 어쩌면 숨기고 싶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점이 여전히 놀라울 따름이다.


매력적이고 선한 캐릭터, 호러와 미스터리를 적절히 조합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 해당 작품은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고 모두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단순히 기이한 이야기와 재마, 흥미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 역사, 사회적인 면모도 과감히 파헤치고 있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도도 높였다. 푹 빠져들어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