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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편이 없는 자, 이방인을 위한 사회학 - 익숙한 세계에서 낯선 존재로 살아가기
김광기 지음 / 김영사 / 2022년 3월
평점 :
내 편이 없는 자, 이방인을 위한 사회학 _ 김광기 _ 김영사
노란 빛을 띄는 톤 다운된 갈색 색지. 따뜻하지만 어딘가 적적한 색을 넘기면 이방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쓸쓸히 떠나지만 헤메는 발걸음에 이유가 있는 이방인들을 격려하는 이 책에서는 우리가 왜 끊임없이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또 그래야 하는지 담담히 설명한다.
모든 인간은 평생 서툴게 살아간다. 실수를 하고 다시 배운다. 우리는 그 여정을 걸어가며 더욱 성숙한 인간이 된다. 저자는 현자가 될 수 없으나 그와 가까워지려 걸어가는 수 많은 인간을 이방인으로 칭한다. 삶을 여행에 많이 비유들 하나, 책을 읽을수록 고행을 이어가는 순례자라는 느낌을 받았다. 서툰 삶 사이에서 많은 것들을 쌓아가며 보람있는 것들을 지켜내고자 하는 인간. 저자가 설명하는 현자는 모든 이방인들이 그리는 미래의 자신이자 삶의 목표다.
저자의 글이 마냥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철학을 기반으로 사회학을 설명한다. 현재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저자의 의견은 책장을 넘길수록 또렷해진다. 토박이와 이방인. 안주하는 삶과 나아가는 삶을 가진 이들을 비유함이 아닐까.
우리는 왜 떠나야 하는가. 끊임 없이 나아가야하는가. 살아가면서 당연하다고 맞닥뜨리고 안주하는 모습을 자연적 태도에 편승하는 토박이로 묘사한다. 당연한 삶에 의문을 가지는 것은 자연적 태도를 거스르기 시작하는 첫 번째 계단이다. 이는 현실에 안주함으로써 편안함을 얻는 것과 대비된다. 새로움, 변화는 어쩌면 토박이에게 불안감을 심어 줄 수도 있다. 드물게 환영을 받을 수도 있으나 저자는 ‘가뭄에 콩나듯’ 환영을 받는다고 말한다. 이방인은 알 수 없는 미래를 가져오는 존재다. 그 미래를 가져오는 것을 넘어 뛰어드는 당사자다. 이 책에서 이방인은 어떠한 학문을 처음 접하는 학도나, 스마트폰을 처음 배우는 노인 등 넓게 확대하여 말한다. 더 넓게, 저자는 인간 그 자체가 이방인이라고 말한다.
한동안 깨어 있는 시민이라는 말이 사회 전반에 떠돌았다. 누군가는 그를 지향하고, 누군가는 조롱했다. 저자는 인간 그 자체가 이방인이라고 하지만, 나는 모든 인간이 모든 순간 이방인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세계 안의 존재.’ 저자가 말하는 개념들의 설명을 듣다 보면 한마디로 우물 안의 개구리가 생각난다. 다만 비판의 용도가 아니라 깨우침의 용도다. 우리는 우물안의 개구리로 태어나서 이 곳이 우물 안이라고 직시 할 수 있는가.
처음에는 냉소적인 문체라고 느꼈던 글들이 이어질수록 격려로 읽혔다. 문제를 인식한 인간, 우물 속에 들어 있음을 깨닫고 밖으로 나가려는 개구리. 우물 밖을 나가야 한다고 말하며 안주한 개구리들을 불안하게 하고 우물 속을 극찬하며 정당화하는 개구리들에게 조롱을 듣기도 한다. 균열을 일으키는 외곽의 인간. 안주하는 삶에서 탈주하는 인간. 그래서 사람들에게 환대 받지 못하는 깨어있는 인간.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우리는 또 편안함을 버리고 미래를 알 수 없는 여행을 떠난다.
대부분의 삶을 이방인으로 보낸 것이 아닐까. 책을 펼 때에 스스로를 이방인이라고 생각한 나는 서서히 이방인으로 살아온 나의 삶이 벅차고 기특했다. 앞으로도 계숙 두려움이 일겠지만, 불안과 변화를 가져오는 이방인으로 한 치 앞을 먼저 걸어가자는 다짐이 이어진다. 어떤 삶에도 익숙해지지 않겠다는 결연함을 이끌어주는 김광기 교수의 말들은, 그 자체로 용감한 이들에게 힘이 된다.
책 속의 구절을 인용하며 이방인들을 함께 응원한다.
‘이방인은 무엇보다 내면이 강한 자다. 모든 시련이 그의 내면을 강하게 만든다. 그의 외부가 바뀌고 깨질수록 그의 내면은 더욱 단단해진다. … 이방인의 눈은 결코 자기 자신에게 고정되지 않는다. 그는 비록 그의 겉과 외부가 깨어져도 여전히 단단한 외부를 갈망하는 자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