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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 머시기 - 이어령의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
이어령 지음 / 김영사 / 2022년 4월
평점 :
거시기 머시기 _ 이어령
언어는 사람이 표현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요즈음은 말 하는 것이 참 어렵다. 더 정확한 단어로 오류 없는 문장을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읽고 듣고 느껴야했다. 정확하게는 좋은 말을 하고 쓰는 것이 어렵다. 잠에 취해 틀린 문장으로 아무 유행어나 뒤집어 쓴 문장들을 말하면 뇌가 잠시 비어 즐거움을 느끼긴 하지만 그럼에도 좋은 말로 대화와 토론을 나누고 서로가 쓴 글을 보는 일이 가장 즐겁다.
이어령 작가의 거시기 머시기는 우리의 말과 글을 둘러본다. 멋진 말을 하는 어른을 발견하면 따뜻한 마룻바닥에서 날이 새도록 그들의 견해를 듣고 싶어지는데, 이어령 작가의 말과 글은 삶의 한 편을 글 한 편으로 정리한 듯 정갈하고 깊이있다. 그 깊이는 얕은 나로서는 쉽지 않으나, 같은 깊이는 아니더라도 서서히 빠져드는게 느껴진다. 이 글을 읽고 나서의 나는 좀 전까지의 나와는 깊이가 다를 것이다.
이어령 작가의 대담과 강연을 모은 이 책은 그래서 구어체를 사용한다. 언뜻 어렵고 딱딱해보일지라도 그 현장에 앉았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읽어갔다. 그의 목소리와 띄어 읽는 구간들을 느끼며 다양한 비유를 거쳐 하고자 하는 말을 만난다. 불필요하게 말이 짧으면 충격은 크나 오래가지 않고, 불필요하게 말이 길면 지루해서 스쳐 지나간다. 이 책의 모든 글들은 스쳐넘길 부분 없이 긴 비유로 힘의 강도를 높인 채 짧은 주장들로 당겨낸다. 강한 지식으로 삶을 관통한다. 본인은 이 책의 한 편만으로도 한참을 친구와 토론하며 다시금 언어와 글에 설렘을 느꼈다. 지식을 향유하는 쾌락. 쉽게 되새길 수 없는 즐거움이 몰아쳤다.
이화여자대학교 고별 강연의 ‘햄록을 마신 뒤에 우리는 무엇을 말해야 하나.’라는 글에서 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앞서 말한 한참의 토론이 김소월의 진달래 꽃을 해석하는 작가의 관점에서 비롯되었다. 시를 읽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 문학에서 삶의 답이 아닌 시험의 답을 찾는 사람들, 그것에 의문과 경각심을 가지는 일.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왔던 시와 느껴왔던 시. 지식인이자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글을 대해야 하는 태도. 앓던 곳을 긁힌 시원한 느낌과 그것을 친구들과 공유하는 시간. 그 모든 것이 이 책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라는 것. 다시금 좋은 책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