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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청소년의 세계
김선희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평점 :
[어른을 위한 청소년의 세계] _ 김선희 저 _ 김영사
어른이 되기 전부터 모두들 자기의 삶을 살아간다. 서툴기에 도움이 필요하지만, 아이들도 그들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이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표지 모퉁이에 쓰인 ‘더 넓게, 더 깊게 청소년의 마음속으로’라는 문구는 어리다로 일축되는 청소년의 삶을 넓고 깊게 바라보자는 의미로 느껴졌다. 표지 일러스트의 탁구경기에서 선생님이자 어른으로 보이는 캐릭터가 마음을 전하듯 공을 넘긴다. 교복을 입은 청소년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함부로 가늠 할 수 없다. 그러나 가방과 책을 내팽겨치고 탁구채를 든 뒷 모습에서 아이들이 마음을 닫으려는 의도가 없음을 보여준다.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아이는 없다. 음악선생님인 저자는 학교에서 마음이 닫힌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간다. 스스로, 혹은 서툰 어른들의 표현으로, 상황으로 닫힌 아이의 마음을 여는 과정에서 아이들로 인해 끝 없는 배움을 얻는 어른들을, 독자인 스스로를 만난다.
저자가 유독 반복하는 말이 있다. ‘충조평판’이다.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의미하는 줄임말 충조평판은 어른들이 쉽게 행하는 실수이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시선과 열린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 때 일말의 악의도 없이 나타난다. 그래서 대부분의 어른들은 자신의 잘못을 찾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반성하지 못한다. 저자가 가지고 있는 교육의 신념은 따갑게 어른들을 반성의 길로 이끈다. 아이들에게 존중을 담은 경청이 필요하다. 물론, 반복해서 말하지만 선의로도 이런 실수를 할 수 있고, 올바른 존중과 경청은 무엇인지 알기 힘들 수 있다. 수 많은 사례를 공유하며 저자는 세세하게 어떻게 아이들을, 정확하게는 사람을 대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러한 사례들을 읽으며 놀란 것은 교육에 대한 편견이 수 없이 깨진다는 것이다. 선의도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고, 바른 행동에서 한 번 실수하는 것으로 결과가 틀어질 수도 있다. 아이들을 향한 수 많은 노력 가운데,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 못함이 방법의 전체가 틀린 것인지 과정에서 작은 틀림이 있었던 건지 잘 알기 힘들다. 많은 어른들이 ‘그렇게 하면 버릇이 나빠져요.’, ‘나빠보이지만 이런 교육도 필요해요.’라고 쉽게 착각하거나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을 아이들을 꾸준히 믿은 저자가 산산히 부숴버린다. 가령 아이들의 항의나 불만을 받아주는 것이 권위를 상실하게 한다거나, 고민을 들어주다 버릇하면 지나치게 의존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생각, 또 미리 부정적인 현실을 가르쳐야 순진한 어른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틀린 믿음을 말이다.
사람들은 지나간 과거를 왜곡해서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미 청소년기를 똑같이 거쳤으며, 친구로서 다양한 모습과 삶, 태도를 가진 청소년이 있음을 알면서도 간과한다. 자신의 부정적인 순간들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되었으니 자신 주변의 아이들에게도 부정적인 순간을 만들어 주려 하는 경우까지 있다. 저자는 아이들이 겪는 아픔을 생생히 전달한다.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접하며 가슴이 미어지는 통증을 느꼈다. 옳고 그름, 가치관을 찾아가느라 혼란스러운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자신의 가치관을 정답으로 내놓기 십상이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아이들이 상처를 안게 되었다.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어주기를 바랐지만, …, 결국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어요.”
“말할 수 없이 비참해요.”
(어른을 위한 청소년의 세계 본문 中, 74p)
어른이 되어버린 내가 어릴 때에 받았던 상처를 지금 이 순간에도 겪는 아이들을 발견했다. 또 그 시절의 내가 안아야 했던 상처를 지금에서야 누군가 알아 줄 수 있구나 하는 희망과 위로를 얻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위한 정서 교육에 유년시절의 괴로움을 위로받는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청소년들이 말하는 아픔과 그를 위로하고 바른 길로 이끄는 저자의 글은 독자로 하여금 함께 아파하고, 위로받고, 앞으로의 지침이되어 아이들을 향한 그 어떤 관심도 간과하지 않게 만든다.
아이들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한 명의 오롯한 사람. 자신만의 삶과 생각을 가진 남. 어리고 서툴다는 생각 이전에 그저 소중한 한 사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면 그들을 존중하고 믿어 줄 수 있다.
나는 어른으로서, 아이들의 곁에 선 어른으로서 이 글을 읽었다. 과거 학원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볼 때의 반성을 하고 그때 잘 하지 못했던, 실수로 점철되었던 시간을 반성한다. 또 저자의 바른 행동을 닮았던 순간들로 아직 좋은 어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희망도 얻었다. 이 사회의 어른으로 언제든 아이들을 지키고 도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교사나 학부모로서의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마음 깊이 새기며 읽을수록 모든 어른들에게, 나아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은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한 사람으로 피어나고 있는 모든 삶에게.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