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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고 싶다는 말 - 공허한 마음에 관한 관찰보고서
전새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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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고 싶다는 말』 _ 전새벽 저. _ 김영사

1판 1쇄 2022.7.5. _ 14,800원


 ‘나’. 본인에 대해 알고 알리고 싶어하는 마음을 넘어서 타인과 세상으로 향한다. 그때서야 무언가와 닿고 싶다고 말할 수 있다. 찬란하지만 햇살 없이 눅눅하게 더운, 마음에 관한 전새벽 작가의 이야기들. 『닿고 싶은 말』이다.

 전새벽 작가의 ‘햇빛 화가’ 안소현 작가의 그림이 표지의 흰 바탕을 넓게 메운다. 흰 색 바탕은 마치 테두리처럼 그림을 감싸고, 그림 위에는 저자의 이름 세 글자 만이 자리잡았다. 다른 글자와 동떨어져있지만 되려 선명하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4개의 장이 나뉘었다. 저자가 ‘나르시시즘’이라고 표현한 자의식, 홀로이기에 비롯된 이야기가 1장, 슬픔과 그 슬픔을 증폭시키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2장, 끝 없는 애정결핍으로 만들어진 3장, 마지막으로 작가가 세상에 손을 뻗는 4장으로 이루어진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며 자신의 연약한 부위들을 속속들이 공개한다. 이 책의 클라이맥스는 4장이다. 저자가 이 모든 이야기를 꺼내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했고, 그것은 이 이야기들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닿기 위함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마음이 좁은 몸 안에서 터져나간다. 그러나 뜨겁지도 눈부시지도 않다. 적당한 그늘과 서늘한 온도, 바람이 어울리는 마음이다. 전새벽 작가의 글이 그렇다. 아주 솔직한 말과 이야기들이 간질거리면서도 겸허하다. 개구지지만 못되지않아 사랑스러운 이 글들은 책 날개의 작가 소개에서 볼 수 있듯 작가가 겪은 외로움의 산물이다. 깊이 찔리지 않았더라도 마음에 생채기가 있는 사람들에게 깊게 스며드는 연고 같은 글이다.

 ‘모든 깨달음은 너무 늦게 온다.’ (닿고 싶다는 말 본문 中 p.110)

인간을 음에, 인간관계를 화음에 비교하는 저자의 감성은 마치 씁쓸한 단편 영화들을 보는 것 같다. 문맥을 나누어 시점이 오가는 방식도 영화의 장면 전환과 유사하다. 이리저리 보여주는 대로 저자의 사연을 지켜보고 저자는 독자의 옆에 선다. ‘나는 이랬어, 너는 어때?’ 라고 묻는 것 같다. ‘이 모든 글과 장면이 독자에게 한 마디라도 닿기를’ 바라야 쓸 수 있는 글들이다. 

 잉크가 말라붙은 듯 타이핑한 글씨체와 여백, 장면전환 부분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친절히 아이콘이 삽입되어 있다. 대단한 소개사는 없지만 에필로그의 글들을 읽다보면 저자는 사람을 아주 소중히 여기고, 그 소중함을 받은 모든 사람이 이미 이 책을 추천할것이라는 직감이 온다. 애초에 소개사가 필요 없는 책이었다.

 저자의 고백들이 나의 치부처럼 드러나는 순간도 있었다. 순간 본인의 기억에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이미 이것을 겪은 저자가 유연하게 지금의 자신에 대해 설명해주기도 했다. 혹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지침이 되어 준다거나. 이 책은 답을 주지 않지만, 답이 없는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자세히 묘사한 책이다. 우리는 각자의 방법으로 답을 찾아갈 것이다.

 가끔은 사람들을 부류로 나누어 떠올리곤 한다. 마음이 아파본 부류, 치료하려고 애써본 부류, 서로를 치료하기 위해 모이는 부류. 이 책을 읽은 사람들도 이러한 부류에 속하지 않을까. 아마 이 책을 읽은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잘 쓰다듬는 부드러운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한다.

 본인은 우울증, 강박증을 앓은 경험이 있다. 치료에 누구보다 열심히 힘썼고 보통의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이후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손을 내밀고자 하는 용기를 내고 있었다. 책의 끝에, 저자는 내게 그 용기를 주었다.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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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빅체인지 7 - 미래학자 최윤식의 팬데믹 이후 미래 시나리오
최윤식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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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빅체인지7 _ 김영사 _ 최윤식 저 _ 16,800

아시아를 대표하는 전문 미래학자 최윤식. 그는 코로나 이후 엔데믹 시대의 불확실성을 돌파하는 7개의 키워드로 시나리오를 펼친다. ‘엔데믹시대는 앞으로 인류가 코로나19와 공존해야할지도 모르는 미래를 가리킨다. 그 시대에 대한 전망이 바로 이 책. 필자의 대답이자 시나리오이다.

무광의 검은색 표지에 하얗고 선명한 글씨. 중요한 키워드 7개를 강조하기 위해 유광의 브론즈색이 표지에 함께 사용되었다. 최윤식 저자의 시나리오에 대한 권위와 내용의 신뢰성이 강조되는 디자인이다. 양장본의 책은 두 페이지의 저자 소개로 저자와 내용의 의미를 강조한다. 이어 저자가 선정한 7개의 키워드가 목차가 되어 각각의 챕터를 구성한다.

 저자의 시나리오들은 키워드의 순서에도 의미가 있다. 순서대로 읽었을 때 시나리오들을 더 정확하게 이해 할 수 있었다. 키워드들을 친절하고 정확하게 설명하고 다양한 비유와 어원을 통하여 설명하였고, 그 단어들을 반복해서 사용하고 강조하기 때문에 정보서를 잘 읽지 않는 본인도 매우 쉽고 편안하게, 또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정보가 많고 깊은 서적의 내용을 함부로 쉽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저자의 설명이 매우 친절함은 중요하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규범과 정의들, 뉴노멀을 관통하는 변혁은 개선과 혁신, 그 이상의 단어다, 앞으로 지배 시스템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전조다. 엔데믹 시대는 변혁의 시대다. 그 시대로 흘러가는 현재와 미래에 나타날 키워드 들이 나머지 6개의 챕터다.

 수 많은 갈등이 과잉되어 마비상태에 빠지고, 안정 없는 견제만 이어진다. 저자는 정치·외교, 경제, 환경, 산업 등 다양한 분야를 총 망라하며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한다. 아주 구체적인 예측값들 사이에서 저자의 조언도 이어진다. 특히 환경과 산업문제에 있어 저자는 돌이킬 수 없는 미래를 피하기 위해 위험을 강조한다.

 거시적인 분석 뿐만 아니라 피부에 닿는 현상들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코로나 이후 경제 전세계에서, 한국에서, 고소득/저소득/중산층 등의 다양한 시점을 분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또한 앞으로 떠오를 분야들을 구체적이게 지목하고 묘사하며 앞으로도 매일 선택의 연속일 독자들이 좀 더 현명한 판단을 하도록 돕는다.

 사회문제들의 전후를 파악하고 다시금 활동/해결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면, 앞으로의 정치 경제활동을 더 현명하게 하고 싶다면. 다른 어떤 정보서보다 친절하고 구체적이며 전망을 뚜렷하게 지목하는 최윤식저자의 엔데믹빅체인지는 독자들에게 훌륭한 조언서이자 정보서가 될 것이다. 무지한 분야에도 어려움없이 읽을 뿐 아니라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시점도 자세하게 설명하기 때문에 진입장벽과 부담 없이 한 권으로 세계의 현재, 미래를 통찰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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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청소년의 세계
김선희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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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청소년의 세계] _ 김선희 저 _ 김영사

 

어른이 되기 전부터 모두들 자기의 삶을 살아간다. 서툴기에 도움이 필요하지만, 아이들도 그들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이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표지 모퉁이에 쓰인 더 넓게, 더 깊게 청소년의 마음속으로라는 문구는 어리다로 일축되는 청소년의 삶을 넓고 깊게 바라보자는 의미로 느껴졌다. 표지 일러스트의 탁구경기에서 선생님이자 어른으로 보이는 캐릭터가 마음을 전하듯 공을 넘긴다. 교복을 입은 청소년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함부로 가늠 할 수 없다. 그러나 가방과 책을 내팽겨치고 탁구채를 든 뒷 모습에서 아이들이 마음을 닫으려는 의도가 없음을 보여준다.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아이는 없다. 음악선생님인 저자는 학교에서 마음이 닫힌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간다. 스스로, 혹은 서툰 어른들의 표현으로, 상황으로 닫힌 아이의 마음을 여는 과정에서 아이들로 인해 끝 없는 배움을 얻는 어른들을, 독자인 스스로를 만난다.

저자가 유독 반복하는 말이 있다. ‘충조평판이다.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의미하는 줄임말 충조평판은 어른들이 쉽게 행하는 실수이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시선과 열린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 때 일말의 악의도 없이 나타난다. 그래서 대부분의 어른들은 자신의 잘못을 찾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반성하지 못한다. 저자가 가지고 있는 교육의 신념은 따갑게 어른들을 반성의 길로 이끈다. 아이들에게 존중을 담은 경청이 필요하다. 물론, 반복해서 말하지만 선의로도 이런 실수를 할 수 있고, 올바른 존중과 경청은 무엇인지 알기 힘들 수 있다. 수 많은 사례를 공유하며 저자는 세세하게 어떻게 아이들을, 정확하게는 사람을 대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러한 사례들을 읽으며 놀란 것은 교육에 대한 편견이 수 없이 깨진다는 것이다. 선의도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고, 바른 행동에서 한 번 실수하는 것으로 결과가 틀어질 수도 있다. 아이들을 향한 수 많은 노력 가운데,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 못함이 방법의 전체가 틀린 것인지 과정에서 작은 틀림이 있었던 건지 잘 알기 힘들다. 많은 어른들이 그렇게 하면 버릇이 나빠져요.’, ‘나빠보이지만 이런 교육도 필요해요.’라고 쉽게 착각하거나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을 아이들을 꾸준히 믿은 저자가 산산히 부숴버린다. 가령 아이들의 항의나 불만을 받아주는 것이 권위를 상실하게 한다거나, 고민을 들어주다 버릇하면 지나치게 의존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생각, 또 미리 부정적인 현실을 가르쳐야 순진한 어른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틀린 믿음을 말이다.

사람들은 지나간 과거를 왜곡해서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미 청소년기를 똑같이 거쳤으며, 친구로서 다양한 모습과 삶, 태도를 가진 청소년이 있음을 알면서도 간과한다. 자신의 부정적인 순간들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되었으니 자신 주변의 아이들에게도 부정적인 순간을 만들어 주려 하는 경우까지 있다. 저자는 아이들이 겪는 아픔을 생생히 전달한다.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접하며 가슴이 미어지는 통증을 느꼈다. 옳고 그름, 가치관을 찾아가느라 혼란스러운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자신의 가치관을 정답으로 내놓기 십상이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아이들이 상처를 안게 되었다.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어주기를 바랐지만, , 결국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어요.”

말할 수 없이 비참해요.”

(어른을 위한 청소년의 세계 본문 , 74p)

어른이 되어버린 내가 어릴 때에 받았던 상처를 지금 이 순간에도 겪는 아이들을 발견했다. 또 그 시절의 내가 안아야 했던 상처를 지금에서야 누군가 알아 줄 수 있구나 하는 희망과 위로를 얻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위한 정서 교육에 유년시절의 괴로움을 위로받는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청소년들이 말하는 아픔과 그를 위로하고 바른 길로 이끄는 저자의 글은 독자로 하여금 함께 아파하고, 위로받고, 앞으로의 지침이되어 아이들을 향한 그 어떤 관심도 간과하지 않게 만든다.

아이들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한 명의 오롯한 사람. 자신만의 삶과 생각을 가진 남. 어리고 서툴다는 생각 이전에 그저 소중한 한 사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면 그들을 존중하고 믿어 줄 수 있다.

나는 어른으로서, 아이들의 곁에 선 어른으로서 이 글을 읽었다. 과거 학원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볼 때의 반성을 하고 그때 잘 하지 못했던, 실수로 점철되었던 시간을 반성한다. 또 저자의 바른 행동을 닮았던 순간들로 아직 좋은 어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희망도 얻었다. 이 사회의 어른으로 언제든 아이들을 지키고 도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교사나 학부모로서의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마음 깊이 새기며 읽을수록 모든 어른들에게, 나아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은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한 사람으로 피어나고 있는 모든 삶에게.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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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 유품정리사의 일
김석중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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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_김석중 저_김영사

 

세상의 모든 마지막은 아쉽다. 더 이상의 기회가 없기에 잘 준비되어 있기를 바란다. 언젠가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대화에서 친구들이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죽음을 곁에서 목격한 나의 의견은 친구들과 조금 달랐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삶의 끝을 두려워하기보다 준비하고 싶었다. 준비한다고 이르게 찾아오는 것도, 준비하지 않는다고 느리게 찾아오는 것도 이니기 때문이다. 잘 정돈된 모습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유품정리사의 이야기를 펼쳤다.

푸르지만 청량하지 않은 단색의 표지와 흰 글씨의 표지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다. 굳이 따지자면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는 후련한 기분을 표현한 것 같았다. 아직 살아가거나 남은 사람에게 죽음이란 슬프고 무거울지 모르나, 준비하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에게 죽음이란 어딘가 산뜻하고 그래서 더욱 먹먹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슬프지도 않은 현실적인 영화의 결말처럼 말이다. 결국 세상은 흘러가듯이. 표지는 잘 정돈되어 있다. 얇고 반듯한 두 가닥의 선과 더할나위 없는 글씨체까지 책이 발간되기 전의 마지막을 반듯하게 정리해놓은 것 같다.

저자는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이 보게되는 삶과 죽음의 현장과 그에 얽힌 사람들, 그 곳에서 일하며 보고 겪은 일을 풀어낸다. 간혹 씁쓸하고 안타까운 사연도 많으나 대게 엄숙하고 따뜻하다. 현실과 편견이 사람을 박하고 두려워하게 만들지만 진심이란 결국 무겁고 온기가 있기 마련이니까. 특히 저자는 늘 진심으로 고인과 유가족, 그들을 위한 일을 대한다. 물건 하나, 글 하나, 마음 하나를 담담히 지켜보고 정리하고 파고드는 그의 태도는 타인을 위한 일이 남의 일은 아님을 보여준다. 고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 말할 수 없었던 것, 말할 생각도 하지 못한 것을 모두 찾아서 고인이 가장 원할 것 같은 바를 행한다.

죽음이란 이미 벌어진 일이기만 하지 않는다. 남은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아직 나와 가족의 시간이 남았기에 어떤 태도를 가지면 앞으로의 시간에 후회가 없을지 함께 고민해준다. 개인적인 일과 장례산업 전반에 대한 경험과 견해를 바탕으로 웰다잉과 그를 위한 노력들을 제시한다. 눈앞에 벌어지지 않아 미처 고민하지 않았던 주제들을 내미는데, 이는 마치 부모님들이 자식에게 언젠가 어른이 되면 이런저런 일들이 벌어질거라고 미리 조언하는 듯 하다. ‘언젠가 너의 곁에 죽음이 찾아올거란다. 그 죽음은 너의 가족, 친구, 그리고 너에게도 찾아올 수 있지. 널 위해 이 이야기들을 전해줄게.’라고 말하듯이.

잘 죽기 위한 준비를 해야한다고 말한다. 이미 웰다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고려하고 어떤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 언급하기도 한다. 죽음은 멀리 있는지 가까이에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생각을 소홀히하거나 불필요하게 겁을 먹기도 한다. 현명한 것은 담담히 채비를 해 놓는 것 뿐이다. 언제 어떤 순간에 삶이 끝을 맞더라도 아쉬움이 아닌 후회가 남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살아가는 모두의 소원 아닐까.

가족의 죽음 이후 유품정리를 일주일 내내 했다. 나는 어떤 삶을 사셨는지 곁에서 오래 지켜볼 수 있었으나, 그렇지 않은 가족들은 책 한 권, 옷 한 벌에도 눈물을 지으며 그간 알려고 시간을 들이지 않았음을 후회했다. 그 중 고인이 남겨주길 바라셨던 물건, 그의 삶의 상징인 오브제들을 만지작거렸다. 고인이 세상을 떠나시며 남은 사람들이 가졌으면 하는 삶의 태도를 흉내내며 살아간다. 그를 잊지 말아주기를, 그를 위해 기도해주기를, 그러나 아파하지 않기를, 슬퍼하지 않기를 바랐기에 긴 시간을 들여 고인의 뜻대로 기도를 드린다.

오래 그의 죽음을 준비한 나는 그래서 비교적 적은 후회를 안고 그를 보내드렸다. 운이 좋았던 나도, 그가 생전에 죽음에 대비하여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그를 기억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 감사함이 있었다. 저자의 글은 미리 죽음을 준비하고 시간이 지나 잘 보내드렸다고 혹은 잘 살고 후련히 떠난다고 안도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조언서다. 유품으로 만나는 고인의 삶의 끝이, 고인이 아꼈던 물건과 사람들처럼 소중하고 아름답기를 기도한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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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여행을 시작하는 그대에게 - 길 위에서 읽는 마음 이야기
덕조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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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끝을 없애는 다시라는 말을 좋아한다. 삶은 여행에 쉽게 비유되는데, 우리는 이 여정을 멈출 수 없기에 언제든 다시떠날 준비를 해야한다. 살아가다보면 멈출 때도 넘어질 때도 있으니, 마음을 다잡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적적하게 혼자 걷는 이가 그려진 표지는 또렷하지만 톤 다운된 컬러들이 어우러진다. 삶은 쨍쨍하게 와닿지만, 늘 채도가 높지 않다. 어딘가 묵직한 표지를 지나 책장을 넘긴다.

깊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생각을 물으면 대단하고 새로운 사실보다 늘 우리를 지나치던 것들을 상기시켜주곤 한다. 덕조 스님은 삶에서 바쁘게 걷는 우리가 삶에서 잠시 놓치는 것들을 되새겨준다. 가지고 싶은 삶의 형태와 모습은 많으나, 얻고자 하면 막연할 때가 많다. 덕조 스님의 글들은 삶의 목표들을 향하는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해주었다. 간혹 궁금했던 고민들을 꺼내어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고, 우리가 해온 일들이 생각보다 더욱 훌륭했음을 깨닫는다.

담백하되 쉽지는 않았다. 흘러가듯이 읽으면 흘러가고, 한 마디 한 마디를 꼭꼭 씹어야했다. 지나가듯 옳고 쉬운 말이라고 생각하며 몇 장을 읽었다가, 이내 처음부터 다시 시간을 들여 읽게되었다. 글 하나에 내 삶의 찰나를 떠올리고 내가 가졌던 태도와 앞으로의 태도를 고민했다. 답을 얻는 것은 나의 몫이고 글은 스스로 이유를 고민하게 했다.

지금 떠나십시오.

떠나지 않고 새로움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떠남은 갇힌 생각에서 벗어남이고,

새로운 세계와 만남입니다.’

뒷 표지의 짧은 인용이 마음을 휘저었다. 이 길에서 떠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만날 수 없다. 이 생각에서 떠나야 새로운 생각이 찾아오고, 이 습관에서 떠나야 새로운 습관을 얻을 수 있으리라. 그렇게 나는 무한히 새로운 세계를 만날 것이다.

책을 집어든 순간에는 잠시 일상에서 도망치고 떠날 용기가 필요했으나, 책을 읽을수록 일상 안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게 되었다. 나는 도망 칠 필요 없이 새로운 것들이 들어올 공간을 만드는 법을 고민했다. 어쩌면 책을 받아들인 것으로 나는 많은 것들을 버리지 않았을까.

삶을 여행하는 순간에 만날 수 많은 사람들과 세계를 이룬다. 그 사람들에는 나 스스로도 포함이 되어 있다. 잔잔히 바람 부는 오솔길을 걷듯 여유롭고 가볍게 삶을 향유하고 싶게 되는 책이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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