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 유품정리사의 일
김석중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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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_김석중 저_김영사

 

세상의 모든 마지막은 아쉽다. 더 이상의 기회가 없기에 잘 준비되어 있기를 바란다. 언젠가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대화에서 친구들이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죽음을 곁에서 목격한 나의 의견은 친구들과 조금 달랐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삶의 끝을 두려워하기보다 준비하고 싶었다. 준비한다고 이르게 찾아오는 것도, 준비하지 않는다고 느리게 찾아오는 것도 이니기 때문이다. 잘 정돈된 모습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유품정리사의 이야기를 펼쳤다.

푸르지만 청량하지 않은 단색의 표지와 흰 글씨의 표지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다. 굳이 따지자면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는 후련한 기분을 표현한 것 같았다. 아직 살아가거나 남은 사람에게 죽음이란 슬프고 무거울지 모르나, 준비하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에게 죽음이란 어딘가 산뜻하고 그래서 더욱 먹먹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슬프지도 않은 현실적인 영화의 결말처럼 말이다. 결국 세상은 흘러가듯이. 표지는 잘 정돈되어 있다. 얇고 반듯한 두 가닥의 선과 더할나위 없는 글씨체까지 책이 발간되기 전의 마지막을 반듯하게 정리해놓은 것 같다.

저자는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이 보게되는 삶과 죽음의 현장과 그에 얽힌 사람들, 그 곳에서 일하며 보고 겪은 일을 풀어낸다. 간혹 씁쓸하고 안타까운 사연도 많으나 대게 엄숙하고 따뜻하다. 현실과 편견이 사람을 박하고 두려워하게 만들지만 진심이란 결국 무겁고 온기가 있기 마련이니까. 특히 저자는 늘 진심으로 고인과 유가족, 그들을 위한 일을 대한다. 물건 하나, 글 하나, 마음 하나를 담담히 지켜보고 정리하고 파고드는 그의 태도는 타인을 위한 일이 남의 일은 아님을 보여준다. 고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 말할 수 없었던 것, 말할 생각도 하지 못한 것을 모두 찾아서 고인이 가장 원할 것 같은 바를 행한다.

죽음이란 이미 벌어진 일이기만 하지 않는다. 남은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아직 나와 가족의 시간이 남았기에 어떤 태도를 가지면 앞으로의 시간에 후회가 없을지 함께 고민해준다. 개인적인 일과 장례산업 전반에 대한 경험과 견해를 바탕으로 웰다잉과 그를 위한 노력들을 제시한다. 눈앞에 벌어지지 않아 미처 고민하지 않았던 주제들을 내미는데, 이는 마치 부모님들이 자식에게 언젠가 어른이 되면 이런저런 일들이 벌어질거라고 미리 조언하는 듯 하다. ‘언젠가 너의 곁에 죽음이 찾아올거란다. 그 죽음은 너의 가족, 친구, 그리고 너에게도 찾아올 수 있지. 널 위해 이 이야기들을 전해줄게.’라고 말하듯이.

잘 죽기 위한 준비를 해야한다고 말한다. 이미 웰다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고려하고 어떤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 언급하기도 한다. 죽음은 멀리 있는지 가까이에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생각을 소홀히하거나 불필요하게 겁을 먹기도 한다. 현명한 것은 담담히 채비를 해 놓는 것 뿐이다. 언제 어떤 순간에 삶이 끝을 맞더라도 아쉬움이 아닌 후회가 남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살아가는 모두의 소원 아닐까.

가족의 죽음 이후 유품정리를 일주일 내내 했다. 나는 어떤 삶을 사셨는지 곁에서 오래 지켜볼 수 있었으나, 그렇지 않은 가족들은 책 한 권, 옷 한 벌에도 눈물을 지으며 그간 알려고 시간을 들이지 않았음을 후회했다. 그 중 고인이 남겨주길 바라셨던 물건, 그의 삶의 상징인 오브제들을 만지작거렸다. 고인이 세상을 떠나시며 남은 사람들이 가졌으면 하는 삶의 태도를 흉내내며 살아간다. 그를 잊지 말아주기를, 그를 위해 기도해주기를, 그러나 아파하지 않기를, 슬퍼하지 않기를 바랐기에 긴 시간을 들여 고인의 뜻대로 기도를 드린다.

오래 그의 죽음을 준비한 나는 그래서 비교적 적은 후회를 안고 그를 보내드렸다. 운이 좋았던 나도, 그가 생전에 죽음에 대비하여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그를 기억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 감사함이 있었다. 저자의 글은 미리 죽음을 준비하고 시간이 지나 잘 보내드렸다고 혹은 잘 살고 후련히 떠난다고 안도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조언서다. 유품으로 만나는 고인의 삶의 끝이, 고인이 아꼈던 물건과 사람들처럼 소중하고 아름답기를 기도한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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