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물 켜기(3)




술이 몇 잔 오가고 난 후 석규의 동네 친구가 석규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말을 했다.


“너 광범이 형 알지?”


광범이 형이라면 석규도 알고 있는 동네형이었다.


“알지.


그런데 그 형 요즘 뭐한데?”


“광범이 형 얼마 전에 직장 때려 치웠잖아.”


“그랬지.

그런데 그만 둔 이유가 뭐야?”


석규는 광범이 형이 잘 다니던 직장을 퇴직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퇴직한 이유는 모르고 있었다.


“주식에 올인하기 위해서 직장을 그만뒀데.

직장 다니면서 주식을 좀 했는데 대박이 났나 봐.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고 아예 주식 투자에 나섰나 봐.”


“잘 된데?”


“잘 되는 정도가 아니라 이번에 대박났잖아.”


“안 됐다는 것보다는 좋은 소식이군.

그런데 왜 갑자기 광범이형 이야기는 꺼내고 있어?

나보고 주식에 투자하라는 거야.

난 관심없어.”


석규는 소주잔을 비우고 안주로 나온 오징어볶음을 입에 넣고 있었다.


“주식 투자하라는 것이 아니고 내 말 좀 들어봐.

그 형이 어제 사무실로 찾아왔는데 이번에 주식이 대박 나 그 기념으로 차를 바꾸려고 해.”

석규의 동네 친구는 아까와는 달리 조금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그는 석규의 빈 잔에 소주를 부으며 말을 이었다.


“말을 들어보니 지금 가지고 있는 차 헐값에 팔려고 하는 것 같아.

그 차 네가 인수하면 어떠냐.”


석규의 귀가 솔깃해졌다.

석규는 동네 친구가 채워준 술잔을 단숨에 비우고 몸을 앞으로 숙였다.


“그래도 얼마는 쳐주어야 하잖아.”


“그렇긴 하겠지.

그렇지만 네 사정 이야기하고 찻값은 한 달에 네 월급날 여러 번으로 나누어 지불하는 것으로 하면 가능할 것 같은데.

그러면 연말쯤이면 계산이 끝날 것 같은데.

말 들어보니 그 형 꽤 여유가 있는 것 같더라고.

너 취득세하고 등록비 등은 준비가 되지?

어때 내가 말 한번 붙여볼까?”


그렇게 시작된 석규와 동네 친구의 석규 승용차 구입 프로젝트는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그다음 날부터 석규 동네 친구는 발 빠르게 움직였고 석규 동네 형은 처음에는 난색을 보이다가 가진 자의 이해와 양보로 협상은 극적으로 이루어졌다.


이윽고 3일째 되는 일요일에 동네 형으로부터 승용차를 인계받은 석규는 날아갈 듯이 기뻤다.

동네 형으로부터 인계받은 승용차로 인근 M공원을 다녀온 석규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날 드라이브는 M공원을 도보로 갔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마치 세상의 백팔번뇌는 다 짊어진 듯 잔뜩 표정을 일그리고 걸었었는데 그날은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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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는 여인


​

​

윤 찬 준(성 민)

​

​

​가까워지고자 할 땐

네 걸음 다가서면

한 걸음 다가서고

두 걸음 다가서면

한 뼘 다가서더니

​

멀어지고자 할 땐

한 뼘 물러나면

네 걸음 멀어지고

한 걸음 물러나면

여덟 걸음 멀어지네

​

가까워지긴 어려우나

헤어지긴 너무 쉬워

이어졌던 아련한 추억

속절없이 지워져가며

잊혀지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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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 깨어나니



윤 찬 준(성민)




가슴에서 나비 날아가던

그 순간 나는 죽었다.

육신이 파괴되어도

영혼은 살아남아야 하는데 

그 영혼조차 죽어

슬퍼해야 하는데

슬퍼할 시간도 없이

나는 죽었다.


그러나 차라리 잘된 일이다.

내 어찌 내 영혼의 죽음을 보랴

.

.

.

.

눈을 떴다.

죽은 내가 여전히 살아있다


발끝에서 아직 채 바치지 못한

순정이 꿈틀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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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꽃

​

윤 찬 준(성 민)

​

​

사랑꽃은

햇빛도 없이

물도 없이

그저

사랑만으로

피어나는 것을

그대

그대 창 안에서

사랑꽃으로 피어나시오

나

바람부는

창 밖에서

나를 위해

피어나는 사랑꽃 보겠오

그대가

정녕

그대가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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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물켜기(2)




그런 그가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그의 생각대로라면 이제 승용차를 운행할 경비 마련에 성공한 것이다.

첫 출근 날부터 그의 머리는 온통 승용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는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양평 두물머리가 좋다고 하던데 그곳을 들려 경춘가도를 드라이브하는 거야.

고양의 포레스트 아웃팅스도 좋다던데 그곳에 가서 식물원도 구경하고 실내 카페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즐겨야지.

여자 친구가 없다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승용차만 있으면 여자 친구 만드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지.’

그런데 예기치 않게 그에게 승용차가 생기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었다.

석규에게 자동차 대리점에 근무하는 동네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느닷없이 석규에게 연락을 하여 온 것이었다.

“석규냐?

우선 취업 축하한다.

축하 의미로 내가 한잔 살게.”

석규 동네 친구는 석규가 평소 승용차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기에 장래 고객 관리 차원에서 연락한 것이고, 석규는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술자리에 나갔다.

“언제 차 뽑을 거야?”

석규의 동네 친구는 좌석에 앉자 영업적인 발언부터 토해냈다.

“이제 취직한 지 두 달 됐는데.

돈도 없고.”

사실이 그랬다.

2년여 동안 실업 생활을 한 석규로서는 모아 둔 돈이 없었다.

더구나 지난달 급여는 그동안 미루어왔던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닥이 난 상태였다.

“나야 내일이라도 당장 사고 싶지.

그런데 돈이 있어야지.

중고차라도 사려면 최소한 차 값 5 백만 원 정도에 취득세와 보험료 등 부대 비용도 만만찮을 것이고.

목돈 마련하려면 연말에도 될까 말까 해.

속 쓰린 이야기 말고 술이나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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