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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호러 단편 100선
에드거 앨런 포.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외 지음, 정진영 엮고 옮김 / 책세상 / 2005년 7월
평점 :
반액세일에 100편의 단편호러라... 큰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첫번째 단편은 약간 이해가 안가는 문장들이 있었지만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두번째 단편을 읽고 나니 도저히 더 읽을 용기가 나지 않더군요.
오 헨리의 작품으로 제목이 The Furnished Room 이었습니다. '가구 딸린 방'이라고 번역했는데, 사실은 집없는 사람들이 전전하는 가구 포함된 셋방을 말하는 것이라 '가구 딸린 셋방'이라고 번역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 소설의 내용은 한 청년이 셋방을 전전하며 헤어진 애인을 찾는 것인데 주인 아주머니의 거짓말로 그녀가 그 방에서 가스로 자살했다는 것을 모른 그가 애인의 향기를 맡고 똑같은 방법으로 자살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핵심이 되는 문장은 이 청년이 자살하는 것을 묘사한 것인데, 다음과 같이 번역했습니다. (침대 시트를 갈가리 찢어 창문과 문의 틈새를 막은 후에) "그는 불을 껐다가 다시 환하게 가스 등불을 조절하고는 만족스럽게 침대에 누웠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 이야기가 왜 무서운 이야기인지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인데, 무슨 번역기로 번역한 것도 아니고 사람이 했다면 최소한 이야기를 이해하려고는 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게다가 역자 소개에는 호러소설을 매우 사랑하는 사람으로 써놓았던데... 실망이 컸고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역자 블랙리스트에 올려놓았습니다.
같은 소설의 앞부분에 이 방을 묘사하는 장면이 있는데, 두 개의 창문사이에 폭 삼십 미터의 거울이 있다고 써놓았더군요. 무슨 발레 연습실도 아니고 원문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모르지만 아무 의심없이 이렇게 번역해도 되는 건가요? 아무리 봐도 오타라고는 생각이 안되고...
소설은 좋은데 번역때문에 읽기가 싫어지는 이런 경우는 독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돈낭비 시간낭비는 그렇다 쳐도 좋은 소설을 제대로 읽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책은 리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ㅠ.ㅠ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 그리고 역자가 더이상 욕을 먹지 않도록 돕기 위해서 이 글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