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소원 하나를 들어줄 테니 말해보라고 하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살면서 마음에 걸리는 장면을 최대한 많이 만들 수 있게 해달라고. - P175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한때 애인이었던 사람의 배신도 곱씹지 않는다. 그녀는여자들을 살해한 남자를 떠나왔다. 그녀는 떠나도록 허락을 받은 것이다. 그것이 그녀가 되짚어 내린 결론이다. - P314
그녀는 이제 예전의 자신이 아님을 안다. 가을날 결혼식 신부 들러리도 아니고 자동차 뒷좌석에서 담요를 뒤집어썼던 아이도 아니다. 한때 그녀의 것이던 순수함은 시간이 흐르며 이제 어리석음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녀에게 남아 있고, 상실을 경험한 예전의 그녀는 지금의 자신으로 이끈 사람이기에 소중하다. - P312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고베의 유명 빵집 프로인드리브 Freundich의 쿠키를 선물로 가져오는 여성 스태프가 있다.항상 변함없는 것을 마주하면 안도감이 느껴진다.상대에게 변화를 원하거나 자신이 변하기를 바라거나 변화해야 좋다고 생각되는 일도 많지만, 변하지 않는 일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뭐, 그건 그렇고, 맛있는 쿠키에 맞춰 아삼티를 끓여서 우선은티 타임을….. - P22
책장 위에 장식해둔 무서운 표정의 개.이런 조금 독특한 물건은 남편이 갖다놓는다.어쩐지 상당히 마음에 든다고 한다.집에 오는 친구들에게 "내 취향은 아니야!"라고 변명을 하지만, 놓여 있는 게 싫지 않은 걸 보면 받아들일 만한 범위 안에 있는지도 모르겠다.누군가와 함께 살다 보면 좋은 의미에서 ‘뭐, 괜찮겠지‘ 싶은 일이 늘어간다.그것도 나쁘지 않다. - P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