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모습은 가장 경쾌한 멈춤이에요.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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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한 번만 쉬면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시작될 터였다. 달력을 팔아먹기 위한 인간의 발명이란. 따지고 보면 해와 달과 시간이 언제 시작될지를 멋대로 정한 건 우리 인간이다. 우리는 세상을 우리 방식으로 정돈하고 거기서 편안함을 느낀다. 어쩌면 겉으로는 혼돈한 세계인 듯 보여도 결국 우주에는 질서가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질서가 아님은 분명하다.
작은 샴페인 한 병과 포도 열두 알을 쓸쓸한 식탁 위에 놓으면서 나는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인간 수명이라는 전지는 약 육십 오만 시간이면 끝난다고 어느 책에선가 읽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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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을 창작할 때의 흥분감이 가라앉고 나자, 멜빌은 사악한 신과 같은 에이해브가 아니라 실망을 품고 살아가는 법을 익힌 조용하고 과묵한 생존자에게 감동한다. 자신의 불멸성을 더이상 믿지 않게 된 사람에게(곧 보겠지만 멜빌은 이제 그런 상태에 다다랐다) 삶은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 아니다.
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게 삶이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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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듯 없는 듯 살다 간 사람, 있다가 없어진 사람, 있어도 없어도 좋을 사람, 없어도 있는 것 같은 사람, 있다가 없다가 하는 사람, 있어줬으면 하는 사람, 없어져버렸으면하는 사람, 없느니만도 못한 사람, 있을 땐 있는 사람, 없는줄 알았는데 있었던 사람, 모든 곳에 있었던 사람, 아무 데도 없었던 사람, 있는 동시에 없는 사람, 오로지 있는 사람, 도무지 없는 사람,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사람, 없다는 걸 확인시켜주지 않는 사람, 있어야 할 데 없는 사람, 없어야 할 데 있는 사람…… 우리는 언제고 그중 하나, 혹은 둘에 해당되었다.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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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나
이소영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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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식물을 연구한다는 건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는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그분들을 귀하게 대접하는 일이다. 가끔은 그 어떤 위대하고 엄청난 결과물보다 사소한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과정이 더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있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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