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한 번만 쉬면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시작될 터였다. 달력을 팔아먹기 위한 인간의 발명이란. 따지고 보면 해와 달과 시간이 언제 시작될지를 멋대로 정한 건 우리 인간이다. 우리는 세상을 우리 방식으로 정돈하고 거기서 편안함을 느낀다. 어쩌면 겉으로는 혼돈한 세계인 듯 보여도 결국 우주에는 질서가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질서가 아님은 분명하다.
작은 샴페인 한 병과 포도 열두 알을 쓸쓸한 식탁 위에 놓으면서 나는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인간 수명이라는 전지는 약 육십 오만 시간이면 끝난다고 어느 책에선가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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