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복의 성자
아룬다티 로이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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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무개야? 아무개 아들이야? 어디어디에서 근무하는?
위협은 그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온화하고 형식적인 질문으로. 카슈미르에서는 때로 어떤 사람에게 그의 신상 정보를 툭 던지는 것이 그 사람의 삶을 바꿔놓을 만한 일이 되기도 했다.
때로는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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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룬다티 로이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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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살 후의 처리는 빠르고 효율적이었다 - 연습을 통해 완벽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한 시간 안에 시체들은 경찰 통제실 내의 시제안치소로, 부상자들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길에 호스로 물을 뿌려 덮개 없는 하수구로 피가 흘러들어가게 했다. 상점들이 다시문을 열었다. 정상상태가 선포되었다. (정상상태는 늘 선포의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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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룬다티 로이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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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 날뛰던 살인자들은 송곳니를 감추고 일상의 업무 - 사무원, 재단사, 배관공, 목수, 장사꾼으로서의 - 로 복귀했고 삶은 이전과 같이 이어졌다. 우리의 세계에서 정상성은 삶은 달걀과 약간 비슷하다. 그 단조로운 껍질 속 중심부에 지독한 폭력성을 지닌 노른자가 들어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우리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계속 공존하기 위한 - 계속 함께 살면서 서로를 참아내고, 그러다 이따금 서로를 살해하기 위한 규칙들을 정하는 건, 우리가 그 폭력성에 대해 늘 느끼는 불안감, 그것이 과거에 행한 일들에 대한 기억, 그것이 미래에 발현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중심부가 흔들리지 않는 한, 노른자가 흘러나오지 않는 한 우리는 괜찮을 것이다. 위기의 순간에는 장기적인 관점을 취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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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룬다티 로이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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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한 사람의 분명함이 혼란에 빠진 군중을 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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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룬다티 로이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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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를 위해 일하는 존 신부‘가, 경찰 기록에 의하면 지난해 시내 거리에서 발견된 신원 미상의 시체가 삼천 명 가까이 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식품점에는 음식이 넘쳐났다. 서점에는 책이 넘쳐났다. 신발 가게에는 신발이 넘쳐났다. 그리고 사람들(사람들로 여겨지는)은 서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젠 쇼핑하러 해외에 나갈 필요가 없어. 여기서도 수입 제품을 구할 수 있으니까. 봄베이는 우리의 뉴욕, 델리는 우리의 워싱턴, 카슈미르는 우리의 스위스 같다니까. 진짜 똑같아. 살라 환상적이라니까 야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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