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이 불쌍한 리자베타는 어수룩한데다 지금까지 학대를 받아 늘 겁에 질려 있었기에,
도끼가 바로 자기 얼굴 위로 들린 이 순간에도,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손을 들어올리는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동작조차 취하지 못했다. 단지 아무것도 들지 않은 왼쪽 팔을 얼굴에 전혀 닿지 않을 정도로만 살짝 들어올려서, 그를 밀치려는 듯 그가 있는 앞쪽으로 천천히 뻗었을 뿐이다. 도끼날이 두개골을 바로 타격해, 이마 윗부분을 거의 정수리까지 단번에 베어버렸다. 그녀는 그렇게 허물어졌다. 라스콜니코프는 완전히 제정신을 잃고 그녀의 보따리를 움켜쥐었다가 다시 던져버린 다음 현관으로 내달렸다.
공포가 그를 점점 더 사로잡았고, 특히 전혀 예기치 않은 이 두번째 살인 이후로는 더욱 그랬다. 가능한 한 빨리 여기서 도망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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