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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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의 내가 그랬다. 줄곧 거기에서 벗어날 기회를 엿보았다고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그 무지근한 고통이 전부라고 믿으며 마지막까지 그냥 부유했던 것 같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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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아무튼, 하루키 - 그만큼 네가 좋아 아무튼 시리즈 26
이지수 지음 / 제철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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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의 작품들이 닻이 되어 내 인생의 소소한 기억이 세월에 떠내려가지 않고 단단히 붙들려 있다는 게 거의 기적처럼 느껴졌다. 그건 그 작가가 아주 오랫동안 부침 없는 작품 활동을 해야만, 또 독자인 내가 그 활동을 충실히 따라가야만 가능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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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아무튼, 하루키 - 그만큼 네가 좋아 아무튼 시리즈 26
이지수 지음 / 제철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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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뛰어 넘는 소설은 있어도 시대를 뛰어 넘는 (= 견디는) 번역‘은 웬만해서는 존재하기 힘들다.
가령 1989년에 번역 출간된 「상실의 시대」에서는 나오코(여성)가 동갑인 와타나베 (남성)에게 존댓말을 하는 것으로 번역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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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아무튼, 하루키 - 그만큼 네가 좋아 아무튼 시리즈 26
이지수 지음 / 제철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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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육아는 더럽게 고생스럽고 피눈물 나게 힘든 일이라고 말해주는 이가 여태 없었을까. 분명 인류 멸망을 막기위한 모종의 엠바고 같은 거겠지. 아니면 육아에 뒤따르는 희생을 모성과 부성으로 승화시키려 하는 사회 분위기상 갖은고생담은 경험자들끼리만 쉬쉬하며 나누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증거로 내가 출산하자 주위의 육아 선배들이 아련한 눈빛으로 "많이... 힘들지?" 하며 지옥 구경이라도 하고 온 듯한 경험담을 들려줬으니까. 그들은 내 어깨를 토닥이며 마지막에는 꼭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도 시간은 가더라." 아이의 미소를 보면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진다는 거짓말은 누가 먼저 퍼트렸던가. 내 경험상 미소가 사랑스러운 것과 피로는 별개다. 꽃향기가 아무리 좋아도 그걸 맡았다고 결린 어깨가 풀어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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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인 내게는 이곳에서 무엇이 보통의 친절이고 배려인지를 판정할 경험치나 기준이 없었다. 고마움과 미안함과 부담감과 죄책감이 뒤섞여 표출되는 내 행동은 늘 어딘가 부족하거나 넘치는것만 같았다. 모두가 섬세하게 분화된 지느러미로 살랑살랑 헤엄치는 가운데 나만 둔탁한 지느러미로 물살을 따라잡지 못하는 기분. 그리고 그것이 나의 이질성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듯한 느낌. 정말이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이상한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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